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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t’s Fine / 배우 이레&정수빈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속 꿈 많은 소녀 이레와 정수빈의 찬란한 밤. 행복을 좇는 이들의 빛은 이제 시작이다.

수빈이 입은 라운드 컷 슬림 핏 미니드레스는 민주킴(Minju Kim). 이레가 입은 카 레이스 앤 트로피컬 프린트 셔츠는 사카이(Sacai). 블랙 레더 버뮤다 팬츠는 잉크(Eenk).

비즈 자수 포인트 니트 원피스, 실크 자카드 소재의 플레어 미디스커트, 자수 장식 포인트 레이스 삭스, 베이지 가죽 모크 토 로퍼는 모두 펜디(Fendi).

데님 슬리브리스 원피스는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블랙 스티치 워커는 닥터마틴(Dr.Martens). 화이트 시스루 스타킹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스리버튼 재킷과 화이트 셔츠 원피스는 웰던(We11done).

도트, 타탄 체크, 스트라이프 패턴이 겹겹이 더해진 드레스는 아크네 스튜디오. 블랙 더비 슈즈는 닥터마틴. 그레이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수빈이 입은 투웨이 미디 레이어드 드레스는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이레가 입은 네크라인 프릴 레이스가 포인트인 화이트 집업은 YCH.

이레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이하 <괜괜괜>) 속 인영이는 지금 마주한 이레 씨 얼굴과는 사뭇 달랐어요. 어쩜 그렇게 잘 웃어요?
촬영한 지 벌써 4년이 됐어요. 저 때는 나름 성숙하다고 생각했는데, 화면 속 제 모습을 보니 왜 현장에서 저를 ‘꼬맹이’라고 불렀는지 알 것 같아요.(웃음) 카메라 앞에서 그렇게 크게 웃은 건 처음이었어요. 인영이는 무용할 때 제일 행복한 아이라 감독님이 더 활짝 웃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얼굴의 모든 근육을 써서 웃었어요. 영화를 보니 감독님의 디렉션이 이해되더라고요.

진짜 행복할 때는 내가 어떻게 웃고 있는지 알기 어렵죠.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그렇게 크게 웃은 순간은 언제였어요?
작품의 전체 호흡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과 무용단원으로서 춤도 배워야 해서 촬영할 때는 정신이 없었어요. 다른 드라마 촬영도 겹쳤고요. 촬영이 다 끝나고 지난해 베를린영화제에 참석한 게 정말 특별했어요. 제 인생 첫 국제영화제 참석이었어요. 촬영이 다 끝나고 오랜만에 만난 팀과 낯선 곳에 도착하니 전우애가 솟더라고요. 다 같이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추억이 됐어요.

첫 국제영화제의 강렬한 기억은 뭐예요?
GV가 인상적이었어요. 저희 영화에 한국적 정서와 언어유희가 많아 ‘문화와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이 영화에 공감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감동받았다, 뭉클했다”라는 반응이 나오는 게 신기했어요. <멜로가 체질> <유니콘>을 연출하며, 보편성을 섬세하게 해석한 김혜영 감독님의 능력을 마주하니 더 위대해 보였고요.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행복해야겠지.” 개인적으로는 김해숙 배우의 대사가 참 좋았어요. 요즘 일을 하는 이레는 행복한가요?
행복한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못해본 것 같아요. 행복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이란 뭘까?’를 더 많이 고민했어요. 어릴 때부터 어른들 틈에서 일하다 보니 감사하게도 보고 배우는 것, 얻은 게 많아요. 그중 가장 크게 배운 건 ‘좋은 사람이 되어야 또 보고 싶은 배우가 되고, 나를 또 찾아주는구나’라는 사실이었어요.

현장에서 본 ‘좋은 사람’은 대체로 어떤 특징이 있던가요?
타인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요. 사회생활을 할수록 정제된 감정 표현이 늘어난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어떤 방법으로 표현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어요. 어릴 때는 강한 사람을 동경했다면, 이제는 약하고 미숙한 부분을 드러내는 게 성숙한 용기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죠.
자신의 나약함과 부족함을 드러내는 게 진짜 강한 사람이더라고요. 저도 그런 어른이 되어보려고 노력하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해요.

그 용기를 채우는 방법이 있나요?
대학에 진학하고 든든해졌어요. 제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에요. 같은 고민을 하는 또래와 함께라는 게 이렇게 재미있고 행복한 일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요.

대학 진학은 어떻게 결정하게 됐어요?
처음부터 대학에 진학하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어릴 적부터 연기 활동을 이어오다 보니 초중고를 검정고시로 졸업했어요. 촬영 스케줄은 제 마음대로 조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요. 늘 어른들과 있는 게 익숙했는데, 어느 순간 ‘내 또래 연기하는 사람들과 소통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력이 쌓여 언젠가 현장에서 ‘선배’라는 호칭을 들었을 때, 그럴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론적 배움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배우를 업으로 하겠다는 결정은 언제 했어요?
어머니께서 “중학생쯤 되면 네가 연기를 계속하고 싶은지, 다른 게 하고 싶은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처음 이 얘기를 들었을 때는 현장에 가는 건 내게 당연한 일인데 이걸 고민해야 한다는 게 충격이었죠. 매 순간 진지하게 고민해봤는데 연기는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가장 직관적인 일이라는 생각에 더 하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대학 생활에는 만족해요?
100% 만족해요. 연기가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라는 걸 새롭게 경험하고 있어요! 소속감이 주는 행복감이 있더라고요. 대본을 펼치고 제 생각과 의견을 마음껏 얘기하면서 토론하고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과 함께 답을 찾는 과정도 즐거워요. 학교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할 수 있는 만큼 해도 누군가 제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도 좋고요. 언젠가 한 수업에서 교수님의 가르침에 감동받아 울컥한 적도 있어요.

도대체 어떤 가르침이었길래, 14년 차 배우를 울렸나요?
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연스럽게 연기하라’는 말은 배우 입장에선 오류가 있는 문장인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였죠.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서는 연기하는 사람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뭔가 속이 확 뚫리는 듯 시원했어요.

흥미롭네요. 배우에게 자유로운 건 어떤 상태인가요?
육체적·정신적으로 편안한 상태요. “무언가를 향한 기대를 하지 말고, 노력하지 않는 쪽으로 노력해라”라고 실천법까지 알려주셨는데, 이게 참 어려워요. 연기를 할 때는 기대감이 있거든요. 이 연기를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 그걸 예측하는 게 우리 일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기대한 만큼 실망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감정을 느낀 순간이 떠오르며 교수님 말씀에 동의했어요. 결국 제 선택이겠지만, 선택지를 늘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휴학하지 않았나요?
2년 열심히 다녔고, 최근에 휴학을 결정했어요. 대학생 시절이 너무 빨리 지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 준비 중인 작품이 있어서요.

친구들과 토론하며 연기가 좋은 이유는 찾았어요?
아직도 찾아가는 중이에요. ‘재밌다, 행복하다’라는 느낌은 분명한데 뾰족한 이유는 모르겠어요. 연기하면서 맞닥뜨리는 상황이나 사람에 대한 어려움이 있어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 걸 보면 ‘좋아하는구나’ 하는 결론은 명확해요. 이게 지금까지의 성과예요. 언젠가 이유를 찾게 되면 꼭 같이 말씀드릴게요!

대학에 진학하고 마주한 현장은 좀 달랐나요?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시즌2>가 학교에 가서 찍은 작품인데, 당시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와 학교 공연까지 준비할 때라 너무 정신이 없었어요. 정말 아쉬워요. 현장을 음미할 수 있는 작품을 기다리고 있어요.

나이나 성별, 인종 등 아무 제약이 없다면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어요? 이민자나 부랑자, 노숙자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핍박받는 외국인요. 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이야기의 일부가 되어보고 싶어요. 최근에 영화 <브루탈리스트>를 보고, 성별과 나이, 국적 등 모든 면에서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시선이 닿는 영화도 그런 쪽인가요?}요즘 영화를 볼 때 연기나 내용보다 촬영 기법부터 눈에 들어와요. ‘감독은 왜 이 사람을 이 각도에서 찍었을까? 분할을 왜 이렇게 했을까? 조명은 왜 이렇게 들어올까?’ 하는 부분요.

학교에 가고 성격도 많이 바뀌었죠?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변했어요. 소극적이고 낯도 많이 가리고 항상 조금 빠져 있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는데, 학교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다가가는 방법에 대해 배웠어요.

올해 드디어 성인이 됐어요. 큰 변화가 있나요?
크게 다른 점은 느끼지 못하겠어요. 회식 자리가 편하고 재미있어진 정도?

꼭 해보고 싶은 건 없었어요?민증 보여주기! 영화 보러 가거나 특정 장소에 가면 주민등록증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웃음)

성인이 되고 가장 자유롭게 한 일은 뭐예요?
초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와 단둘이 삿포로에 갔어요. 부모님이 걱정하셔서 패키지로 가긴 했지만 너무 좋았어요. 크게 특별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다르더라고요. 마침 그때가 한 작품을 끝내고 떠난 거라 부담과 걱정도 없었죠. 열심히 사는 게 이렇게 행복한 거구나 느꼈어요.


정수빈

영화 <괜괜괜>이 배우 정수빈의 첫 작품이죠?
맞아요. 제 인생의 첫 데뷔작, 첫 오디션이었어요. 당시 팬데믹 기간이라서 춤과 연기 영상을 보냈던 게 떠올라요. 

첫 촬영날이 기억나요?
너무 떨어서 잘 기억은 안 나요. 작품에 해가 되지 않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감독님이 좋게 봐주셨어요. “집중해서 열심히 하는 모습이 고맙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말씀이 저도 너무 감사했고요. 

이 영화를 통해 경험한 수많은 처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뭔가요?
첫 시사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함께 영화를 봤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들 모두 울었어요. 감독님이 이 영화를 포기하지 않으신 덕분에 무사히 개봉할 수 있었어요. 해외 영화제 참석과 GV, 한창 돌고 있는 무대 인사까지 모두 신기해요. 

매체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배우에게 무대 인사는 특별한 경험이죠. 어땠어요?
이렇게 많은 편지를 처음 받아봐요.(웃음) 외국 팬이 보낸 편지 중 한국어를 필사한 내용이 있었는데, 한 글자 한 글자 진심으로 써 내려간 걸 보니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괜괜괜>과 U+모바일tv 오리지널 드라마 <선의의 경쟁> 덕분에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있어요. 

배우를 준비하며 이런 순간을 상상해본 적은 없어요? K-콘텐츠의 시대잖아요. 
어휴, 꿈도 꿔본 적이 없어요. ‘다음 작품으로 더 큰 울림과 감동을 드리고 싶다. 더 성실히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커졌어요. 

건강한 마음이네요. 대한민국 상위 1% 여고에서 벌어지는 욕망을 담은 드라마 <선의의 경쟁>의 슬기는 어떻게 만나게 됐어요?
오디션을 보고 미팅을 여러 차례 진행했어요. 믿음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슬기’를 준비하며 참 많이 걸었어요. 생각할 게 많더라고요. 

숱한 시간을 걸으며 슬기를 어떻게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나리오에서 슬기를 만났을 때 하얀 도화지 같았어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크고 작은 영향을 받으며, 알록달록 예쁜 작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러 인물과 마주했을 때 그 시기의 성장을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제이(혜리 분), 예리(강혜원 분), 경이(오우리 분) 등 사람들과 얽히고설키며 성장해가니까요. 

슬기는 성적을 위해 약까지 먹으며 공부해요. 수빈 씨의 인생에서 이토록 간절히 원해본 게 있나요?
슬기만큼은 아니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간절한 건 입시였어요. 연기를 뒤늦게 시작한 터라 대학교 진학이 이 세계와 가까워질 수 있는 등용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원래 꿈은 뭐였어요?
경찰대를 준비하며 경이와 제이처럼 학원에 열심히 다니는 학생이었어요. 학원 가서 치열하게 공부하고 학교 다니는 동안 열심히 하는 태도를 몸에 익힌 것 같아요. 그러다 우연히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고 고3 때 진로를 확 틀었죠. 

갑자기 왜 그런 선택을 했어요?
나이 지긋한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열정적으로 연기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그 순간 제 머릿속에 ‘행복해야겠다!’라는 느낌표가 꽉 들어찼어요. 당시의 저는 ‘행복하다’보다 ‘힘들다, 불행하다’라는 생각을 더 많이 했거든요. 그분들이 연기하는 모습이 제게 행복의 표상처럼 인식됐어요. ‘저게 행복인가? 나도 연기라는 걸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으로 부모님을 설득했어요. 

부모님의 반대가 심하지 않았나요?
심했죠. 저도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미래인 걸요. 부모님께서 많이 염려하셨는데, 아버지께서는 한편으로 응원해주셨어요. 사실 이 연극을 보러 간 건 아버지 덕분이었거든요. 생계를 위해 회사원이 됐지만 그전에 아버지도 연극배우로 활동하셨대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도 아버지 친구분들이 올린 무대라 보러 간 거고요. 지금은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하세요.   

그 행복의 표상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진짜 행복하던가요?
네! 카메라가 돌면서 제가 다른 인물로 살아가는 순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해요. 제 의도나 생각이 지워지고 오롯이 다른 인물로 존재할 때가 있는데,     그 순간이 너무 좋아요. 누군가 훈훈한 온기로 저를 지켜주는 것 같아요. 

배우가 되고 정수빈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달라졌어요?
과거의 저는 모든 걸 혼자 감내해야했어요. 민폐가 되면 안 되고, 혼자 열심히 해서 이뤄내야 했다면, 지금은 ‘어려우면 물어보고 같이 하자, 누군가에게 배움을 얻자’고 생각해요. 배우라는 직업은 모두가 함께 노력할 때 존재할 수 있어요. 오늘 화보 촬영만 해도 기자님, 사진가,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링 실장님이 있어야 저를 담은 사진이 나오는 것처럼요. 

오늘 현장에서 ‘고맙습니다’를 100번쯤 한 것 같아요. 그렇게 받은 고마움을 최대한 표현하려 하나요? 
그 마음을 입 밖으로 최대한 표현하려 하고, 가능한 한 함께하는 스태프의 이름을 외우고 분위기를 돋우려고 해요. <트롤리> <아일랜드> <수사반장 1958> 등 감사하게도 좋은 현장을 경험한 덕분에 이런 마음을 배울 수 있었어요.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어떤 고민을 해요?
‘어떻게 하면 더 따뜻하고 건강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저 혼자만 간직해오던 고민인데, 최근 손석구 선배님과 무대 인사를 돌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선배님도 따듯한 세상에 대한 고민이 가득하시더라고요. 

어떤 이야기를 했어요?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결론은 이거예요. ‘애교가 가득한 세상을 만들어보자!’ 연기를 통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된다면 제가 참여하는 작품으로 더 큰 따뜻함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아직 배우 정수빈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어떤 작품을 먼저 추천해주고  싶나요?
영화 <괜괜괜>요. 연기를 처음 시작한 작품이니까요. 그때의 제 모습이 낯설기도 하지만 후회 없이 지나온 시간이었기에 그 시작을 봐주시면 좋겠어요. 

배우로서 욕심나는 수식어가 있어요?
‘파워 긍정’요. 제 이름의 한자가 받을 수(受), 빛날 빈(彬)이에요. ‘빛을 받는다’라는 뜻인데, 그 빛을 받아서 다시 돌려드리고 싶어요. 많은 사람에게 빛과 에너지를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어떤 방법으로 행복을 찾아요?
등산을 가요. 주변에서 즐기는 사람이 없어 혼자 훌쩍 떠나곤 해요. 

최고로 꼽는 산이 있나요? 
설악산을 좋아해요. 한계령에서 대청봉까지 가는 코스도 좋고, 빠르게 가고 싶은 날에는 오색 코스를 밟아요. 재작년부터 1년에 한 번씩은 가보려고 해요. 

정상에 올랐을 때 세리머니도 하나요? 
감사한 마음만 남아요. 날씨가 안 좋으면 정상까지 갈 수가 없어서 산이 저를 허락해준 것에 감사하고, 온전한 두 다리로 여기까지 왔고, 두 다리로 내려갈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에요. 그리고 정성스럽게 준비한 도시락을 먹어요. 올라가기 전부터 메뉴를 고심하거든요. 김치찜을 가져갔을 때가 제일 맛있었어요. 

행복해지는 방법을 잘 알고 있네요. 수빈 씨를 배우의 길로 이끈 <고도를 기다리며>의 배우를 다시 만난다면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저도 선생님들처럼 오랫동안 행복하게 연기할 수 있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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