그러고 보니 수요일이네요. <조립식 가족> 보던 날.
맞아요. 저도 이제 정말 끝났구나 싶어 아쉽더라고요.
2024년에는 네 작품이나 선보이는 기염을 토했죠. 부지런히 일한 결과물이 속속 오디언스를 만났습니다.
<경성크리처 시즌2> 촬영은 2023년 8월까지 했고, <조립식 가족>은 2024년 7월까지 했어요. 계속 작품이 이어져서 저한테도 되게 뿌듯한 한 해였고, 저를 아껴주는 팬분들도 좋아해주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2024년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뭐가 좋을까요?
다채로움.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던 해.
어떤 작품이 가장 도전이었나요?
매 순간 챌린지였죠, 모든 작품이. 그래도 굳이 하나 꼽자면 <경성크리처 시즌2>가 가장 큰 도전이었어요. 이전에 보여드린 모습과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 했으니까요.
지금까지는 순수한 역할이 많았죠? 새로운 모습에 대한 갈증이 있었나요?
그렇죠. <경성크리처 시즌2>에서의 승조는 완전 상반되는 캐릭터라 촬영 전부터 고민을 많이 했고, 촬영하면서도 그랬어요. 보시는 분들이 재밌게 봐주시고, 뭔가 승조와 해준이가 같은 배우였느냐고 했을 때, 너무 좋았어요. 그래도 잘 보여드렸구나, 다른 모습을. 지금의 저는 그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저를 찾아가는 과정.
다 다른 순수함이죠. <조립식 가족>과 <기적의 형제> <우리들의 블루스>가 각기 달랐듯이.
맞아요. 텐션도 다르고 톤도 다르죠. 그런데 또 완전히 다른 걸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지옥2>도 마찬가지였고요. <지옥2>는 특별 출연이지만, 선배님과 감독님을 만나면서 배우는 것이 너무 많아요. 되게 뜻깊은 작업이었어요.
데뷔 후 배우로서의 행보를 스스로 생각해보면 어때요?
신기하다.(웃음)
아직도 신기해요? 이제 작품 많은데.
그동안 참여한 작품을 보면 지금도 너무 신기해요. 작품 수도 늘었고, 줄도 늘어났죠. 그래도 여전히 제가 데뷔하기 전부터 TV에서 보던 선배님들과 연기도 하고, 그 유명하신 감독님들과도 함께 작품한다는 게 아직도 가끔 믿기지 않을 때가 있어요.
현장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내가 지금 여기서 연기를 하고 있다니.’
딱 그거예요! 그런 마음이 금방 없어지지도 않을 것 같아요. 아직 못 뵌 분이 너무 많으니까. 촬영할 때마다 새로운 분들 만나니까 신기한 감정이 계속 생기지 않을까요?
현장에서는 또 어떤 모습이에요?
조용히 있는 편이에요. 쑥스럽기도 하고 워낙 낯도 가리는 편이라서요. 지금까지는 현장에 가면 거의 막내여서 오히려 선배님들이 챙겨주셨어요. 너무 좋으신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연기와 관련된 팁이나 조언,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긴장 풀라고 농담도 걸어주시는데, 그런 말들 속에 뭔가 따듯함이 느껴져 좋았던 것 같아요.
내성적인 사람 옆에는 외향적인 사람이 모인다니까요.
맞아요.(웃음) 그런데 이번에 <조립식 가족>을 촬영하면서 저도 그런 부분이 좀 나아진 것 같아요. 해준이는 솔직하고 적극적인 캐릭터라, 항상 먼저 가서 말을 거는 상황이 많이 있었죠. 해준이가 사람들한테 친근감 있게 잘 다가가고 애교도 많은 친구다 보니,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저도 좋은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어쩐지 자꾸 <조립식 가족>의 해준으로 돌아가는 것 같네요. 예전엔 축구도 했다면서요? 해준인 농구지만.
학교 다닐 때 그냥 축구부 하고 그런 정도예요. 본가에 가면 친구들과 가끔 축구하는 정도? 이번 작품 통해서 농구도 즐기게 됐죠. 최근에는 복싱도 시작했어요.
드라마가 끝난 지금은 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죠? 오늘 스튜디오 오기 전엔 뭐 했어요?
요새는 집 밖에 잘 안 나가요. 운동하러 나갔다가 집에 와서 밥 먹고 혼자 게임하고 나면 하루가 금방 가죠.
평소 메뉴라면?
닭 가슴살과 밥. 요즘은 닭 가슴살도 맛있게 잘 나오고, 아니면 먹고 싶은 거 배달시켜 먹기도 하고요.
배우를 꿈꾸면서 고향인 전주를 떠났죠? 자취가 익숙해질 만큼 시간이 흘렀어요.
살면 살수록 뭔가 더 보이는 게 더 많아지더라고요. 처음에는 청소를 할 때도 그냥 쓸고 닦기만 했는데, 더 자세히 보게 되고요. 특히 요즘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청소에 관심이 더 생겨요.
요리보다는 청소를 즐기는 쪽?
잘 치우려고 하는 편이죠. 혼자 있을 때는 진짜 한마디도 안 하고 있는 편이에요. 그렇다 보니 연락을 받으면 다들 이제 일어난 거냐고. 제가 복싱을 시작한 것도 액션 연기할 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요즘 신체적·정신적 에너지 소비가 없다 보니까 활동적인 걸 하고 싶었어요. 에너지를 좀 빼자고.
밖에 안 나오고 집에 얼마나 오래 있을 수 있어요?
그래도 한 2주는 있을 수 있죠.
하하. 버블하면서요? 팬들과 매일 소통한다면서요? 무슨 얘기 나눠요?
오늘도 했어요. 나 오늘 화보 찍는다. “지금 가고 있다. 찍고 올겡~.” 뭐가 귀엽다는 말씀하시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버블을 하면 항상 귀엽다고 해주세요. 제 사진을 보낸 것도 아니고. 텍스트만 보냈는데 귀여워. 이러시니까. 왜지? 항상 물음표가 있어요.(웃음)
그나저나 맛의 고장 전주 출신인데 닭 가슴살 정도로 성이 차나요?
하하. 외가는 부안이라 정말 맛있는 걸 많이 먹고 자랐어요. 겨울에 가면 시장에서 굴을 사다 구워 주셨죠. 전주에 가면 친구들과 집 근처에 자주 가는 순댓국밥집이 있었어요. 소주가 1000원이었는데, 지금도 2000원밖에 안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 맛의 장벽이 좀 낮아요. 맛있는 것도 좋아하지만 사람들이 그냥 그렇다는 것도 잘 먹어요.
송년회나 신년회 약속도 많이 잡았어요?
저희 회사에서 연말에 해요! 곧! 그거 말고는 제가 주도해서 누구한테 연락해서 송년회 하자는 성격이 아니어서. 만약에 연락이 오면 그래! 하고 순순히 나가죠. 항상 주변에 주도할 사람이 많더라고요. <조립식 가족> 팀에는 인엽이 형도 감독님도 있고.
크리스마스가 곧 다가와요. 받고 싶은 선물이 있나요?
공기청정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까 공기청정기가 필요할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물욕이 거의 없어요.
연말연시는 어떻게 보낼 건가요?
크리스마스즈음 전주에 내려가서 1월 1일까지 있다 오려고요. 부안 외가댁도 가고 친척도 다 만나고요.
가면 현수막 걸려 있는 거 아니에요?
에이, 그 정도는 아니에요. 그런데 부모님 카톡 프로필이 제 드라마 포스터예요. 아마 이 화보 나오면 그걸로 바뀔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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