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TERN PARADE
도트, 스트라이프, 체크 패턴이 어우러져 스타일의 경계를 허무는 패턴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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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고, 유행은 돌고 돈다. 패턴도 그렇다. 해마다 봄이 되면 가장 먼저 고개를 드는 패턴의 존재감. 2025 S/S 시즌, 도트와 스트라이프, 체크 패턴이 동시에 주목받으며 다채로운 스타일을 제안한다. 자기 표현의 욕구가 중요한 시대에 패턴은 색상과 형태를 통해 개성을 발휘하는 훌륭한 매개체다. 활용도에 따라 천차만별의 분위기를 자아내며, 작은 변화로도 기분을 쉽게 바꿀 수 있어 더 귀하다. 장기적인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요즘, 디자이너들 역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을 무기로 패턴을 택했다. 모던하게 다시 태어난 도트, 다양한 실루엣에 담긴 스트라이프, 전천후 재기 발랄한 체크무늬까지. 때때로 촌스럽다는 말을 들어야 했던 도트가 이번 시즌, 발렌티노, 아크네 스튜디오, 모스키노 등 럭셔리 브랜드를 앞세워 백팔십도 변모된 모습을 선보인다. 복고풍 드레스는 잠시 잊어도 좋다는 이야기. 솔리드 컬러와의 매치로 모던함을 강조하거나, 뷔스티에와 쇼츠 같은 키 아이템에 적용하는가 하면, 블랙과 화이트의 강렬한 대비가 돋보이는 컬러 매치도 두드러진다.
대표적으로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이끄는 발렌티노는 폴카 도트를 전면에 내세워 크롭트한 테일러드 재킷과 뷔스티에, 이브닝 가운 등을 통해 메종의 아카이브를 성공적으로 재해석했다. SNS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봄 스타일링으로 도트 패턴이 거론된다. 루안이나 켄달 제너 등 젠지세대가 좋아하는 인플루언서나 패셔니스타의 피드를 엿보면 여지없이 패턴 룩이 수두룩하다. 관심은 있으나 시도하기가 부담스럽다면, 백과 슈즈, 스카프 같은 작은 액세서리가 ‘입문템’으로 적당하겠다. 스트라이프 패턴은 머린 룩으로 대표되는 가로 스트라이프가 캐주얼한 분위기를 풍긴다면, 셔츠나 셋업 룩에 적용하는 세로 스트라이프는 특유의 클래식한 감성으로 격식 있는 자리에서도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이번 시즌에는 새로운 실루엣이 각광을 받는다. 어깨와 팔 라인의 실루엣이 둥근 루이 비통의 볼륨 재킷과 아워글래스처럼 허리를 강조한 보테가 베네타의 테일러드 셔츠, 큼지막한 보를 장식한 버버리의 오버사이즈 셔츠, 퍼프 소매의 필로소피 디 로렌조 세라피니의 크롭트 톱 등이 그렇다. 전형적인 스트라이프의 쓰임에 진부함을 느낀다면 더없이 시도하기 좋을 새로운 실루엣의 스트라이프. 미쏘니와 랄프 로렌, 몬세 등에서 선보인 컬러풀한 스트라이프 룩도 포인트 아이템으로 제격이다.
체크 패턴 역시 위 패턴들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이면서도 트렌디한 느낌을 동시에 주는 것이 매력이다. 그동안 체크 패턴은 주로 재킷이나 팬츠 등 솔리드 아이템에 포인트를 줄 때 활용했으나, 2025 S/S에서는 위아래가 모두 체크인 ‘체크 온 체크’ 스타일이 눈에 띈다. 컬러는 비슷한데 무늬가 다르거나, 무늬는 비슷한데 컬러가 다른 식으로 리듬감을 부여한 것이 특징. 발렌시아가와 버버리, 랄프 로렌, 아크네 스튜디오가 이에 해당한다. 패턴이란 잘 어울리는 것을 찾기가 힘든 반면, 한번 제대로 매치되는 ‘착붙템’을 갖게 되면 떼려야 뗄 수 없는 시그너처 아이템이 된다. 체크 패턴 스쿨 룩이 대거 등장한 1990년대 영화 <클루리스>와 공식 석상에서 즐겨 입은 메건 마클의 스트라이프 룩, 화려한 스타일 속에서도 유독 체크 슈트를 입은 해리 스타일스의 모습이 기억에 오래 남는 것도 이 때문일 터. 올봄에는 각자의 취향에 맞는 패턴을 이번 시즌 부각되는 스타일로 변형해 연출해보길. 일상 속 큰 즐거움은 작은 스타일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 아트 디자이너
- 이청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