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좋은 작품으로 만나네요.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남을 것 같아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병동>)는 저한테 첫 기회가 된 작품이에요. 좋은 인물을 만났고, 캐스팅이 꿈만 같았어요. 서완이라는 인물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온 마음을 다해 해내고 싶은 캐릭터였어요. 현장에서 감독, 배우님들이 제가 서완이 될 수 있게끔 특별하게 바라봐주셨어요.
특별하게 봐준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특별한 사람이 된 것처럼 많은 격려와 사랑을 주셨죠. 서완이 때를 회상하면 행복해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하 <이친자>)는 처음으로 회차가 많은 작품이었죠.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이 생소해서 많은 공부를 해야 했어요. 저만의 프로파일링을 해야 해서, 상대방을 위하는 그릇이 넓은 사람이 되고자 발악한 게 기억나요.
어떤 배역을 맡을 때 ‘좋은 인물’이라는 확신이 드나요?
시기마다 다른 것 같아요. <정신병동>을 찍을 당시에는 제 마음이 서완이의 마음과 맞아떨어지는 게 있었어요. 그때에는 ‘내 마음을 온전히 다 담고 싶은 인물’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지금 저는 다른 문제와 시기를 겪는 것 같거든요. 도전을 하고 싶은 욕구도 있고요.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예를 들면 이전에는 오디션을 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하자는.(웃음) 지금은 다음 작품을 위해 다시 채워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예전에는 합격이 되어야 하는 것이라면 이제 작품이 조금씩 들어오다 보니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고요.
<이친자>, <정신병동> 그리고 <오징어 게임> 모두 오디션을 통해 출연한 작품인가요?
맞아요. <정신병동>을 하고 <오징어 게임>을 촬영했어요. 막바지쯤에 <이친자>가 들어왔고요. 앞으로도 오디션은 계속 볼 거예요.
시청자 입장에서 노재원은 근 2년 사이 갑자기 나타난 것 같은 배우죠. 그전에는 어떻게 지냈나요?
계속 연기했죠. 대학교도 다니고, 졸업도 했고요. 어디에 잘못 나왔는데 저는 인천 출신이에요. 연기하고 싶어 안양예고를 갔어요. 대학 졸업이 늦은 편인데, 연극도 하고 독립영화도 많이 찍었어요.
군대도 다녀왔으니 20대가 훌쩍 지났겠네요. 해병대를 선택한 이유는 뭐였나요?
영장이 나오는 시기에 군대를 한 번 미뤘는데, 이제 가야만 하는 시기가 되었죠. 해병대도 한 번 떨어졌는데, 재지원하면 가산점이 붙는대요. 그래서 ‘뭘 그리 힘들겠어’ 하고 갔는데, 훈련병 때는 정말 힘들더라고요. 밤에 얼차려 받는데 해가 뜨더라고요. 그래도 군 생활은 재미있게 했어요. 정말 좋은 사람들과 아직 카톡방도 있고요.
<오징어 게임>에서 해병대가 계속 중요하게 등장하잖아요.
이서환 선배님이 인터뷰에서 “재원이가 해병대였다. 그래서 민망했다”라는 식으로 말씀하신 걸 나중에 봤어요. 하지만 저는 제 것이 너무 급해서, 몰랐어요.(웃음)
<오징어 게임>의 오디션 과정은 어땠나요?
<살인자ㅇ난감> 촬영할 때, 조감독님과 인물 감독님이 저를 추천해주셨어요. 캐스팅되었을 때는 어떤 역할을 맡을지 몰랐어요. 오디션 현장에서는 다양한 인물과 상황에 대한 대사를 주셨거든요. 나중에 지나고 보니 ‘그게 저 역할이었구나’ 했죠.
그렇게 가끔 ‘남수’로 불리는 124번 참가자 ‘남규’가 되었군요.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남규는 양아치스러운 인물이면서도 그런 면만 있는 건 아니에요. 앞장서서 타노스의 매니저처럼 굴기도 하고. 인물의 변화가 너무 재밌었어요. 시즌3를 꼭 봐주세요. 제 분량이 좀 있어요.(웃음) 시즌3에 모든 인물의 중요한 클라이맥스가 있어요.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된 작년 12월을 기점으로 ‘내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라는 기대도 했나요?
솔직히 아주 조금은 기대했어요.(웃음) ‘아침에 눈뜨면 인스타그램 팔로워 100만 되는 거 아닌가?’ 하고요. 그런데 몇 백 오르고 잠잠했어요.(웃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사람이 보는 작품이라는 걸 실감했죠. <오징어 게임>을 하면서 진짜 힘들었어요. 제 연기가 부족한 것 같고, 너무 긴장되는 거예요. 인물이 워낙 많고, 주눅이 들 것 같아 발악하면서 연기했어요. 그때 대전에서 반년간 월셋방에서 자취하며 찍었어요.
그때 일상은 자취방과 현장의 반복인가요?
그 일상이 정말 행복했어요. 매니저 없이 출퇴근했거든요. 동료들이랑 몇 개월 동안 거의 같이 살다시피 했죠. 친한 친구들과 선배들을 사귀어서 같이 복싱도 하고 밥도 먹었는데, 정말 행복했어요. 이다윗, 조유리, 원지안…. 모두 너무 친하게 지냈거든요. 시완이 형, 양동근 선배님도요. 다들 너무 좋은 사람들이에요.
<오징어 게임>에선 ‘남규’도 살아남고, 배우 노재원도 살아남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화보 콘셉트는 ‘승리자’입니다. 인생에서 자주 이겨봤나요?
전혀요. 저는 대학도 계속 떨어졌는데요. 3수 해서 다른 학교에 갔다가 다시 반수해서 들어간 게 중앙대예요. 해병대도 떨어지고요. 체력만 좀 자신 있죠.
<이친자>에서는 프로파일러, <정신병동>은 환자, <오징어 게임>에서는 마약까지 하는 클럽 엠디가 되었는데, 연기의 폭이 확확 바뀌네요.
그래서 남규 역할을 할 때 클럽에 갔어요. 혹시 모르잖아요. 클럽에서 춤추는 바이브가 연기할 때 나올지. 그게 익숙한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남규를 준비하면서 항상 듣는 클럽 음악이 있었어요. 마약 연기할 때 큰 도움이 됐어요. 머리도 기르고 눈썹도 가늘게 민 것도 도움이 되었어요.
남규와 타노스 팀도 근대 5종을 통과합니다. 약 기운으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할 때 대기가 기니까 누구는 비석 치고, 누구는 공기 연습하고, 저는 팽이 연습하고…. 다들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죠. 넷플릭스에서 배우들에게도 기념으로 하나 줬는데, 설날에 친척들이 가져가기도 하고요.
센 대사와 연기가 많은데, 연기할 때는 어떻게 접근했어요?
인스타 라이브 방송이나 유튜브를 한다고 생각하고 셀프 동영상을 찍으면서 누군가와 소통하듯이 해요.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써요. 말도 더 거칠게 하고, 진짜 못된 말도 많이 하고요. 원지안을 죽이는 장면을 찍을 때는 일부러 안 봤어요.
가장 어려운 장면은 뭐였어요?
약을 한 직후의 연기요. 다큐멘터리를 봐도 약 종류가 너무 많아서요. 저만의 약의 감각을 찾는 것이 숙제였어요. 그래서 약을 하고 난 직후의 장면마다 집중하는 부위가 달랐어요. 어떤 날은 눈에 집중하고, 또 다른 날은 흥분도를 살피거나 온몸에 힘을 꽉 주는 감각을 시도하기도 했죠. 그런 감각을 찾아내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신도 상대방이 다칠까 봐 참 어려웠죠. 포크에 안전장치가 있어도 위험하고요. 상대방이 다치지 않게 하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이제 남규는 타노스의 약도 챙겼고, 무기도 생겼고, 사람도 죽였습니다. 456억원을 차지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제가 우승할 거라는 생각으로 촬영했어요.(웃음)
실제로 현실에서 456억원을 받는다면 뭐할 거예요?
아버지는 제주도에 살고 싶다 하시고, 어머니는 남산에 살고 싶으시대요. 동생은 음악을 하니까 악기를 사줄 거예요. 저는 파주나 고즈넉한 동네에서 살고 싶어요. 저는 쓸 생각부터 할 거 같아요. 자기 계발에? 운동이나 피아노, 언어를 배우는 일요. 피부과도 가고 저를 가꾸는 데 쓰겠습니다.(웃음)
최근 작품이 모두 호평받았고, 상도 받았습니다. 연기에 대해 어떤 칭찬을 들을 때 기쁜가요?
“저 사람은 진짜 있는 사람처럼 연기한다”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정말 좋아요. 그렇게 연기하고 싶었거든요.
<메이드 인 코리아> 촬영 중이죠? 그 작품에서는 어떤 사람이 되나요?
중앙정보부에서 일해요. 육사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역할이에요. 현빈 선배님의 동기죠. 제가 선배복이 참 많아요.
배우 송강호, 한석규와도 함께했고요. 누군가에게는 그게 꿈이죠.
제가 생각해도 예전의 노재원이 참 부럽습니다.(웃음) 다시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요? 두 분을 정말 애정하고 사랑합니다. 송강호 선배님과 처음 할 때 집에 안 가고 선배님의 모습을 뒤에 모니터로 봤어요. 한석규 선배님은 자신의 연기보다 사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배려하시죠. 연기를 떠나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존경스럽다. 그래서 대배우인가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애정 표현을 직접 하기도 해요?
사랑한다고는 못해봤고요. 배우로서 정말 존경한다고는 말씀드렸죠. 그런데 마지막 촬영일에 모두가 그런 말을 했기 때문에 아마 기억 못하실 거예요.(웃음) 그런 분들과 연기할 때는 대등하다고 최면을 걸고 연기해야 하니까요, 매번 어렵습니다.
456억원을 차지할 수 있을지 마지막까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3가 공개되면 인스타그램 팔로워 300만을 달성할 것 같나요?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간 지나면 다 떨어질 거예요.(웃음)
최신기사
- 포토그래퍼
- 고원태
- 스타일리스트
- 강이슬
- 헤어
- 이혜영
- 메이크업
- 이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