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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 AT ME / 장규리

배우 장규리는 진지하게 탐구하는 중이다. 답은 그 속에 있다는 믿음으로.

블랙 튜브 톱 드레스는 막스마라(Max Mara).

블랙 홀터넥 보디슈트와 화이트 스커트는 막스마라. 슈즈는 로에베(Loewe).

그레이 재킷과 팬츠, 체크 셔츠, 블랙 로퍼는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그레이 재킷과 팬츠, 체크 셔츠, 블랙 로퍼는 모두 보테가 베네타.

그레이 재킷과 팬츠, 체크 셔츠, 블랙 로퍼는 모두 보테가 베네타.

네이비 코트와 블랙 팬츠는 프라다(Prada).

블랙 재킷과 팬츠, 슈즈는 모두 맥퀸 바이 션 맥기르 (McQueen by Sean McGirr). 블랙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나유리 역할을 맡은 <지금 거신 전화는>이 한창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거기서 백사언(유연석 분)을 좋아하죠?
맞아요. 선배님을 좋아하는 역할인데, 아쉽게도 같이 붙는 장면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역할을 잘하고 싶어서 선배님 <헤드윅> 공연을 보러 갔어요. 저는 백사언을 향한 마음이 ‘덕질’에 가깝지 않나 했거든요. 그래서 선배님 ‘덕질’부터 해보자고.(웃음) 

그 분야라면 아이돌 활동을 해본 규리 씨가 잘 알겠군요?
그런데 정작 저는 덕질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제 팬분들한테 저를 어떤 마음으로 덕질하는지. 제 어떤 부분이 좋은지 물어보기도 했어요. 선배님 공연을 가보고 알았어요. 무대 위의 선배님이 너무 멋있더라고요. 덕질을 이런 기분으로 하나? 처음 느낀 것 같아요. 

덕질의 상대는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죠. 일명 최애가 나를 선택한다고.
픽되는 건가요? 유리도 그런 거 같아요. 유리라는 캐릭터가 메인 뉴스를 진행할 정도면 일하는 걸 좋아하고, 그 일을 하기 위해 엄청 노력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분야에서 너무 뛰어난 선배였으니 동경도, 존경도 했을 거 같아요. 저도 연기를 하니까 선배님 보면서 같은 마음이고요. 실제로도 잘 챙겨주시는 멋있는 선배예요.

또 뭘 해봤어요. ‘조공’도 해봤나요?
덕질의 일환으로 선배님에 대해 찾아봤어요. ‘뭐 좋아하시지?’ 찾아보고, 예전 예능이나 인터뷰도 다시 보고. 위스키를 좋아하신다고 하셔서 위스키랑 같이 드시라고 버터바 같은 것도 가져다드렸어요.

그럼에도 정작 러브라인은 지상우(허남준 분)와 연결되는데, 이번에도 연구했어요? 허남준 씨도 올해 <유어 아너>로 크게 주목받은 배우죠.
처음에 시놉시스를 봤을 때 유리는 백사언 선배를 덕질하고, 지상우와 나유리는 ‘썸?’ 이렇게 되어 있었어요. 지상우는 희주 선배님 좋아하는데? 각자 다른 사람 좋아하다 결국에는 이렇게 잘 되는 건가? 그래서 또 허남준 오빠를 열심히 찾아봤죠.

실제로는 어땠어요? 러브라인은 배우의 호흡이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실제로 만났을 때는 장난꾸러기. 벌써 내게 이런 장난을? 신기하기도 하고 독특했어요. 연기하는 스타일도, 분위기도 독특하시다. 처음에는 제가 낯을 많이 가려서 쉽게 친해지지 못했어요. 급기야 감독님이 ‘둘이 계속 언제까지 낯가릴 거냐’며 숙제를 내주셨죠. 따로 둘이 만나라. 데이트 두 번 해라. 한 번은 규리 취향으로, 한 번은 남준 취향으로. 

하하! 드라마가 아니고 연애 프로그램 아니에요?
정말 다른 배우분과 스태프도 다들 저희를 그렇게 놀렸어요.(웃음) 제가 배역을 맡을 때마다 항상 정해놓는 향이 있거든요. 서로 배역의 향을 만들어주자고 해서 향수를 만들러 갔는데, 오빠는 되게 당황하더라고요. 그리고 저희 집 주변에 제가 좋아하는 밥집 가서 파스타 먹었어요. 이렇게 설렘이 안 생겨도 되나.(웃음) 오빠하고는 운동했거든요.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거 열심히 한 거 같아요. 오빠가 집에 화분도 두 개 보내줬어요.

극 중에서 아나운서가 되어보는 건 어땠나요?
전문직 역할을 하는 게 어렵기도 하고 부담도 되는데, 아홉 개를 잘해도 한 개가 이상하면 시청자분들을 설득하지 못할 것 같았어요. MBC에서 감사하게도 현재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님을 연결해주셔서 레슨도 받았고, 좋은 팁도 얻었어요. 아나운서들은 말을 하고 무조건 입을 다문다. 중요한 것은 눈썹을 올려서 강조한다. 네일 아트는 누드 톤이나 아예 안 한다든지. 딕션, 발성은 녹음해주시는 거 똑같이 따라 하려 하고, 장단음도 다 지키고, 너무 좋은 공부가 됐어요.  

유리는 극 중에서 특유의 발랄함으로 활기를 불어넣는데, 실제 규리 씨는 차분한 편이죠?
유리와 저는 지금까지 한 캐릭터 가운데 싱크로율이 가장 낮아요. 역할 중에서는 <치얼업>의 초희가 제일 비슷한 거 같아요. 제가 좀 낯도 가리고 차분한 편인데, 진짜 편한 사람들과 있으면 하이텐션이 나오거든요. 저도 사실 작품을 하면서 자신에 대해 점점 알아가는 거 같아요. 

항상 연구하면서 캐릭터를 생각하는 타입인가 봐요. 지난해 여름 <O’PENing 2024-아름다운 우리 여름>에서도 배우 장규리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땐 어땠어요? 작품 보면서 엉엉 운 건 오랜만이었습니다.
그때 <지금 거신 전화는>과 동시에 찍었는데, 저도 조수석에서 엉엉 울면서 집에 갔어요. 감정 소모가 큰 작품이었어요. 워낙 여름이 혼자 외롭게 사는 캐릭터였는데, 배역의 주변 환경과 비슷하게 세팅하고 싶어 독립까지 했어요. 원래 부모님과 함께 살았거든요.

그것도 올해의 큰 변화였네요.
혼자 살아보니 제 취향에 대해서도 알아가고 있어요.   

뭘 좋아하던가요, 장규리는.
조명이 중요하다. 제가 어둡고 노란 불빛을 좋아하더라고요. 감사하게도 부모님께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달걀프라이 하나도 직접 해주셔서 제가 집 나오면서 그랬거든요. 엄마 아빠랑 계속 살다가는 바보가 될 것 같다고.(웃음) 밖에 나와 살아보니 그거에 대한 감사함도 크게 느끼고 또 해방감도 없지 않고요. 혼자 살길 잘한 것 같아요. 그리고 큰 TV를 놨어요. 저희 본가에는 TV가 아예 없었어요. 그 자리에 책장이 있거든요.  

그것도 좋은 영향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일반적인 집은 아니었어요. 연기하고 싶다니까 지금 연기 시작 안 해도 돼. 미국 가서 더 넓은 세상 보고 와서 그때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라면서 혼자 보내셨죠. 저 그때 막 고등학교 들어갔는데.(웃음) 덕분에 시야도 넓어진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책도 많이 읽고, 음악도 엄청 들으면서 자랐어요. 독립해서도 그렇게 다르지 않아요. 매일 같은 카페에 가서 그냥 책 읽다 와요. 

나중에 돌아보면 2024년이 어떻게 남을 것 같아요?
일단 세 작품이나 했던 되게 감사한 한 해. <플레이어2: 꾼들의 전쟁>부터 지금 작품까지 전혀 다른 캐릭터로 시청자분들에게 인사드릴 수 있었고, 연기를 제가 정말 좋아하고, 할 때 행복하구나를 새삼 느꼈어요.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매일매일 해요. 유독 올해가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 수 있는 건 정말 행운이구나.

하하, 연말연시다운 생각이네요.
1월마다 올해 목표를 세우고 적어놓거든요. 이룬 것도 못 이룬 것도, 이루기 위해 노력한 것도 되게 장하다!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못 이룬 것도 너무 많아서.(웃음)

    포토그래퍼
    최문현
    스타일리스트
    강이슬
    헤어
    이혜영
    메이크업
    오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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