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프컴퍼니와 트러스컴퍼니를 이끄는 박재현은 누구보다 주도적인 삶을 산다. 나른한 아침을 힘차게 여는 힘은 ‘나’로부터 나온다.
2024년 12월, 샤부샤부 전문점 미미옥의 네 번째 공간인 미미옥 별관이 신용산에 문을 열었다. 어떻게 탄생했나?
미미옥을 찾는 이들이 편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을 꾸리고 싶었다. 식사만 빠르게 하고 자리를 뜨는 게 아니라, 이야기도 나누고 바깥 풍경도 보면서 소통하는 곳. 그래서 본래 주택이던 건물을 ‘스테이(Stay)’ 콘셉트로 고쳤고, 모든 좌석은 룸으로 구성했다. 작은 중정도 만들어 밤에는 하늘의 별을 보고 비나 눈이 내리면 그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길 바랐다.
공간을 꾸밀 때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
샤부샤부는 한식 기반 메뉴가 아니기 때문에 공간만큼은 한국적 요소를 유지하려고 했다. 별관뿐 아니라 미미옥이라는 브랜드 전반에 적용되는 얘기다. 한옥을 개조한 신용산점과 별관은 기와와 서까래를 최대한 살렸고, 울산점과 신논현점 역시 한옥에서 느껴지는 색감이나 요소를 현대적으로 녹여내려고 했다.
대표로 있는 로프컴퍼니에서는 미미옥 외에 수제버거 브랜드 버거보이와 이탈리안 레스토랑 쇼니노를 운영한다. 세 브랜드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나’로부터 시작됐다는 것. 밀가루 면을 너무 좋아하지만 스무 살에 진단받은 백혈병으로 청정한 음식을 먹어야 해서 만든 쌀국수, 오랜 취미인 캠핑을 떠나 친구에게 대접한 수제버거, 이탈리아 유학생 시절의 기억을 담은 쇼니노까지.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기획했다. 오히려 브랜드 콘셉트를 위해 고민하는 게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돈이나 트렌드를 위해 잘 모르거나 관심 없는 브랜드를 전개하는 것은 지양한다.
뉴욕 유학생 시절 퓨전 한식당 아르바이트 경험이 7년째 이어오고 있는 F&B 사업의 단초가 된 것이 흥미롭다. 아르바이트가 사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뉴욕과 이탈리아에서 10년의 시간을 보내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뉴욕에서의 기억이 강렬해 잊을 수 없었다. 거실을 ‘홈스토랑’으로 꾸미고 친한 사람을 초대해 요리하고 완성된 음식을 함께 나누던 유학 생활이 행복했다. 물론 공짜였다.(웃음)
그래서인지 캠핑, 테니스, 러닝, 사이클 등 다양한 취미 중 요리와 미식도 한 자리를 차지한다. 식단 관리가 필수인 상황에서 미식은 어떻게 스트레스가 아닌 취미가 됐나?
정말 싫었다.(웃음) 몸에 맞는 음식만 가려 먹어야 하니까. 하지만 그 문화는 좋았다. 카페에서 흔히 주문하는 아메리카노나 라테를 한 번도 다 먹은 적이 없다. 음료 자체가 좋다기보다는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게 좋은 거다. 앉아서 이야기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순간을 즐기는 것. 그렇게 받아들였고 내려놓은 부분도 있다. 스스로 약점이라 여겼지만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러 강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브랜드를 운영하며 얻은 가르침도 있나?
유럽에서는 셰어 테이블이 흔하다. 식당을 찾는 사람끼리 둘러앉아 스몰 토크를 하고 일종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거다. 이탈리아에서 접한 그 문화를 소개하고 싶어 쇼니노도 원 테이블 레스토랑으로 꾸몄다. 오픈 초기에는 생소한 형태였고 팬데믹으로 칸막이를 놓으면서 자연스레 분리됐지만, 몇 년이 흐른 지금은 사람들이 꽤 편하게 즐긴다. 다양한 시대의 흐름이 반영된 케이스다.
쇼니노의 원 테이블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최근 커뮤니티의 개념이 점차 확산하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트러스컴퍼니에서 운영하는 ‘SMCC(Seoul Morning Coffee Club)’는 어떤 형태의 커뮤니티를 지향하나?
이름처럼 오전 8시 전후 문을 여는 서울 곳곳의 카페에서 만나 커피챗을 하는 커뮤니티다. 한국의 카페는 대부분 오전 10~11시에 문을 여는 게 신기했다. 오전 8시 전에 여는 카페를 찾아 사람들에게 공유하기로 마음먹은 게 시작이다. 혼자 즐기려던 게 모임이 되고, 다양한 지역으로 확산해 약 2년 반째 유지하고 있다.
1시간 남짓 진행되는 SMCC 모임에는 ‘근황 토크’가 주를 이루나?
매번 모임을 주최하는 호스트가 따로 있다. 30명 정도? 대화 주제는 호스트가 발제하고,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 뒤 주제에 대해 한 명씩 이야기한다. SMCC에서 본캐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함께 커피를 마실 뿐이고, 가볍게 대화하는 자리라 내향인도 많이 참여한다.
사람들 앞에 나서거나 자신을 소개하는 걸 어려워하는 내향인의 반응은 어떤가?
단적인 예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던 분이 SMCC를 꾸준히 나오고 나서 더 이상 병원 진료를 받지 않게 된 사례가 있다. 명함을 주고받는 문화도 없고, 오전 8시라는 시간적 허들이 있어 필터링되기 때문에 정말 필요한 사람만 찾는다.
사람이 모이는 커뮤니티에 웰니스가 더해질 때 어떤 시너지를 내나?
웰니스는 혼자보다 함께할 때 실천이 쉬워진다. 러닝도 혼자 10km를 뛰는 것보다 같이 뛰면 훨씬 빠르다. 더불어 웰니스는 커뮤니티의 지속성도 높이는 것 같다.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루틴이 되고, 그 루틴으로 인해 내가 삶을 주도한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 삶은 안정기에 접어든다.
매일 아침 5시 20분에 일어나 레몬 디톡스 음료를 마시고 다양한 종류의 운동을 골고루 하는 박재현이 정의하는 웰니스적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인가?
나답게 사는 것. 5시 20분에 일어나는 게 누군가에게는 웰니스가 아닐 수 있다. 웰니스 안에는 정신 건강도 포함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아무리 좋다고 해도 불행하거나 억지스럽다면 웰니스가 아니다. 나는 아침에 가장 에너제틱한 사람이라 그 시간을 활용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걸 하느냐보다는 나만의 웰니스 루틴이 있냐 없냐가 더 중요하다.
최근 새롭게 관심 갖고 있는 웰니스의 주제는?
사람들이 저마다 꾸준히 실천하는 건강관리법. SMCC 주제로도 많이 다루고 있다. 매일 물 마시기, 명상 등 다양한데 뭐든 매일 하는 게 쉬운 건 아니니까. 나의 경우, 자기 전 1시간 휴대폰 보지 않기를 올해 새로운 루틴으로 삼았다.
웰니스는 삶에 꼭 필요할까?
당연하다. 웰니스는 곧 자신감이다. 날마다 일에 치이는 사람은 아무리 성과가 좋아도 자신감이 없는 모습인 반면, 돈은 좀 적게 벌더라도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행복한 모습이다. 행복을 보는 눈은 몸과 마음이 건강할 때 생긴다.
스스로의 웰니스를 위해 과감하게 선택한 것도 있나?
웰니스는 내가 편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남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걸 없애야 한다. 나의 경우, 내면의 안정을 취하고 저녁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불필요한 저녁 약속을 많이 줄였다. 대신 아침에 사람을 만나고, 저녁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8시쯤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확립하려면 웰니스뿐 아니라 취미도 필요하다. 취미는 삶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취미 찾는 게 한평생 걸리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나 역시 어릴 적부터 하던 운동이 취미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취미는 아무리 돈을 투자해도 안 아까운 거다. 돈을 엄청 쓰고, 취미와 관련된 물건을 지니고만 있어도 계속 좋은 그런 거. 삶과 취미의 경계를 나눌 수 없어야 진짜 취미다.
취미를 잘 찾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때로는 시각적인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나는 해변에 앉아 있는 중년의 남성을 우연히 보고 캠핑을 시작했고, 아침 일찍 커피를 마시는 것도 뉴요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고 따라 한 게 시작이다. 주변으로 눈을 돌려 최대한 다양한 삶의 형태를 관찰하고 모방해보길.
몇몇 취미는 일이 되기도 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취미가 일이 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캠핑이라는 취미를 잃었다.(웃음) 설레는 마음에 혼자 무아지경으로 즐겨야 취미인데, 콘텐츠를 뽑아야겠다는 이상한 생각이 자꾸 든다. 그래서 최근에는 테니스를 새로운 취미로 만드는 중이다. 테니스를 치러 가면 설레고 도파민이 충전된다.
취미가 하나씩 사라지고 또 생기는 지금의 삶은 어디로 향하고 있다고 느끼나?
균형을 맞추는 삶을 향해 가고 있다. 흐름에 맡기지 말고 일을 계획적으로 진행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무리하지 않고,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면서 지낸다. 작은 행복을 더 빨리, 더 많이 인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새해 세운 계획은?
2025년은 도전과 안정을 테마로 잡았다. 사업적으로 일을 더 벌이지 말고 스스로를 향한 도전을 꾸준히 하는 것. 그리고 이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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