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온한 볕 아래 푸른 싹이 움트는 3월의 전시.
OUTSTA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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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작품의 ‘표면’은 그 위에 구현되는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룹전 <Scratching Surface>는 에밀 우르바넥, 지희킴, 캐서린 존스, 김미영이 다루는 이미지와 매체 표면의 연결성, 그리고 그 관계를 작품의 개념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을 살핀다. 작가는 작품 표면을 변형하거나 직접 제작하며 자의적으로 구성한 세계를 완성하기 위한 세밀한 방법론을 설정한다. 아치형 테두리나 그와 유사한 도상의 윤곽 안에 불분명한 대상을 배치하고, 책의 형태를 빌려 거대한 설치 작업을 완성하거나 원단을 오려 색다른 화면을 구성하는 등 작품을 완결하려는 끊임없는 실험은 신선한 시각 구조와 감각을 선사한다. 3월 1일까지, 디스위켄드룸
탐색적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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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이후 급격한 산업화·도시화가 일어난 시기, 재료와 물질에 대한 고민을 심도 있게 해온 하종현. 그의 개인전 <하종현 5975>는 1959~75년에 제작된 작가의 초기 작업을 집중 조명한다. 앵포르멜의 영향을 받아 혼란하고 황폐한 시대 상황을 반영한 작업 시기를 다루는 1부, 가속화한 도시화와 경제성장이 담긴 기하학적 추상 작업을 살피는 2부, 한국아방가르드협회 활동을 중심으로 펼친 실험적 회화를 소개하는 3부, 작가의 대표 연작 ‘접합’의 초기 작업을 만나는 4부까지. 이번 전시는 사회적 현실과 개인적 경험을 재구성하고 회화의 가능성을 끝없이 질문한 작가의 작품이 사회적·역사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했는지 톺아볼 기회다. 4월 20일까지, 아트선재센터
DANC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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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노팅힐의 지역 축제 ‘노팅힐 카니발’과 지속적으로 협업하며 여러 매체로의 회화적 시도를 전개하는 알바로 베링턴이 국내 첫 개인전 <Soul to Seoul>을 열었다. 예술을 매개로 더 넓은 범주의 문화와 소통하려는 그의 노력은 비전통적 환경에서 완성한 작품에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작가는 축제 경로를 따라 행진하는 맹그로브 스틸밴드의 트럭을 위한 작품을 제작함으로써 해마다 달라지는 축제의 테마를 반영하고, 더 나아가 예술이 어떻게 카니발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한다. 2024년에는 ‘오디세이–황홀한 항해’라는 테마 아래 카리브해의 풍경을 담은 회화 연작을 완성했다. 거친 질감의 삼베 천 위로 수놓은 활기찬 색감과 단순하지만 역동적 형태의 구성은 경쾌한 리듬을 표현한다. 4월 12일까지, 타데우스 로팍 서울
상상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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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증적 경험에 의거하지 않은 재현의 재현으로 실재와 상상 사이 경계를 흐리는 ‘시뮬라크라’는 장 보드리야르에 의해 탄생한 개념이다. 김윤신, 김창억, 홍순명, 스콧 칸이 참여한 기획전 <숭고한 시뮬라크라>는 이런 시뮬라크라의 개념을 보다 확장한 시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다. 유기적 추상, 기하학적 구상, 리얼리즘, 초현실주의 같은 시각언어로 누구에게나 익숙한 자연을 낯선 모습으로 그린 작품은 각각의 제작 과정과 작가의 개념적 정의에 따라 이미지와 현실이 맺는 다양한 관계의 양상을 펼쳐낸다. 현실보다 생생한 재현은 때로 그 자체로 현실이 되어 지각과 믿음 사이의 인지적 연결성을 재정립한다. 3월 15일까지, 리만머핀 서울
- 사진출처
- COURTESY OF LEHMAN MAUPIN SEOUL, THIS WEEKEND ROOM, THADDAEUS ROPAC SEOUL, ASJ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