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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IRCLE OF MEMORY / 미나 페르호넨 디자인 여정

미나 페르호넨은 지난 30년간 고객에게 기쁨과 행복이 닿기를 바라며 옷을 지었다. 창업자 미나가와 아키라의 우직하고 낭만적인 여정.

눈이 내리는 날 얼굴을 내민 꽃을 그린 텍스타일 ‘Ballade’를 자카드 기법으로 표현한 드레스, 텍스타일 ‘Musica’를 활용한 양말, 텍스타일 ‘Koira’를 활용한 인형은 모두 미나 페르호넨(Mina Perhonen). 미나가와 아키라의 그림을 바탕으로 벤딩 기법을 활용한 가구는 이상훈 작가의 작품.

알록달록한 타르트에서 모티프를 얻은 텍스타일 ‘Tart’를 자수로 표현한 코트, 텍스타일 ‘Koira’를 활용한 인형, 왼쪽부터 ‘Cheval’ ‘Karhun’ ‘Poro’ 패턴을 활용한 바닥에 있는 인형은 모두 미나 페르호넨(Mina Perhonen). 벽화 작품은 미나가와가 이번 전시를 기념해 그린 ‘Two Horses and Travelers’.

2000년 발표한 이후 미나 페르호넨을 대표하는 텍스타일로 자리 잡은 ‘Tambourine’를 활용한 코트와 담요, 텍스타일 ‘Run Run Run’을 활용한 양말, 피터 아이비와 미나가와가 공동 제작한 태피스트리 작품은 모두 미나 페르호넨.

브랜드를 대표하는 텍스타일로 자리 잡은 ‘Tambourine’ 을 활용한 코트와 텍스타일 ‘Thank you very badge’를 활용한 브로치는 모두 미나 페르호넨.

붓 끝으로 섬세한 색의 중첩과 깃털이 겹쳐진 듯한 부드러운 표정을 그린 텍스타일 ‘Piuma’를 활용한 코트, 텍스타일 ‘Coni’를 활용한 인형, 자투리 원단을 이어 붙인 태피스트리는 모두 미나 페르호넨.

텍스타일 ‘Metsa’를 활용해 아침 이슬에 젖은 듯 촉촉함을 머금은 숲과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숲의 모습을 광택감과 입체감 있는 벨벳 자카드 소재로 표현한 코트는 미나 페르호넨. 모빌과 오브제는 제로웨이스트 작업 방식을 추구하는 가구 디자이너 문승지 작가의 작품.

미나 페르호넨의 컬렉션을 총망라한 전시가 일본, 대만, 스웨덴에 이어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로 열리고 있어요. 이 전시가 어떻게 기억될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제 커리어를 돌아봤을 때 특별히 자랑스러운 프로젝트로 기억될 거예요. 우리의 디자인과 활동이 대규모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보이는 건 정말 독특한 경험이거든요. 스웨덴 국립미술관과 서울의 DDP, 대만 가오슝 시립미술관처럼 훌륭한 건축물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깊은 감동과 감사를 느껴요. 

특히 ‘흙’의 공간이 인상 깊었어요. 시간과 사람, 세대를 걸친 이야기가 담긴 물건은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으니까요. ‘고유성’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나요?
저도 고객의 추억과 함께 전시된 ‘흙의 방’을 매우 소중히 여겨요. 옷을 단순히 디자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넘어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속에 담긴 기억의 소중함은 저 역시 매우 귀중하게 생각 하거든요. 디자인은 기쁨과 행복으로 향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제 가치관을 표현하는 장이기에 전시 구성에서도 매우 중요해요. 이용자와 옷의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유일무이한 관계로 발전하는데, 이때 고유성이 발현된다고 믿어요. 

이 공간이 가능했던 건 미나 페르호넨이라는 브랜드의 운영 철학 덕분이겠죠. 리폼 부서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고객이 좋아하는 미나 페르호넨의 아이템과 애용자가 개인의 추억과 관계를 맺어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원상복구가 불가능한 것도 아틀리에에서 일일이 수선 방법을 검증하고, 애용자와 상담하며 그 아이템과 고객에게 맞는 수선 방법을 찾아내고 있죠.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모든 게 빠르게 소비되는 패션 업계에서 일찍이 용감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어요.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본래 트렌드를 추구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제 감정과 일상의 삶 속에서만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요. 그래서 브랜드 론칭 초창기부터 트렌드를 의식하지 않고 제 상상력과 일상의  관심을 디자인 씨앗으로 삼아야겠다고 느꼈어요.  

‘패셔너블하다’라는 단어를 어떻게 바라보나요?
가장 나다운 모습을 몸에 익히는 것, 그것이 패션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의 삶을 반영해 물건을 선택하고 잘 활용하는 모습처럼, 삶을 대하는 태도, 살아가는 방식을 보고 ‘그 사람답다’라고 느껴지는 것이 제게는 패셔너블하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패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제작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필요한 자세는 무엇일까요?
재활용도 중요하지만, 하나의 아이템을 오래 애용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지속가능성이 아닐까 싶어요. 애용의 시간에 기쁨이 동반된다면, 사람과 환경 모두에게 좋은 일 아닐까요? 

처음 디자인을 시작한 계기가 흥미로워요. 육상선수를 꿈꾸던 소년이 일본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게 된 이야기는 한 편의 소설 같거든요. 디자인은 당신에게 운명처럼 다가왔나요?
디자인을 처음 시작할 때, 중간에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잘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패션 업계에 처음 발을 들인 건 언제였나요? 
생애 처음으로 방문한 외국 도시가 프랑스 파리였어요. 그때 잠시 다닌 어학원 친구의 권유로 패션쇼 뒤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패션과 인연을 맺었죠. 

패션에도 다양한 분야가 존재해요. 브랜드를 운영하겠다고 결심한 순간이 있었나요?
그 당시 하던 아르바이트가 모델에 맞춰 옷의 길이를 조정하고 치수를 고치는 일이었어요. 패션을 공부한 적이 없었기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한없이 서툰 제 모습이 오롯이 느껴졌죠. 동시에 ‘잘 안 되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으면 작은 성장에도 기뻐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서툰 일에 오랜 시간을 쏟는다면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도 일었고요. 패션을 직업으로 삼으면서 취업을 하지 않고 직접 브랜드를 시작한 건 저만의 방식으로 일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어요. 

미나 페르호넨을 론칭할 때 세운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그때는 직원이 저 혼자였는데, ‘적어도 100년 이상 지속되는 브랜드를 만들자’라고 종이에 적은 기억이 나네요.(웃음) 100년이나 지나면 저는 더 이상 살아 있지 않을 테니 그 결과를 알 수 없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같은 목표를 공유하는 직원과 함께 모노즈쿠리(혼신을 다해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를 실천하고 활동할 수 있어 정말 기뻐요. 

미나 페르호넨의 여정에서 변곡점이 된 순간이 있나요?
가게를 처음 오픈했을 때가 떠오르네요. 물건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그것을 전달하는 공간과 환대 등의 환경이 중요하다는 걸 확신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라이프스타일과 결합해 매장 ‘콜(Call)’을 열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죠. 옷뿐 아니라 인테리어, 식재료, 카페를 함께 운영하며 디자인과 창작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어요. 

지난 30년간 만들어낸 텍스타일이 4950종에 이르러요. 어떤 과정을 통해 영감을 얻나요?
생활 속 모든 것에서요. 땅에 떨어진 낙엽, 매일 떠 있는 구름에서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죠. 산책하거나 커피를 마실 때, 여행을 떠났을 때, 책을 읽을 때, 여백의 시간에 잠기는 것처럼 책임감에서 벗어난 순간에 있을 때 안도감과 편안함을 느껴요. 그럴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기분이 더 좋아지고요. 

새로운 패턴을 디자인할 때 지키는 원칙이 있나요?
저희 브랜드는 설립 당시부터 모든 디자인을 수작업으로 진행해왔어요. 개성을 살리기 위해 손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더 수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손으로 그린 그림뿐 아니라 페이퍼 콜라주, 판화 등 다양한 기법으로 도안을 만들기도 하고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당신에게 옷은 하나의 작품 같아요. 당신의 옷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닿길 염원하나요? 
미나 페르호넨의 옷을 입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안심이 된다’는 애용자의 기쁨으로 이어지길 바라요. 제 디자인과 활동은 사람을 기쁘게 하는 환대로 이어지고, 이런 기쁨의 감정은 다양한 것들에게 좋은 형태로 작용한다고 믿어요. 

당신이 탐닉하는 아름다움은 어디로 향하고 있나요? 
사람의 체형이나 외모를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옷을 만드는 것보다, 옷을 입음으로써 그 사람의 몸짓이나 마음가짐이 더 아름다워지는 옷을 짓는 데 관심이 커요. 기쁨과 안도는 사람의 표정을 더없이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요소이기 때문이니까요. 

오랜 시간 아끼는 물건은 무엇인가요?
PP 뫼블러(PP Mobler)에서 출시한 한스 J. 웨그너(Hans J. Wegner)의 ‘파파 베어 체어(Papa Bear Chair)’요. 세심한 수작업 공정과 좋은 재료에서 나오는 내구성과 기능성이 정말 좋아요. 포르쉐의 911도 참 아끼죠. 아직도 1970년식 모델을 끌고 다녀요. 오랜 세월 독창적인 초기 콘셉트가 그대로 유지된 공업 제품이에요. 아르텍(Artek)의 스툴60(Stool 60) 역시 훌륭한 물건이에요. 심플하면서도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모든 생활과 잘 어우러지거든요. 오랜 시간 꾸준히 만들어졌다는 점에서도 가치를 더하죠.


<미나 페르호넨 디자인 여정 : 기억의 순환>

일정 2025.03.16
장소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DDP 전시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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