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얼마 전 끝났는데, 오늘도 훈련하고 오는 길이라면서요? 한 달 새 금메달 두 개를 딴 후의 연습은 뭐가 다른가요?
3월 말에 세계 선수권 대회가 있어서 훈련은 평소랑 비슷해요. 바로 밥 먹고 훈련하러 갔어요. 지난주까지는 실감이 안 났는데, 오늘은 조금 다른 기분으로 연습했어요. 끝나면 비시즌 기간으로 들어가요. 그때는 안무도 짜고 새로운 것도 연습하면서 보낼 것 같아요. 제가 ‘ISFJ’인데, 오늘 인생 첫 화보라 너무 긴장돼요.(웃음)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또 2025 ISU 피겨스케이팅 사대륙 선수권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따면서 모두를 놀라게 했어요. 예상했나요?
금메달을 따고 싶었지만, 다 잘하는 선수들이라 제가 할 것만 하고 결과는 기다리자는 생각으로 준비했어요. 저번 시즌보다 이번 시즌이 부상도 없이 계속 잘 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메달도 땄지만, 계속 개인 최고 점수를 달성하고 있어요. 채연 선수에게는 어떤 게 더 의미가 있나요?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면서 메달을 딸 수 있으면 가장 좋지만, 제 기록을 깨는 게 좀 더 의미가 있어요. 이번 대회에서는 긴장되는 부분을 조금씩 컨트롤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하고요. 그간 연습을 잘해왔으니 자신감을 가지려고 했어요.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날은 어떤 기억으로 남았나요? 경기를 마친 직후엔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메달을 땄을 때는 그냥 기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하얼빈에서 태극기를 1등으로 올려서 뿌듯하고 영광이었고요. 숙소에 가서는, 경기 영상 다시 보면서 잘한 점도 찾고, 조금 부족한 점도 찾아봤어요. 중간에 조금 삐끗했던 부분이나 아니면 ‘이 동작은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부분들요.
이번 시즌 어떤 경기가 가장 만족스러웠나요?
이번 동계 아시안게임 전에 열린 2025 피겨스케이팅 종합 선수권 대회의 프리 프로그램을 제일 잘한 것 같아요. 우선은 제가 준비한 걸 제일 깔끔하게 한 대회였어요. 긴장하기보다는 즐기면서 자신 있게 탔어요.
많은 선수를 인터뷰해보면 ‘내가 해온 그 이상을 바랐다’라고 말씀하는 분은 없더라고요. 그러니까 ‘준비한 만큼만 보여줘도 성공이다’라는 거죠. 이번엔 얼마나 보여준 것 같아요?
반 이상은 보여드리지 않았나 싶어요. 70%? 대회마다 더 늘리고 싶어요. 그게 목표예요. 사람이 항상 잘할 수는 없으니까요. 못했을 때는 생각했던 것이나 연습이 덜 된 것은 차분히 노력하려고 해요.
경기에 오르기 전 루틴이 있어요?
저희 선생님이 알려주신 건데요. 순간적으로 근육이 긴장할 때 다리가 떨리는데, 그때 다리를 때리면 순간적으로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고 말씀해주셔서 항상 다리를 세게 쳐요. 몸 풀 때는 긴장을 덜기 위해서 K-팝이나 힙합을 주로 듣고요. 들어가기 직전에 신발 신을 때는 제 프로그램 노래를 들으면서 음악에 집중하려고 해요. 제가 에스파 팬이어서 이번에는 ‘Whiplash’를 많이 들었어요.
피겨는 음악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직접 의견도 내나요?
제가 말씀드릴 때도 있고. 아니면 안무가 선생님이나 코치님이 추천해주시는 경우도 있는데, 보통 선생님들이 추천해주시는 노래가 좀 더 잘 나오더라고요. 곡이 정해지면 안무는 같이 맞추면서 해요.
채연 선수가 잘할 수 있게 안무를 짜는 거죠? 그러면 채연 선수의 안무는 어떤 특징이 있어요?
저랑 비슷한 선수도 있겠지만, 제가 다른 선수보다 트랜지션이 조금 많아요. 이어주는 요소 사이의 동작과 빠른 느낌의 프로그램이 많아요.
어머니가 디자인한 의상을 입고 경기에 출전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어머님이 ISU ‘베스트 의상상’ 후보가 됐는데, 응원 중인가요?
축하한다고 말씀드렸어요. 워낙 다른 후보 선수들 의상이 예뻐서요. 엄마도 큰 기대는 안 하세요.(웃음)
원래 엄마와 딸은 패션관이 서로 안 맞는 경우가 많은데요.(웃음)
잘 안 맞아요.(웃음) 그래서 저는 거의 의견을 안 내고 엄마랑 코치님이 디자인한 걸로 맞춰요. 제가 좋아하는 색과 엄마가 좋아하는 색이 많이 다르거든요. 쇼트, 프리, 갈라 프로그램 의상까지 세 개 정도 만드시는데, 어머니만 힘들지 않으시면 계속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옷을 입고 싶어요. 저는 프리 프로그램 ‘내면의 속삭임’ 의상을 제일 좋아해요.
‘내면의 속삭임’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궁금하네요.
처음에 제가 잘 안 되어서 좌절하고 방황하는 시기를 제 안에서 또 다른 자아가 새로운 길을 찾아주는 과정으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마지막에는 방황을 끝내고 원하는 걸 이룬다는 느낌의 작품이에요. 조금 어려웠어요.(웃음) 하지만 의미가 좋고 프로그램도 예쁘게 나와서 안무가 선생님께도 감사드려요.
4학년 때 취미로 시작한 스케이트가 지금은 모든 것이 됐습니다. ‘더 일찍 시작할걸’ 후회하나요?
가끔 그런 생각도 했는데, 이미 지나간 일이어서 딱히 후회는 안 해요. 제가 좋아서 시작했고, 기술이 하나씩 늘수록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늦게 시작하면 아무래도 제 또래는 다 잘 타는데 저만 못하면 더 속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오히려 원동력이 됐어요.
선수 생활을 시작할 때 ‘피겨가 좋은데 1등 아니면 시작도 하면 안 되냐’면서 엉엉 울었다면서요? 그때는 어떤 마음이었어요?
엄마가 너무 늦게 시작하는 거 아니냐고, 힘들 것 같다고 반대하셨는데 제가 너무 하고 싶어 시작했어요. 스케이트 타고 집에 가면 내일도 하고 싶었거든요. 힘들 때도 가끔은 있어요. 그래도 처음 시작할 때 제가 하고 싶었던 걸 생각하면 다시 하고 싶어져요. 저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때부터 지금까지를 되돌아보면 언제 선수로서 가장 크게 성장한 것 같아요?
주니어 데뷔 시즌과 그다음 시즌이 가장 많이 발전한 것 같아요. 저 스스로는 매일 뛰던 점프니까 느끼지는 못했어요. 영상을 찾아서 보면 ‘확실히 많이 늘었구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은 훈련할 때 어디에 집중하고 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퀄리티를 높이는 거요. 이제 새로 짜는 프로그램에서는 이번 시즌보다 모든 부분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드리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제 경기를 보고 편지나 댓글로 “많은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라고 해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 말 들을 때 기분이 가장 좋아요.
피겨 선수에게 ‘클린’ 경기를 하는 건 중요하죠. 어떻게 해야 ‘클린’할 수 있나요?
그냥 자기 자신을 믿고 연습을 열심히 하면 돼요. 아무래도 연습 때처럼 항상 잘된다는 보장도 없고. 그날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 연습 때 잘한다고 해서 마음 놓고 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최대한 안 되고 있는 걸 될 때까지 연습하는 편이고요. 연습이 끝나면 안 됐을 때의 영상을 보면서 바꾸려고 노력해요.
피겨는 종목 특성상 예술과 기술, 다 중요하잖아요. 뭐가 더 어렵게 느껴지나요?
둘 다 어렵지만, 선수 생활을 통틀어서 본다면 예술적인 부분요.
채연 선수에게도 ‘치팅데이’가 있죠? 뭘 먹나요?
떡볶이요. 대회 끝나고 나서, 아니면 한 달에 한두 번씩 먹고 싶은 거 먹어요. 가끔 친구들과 놀러 가기도 하고요.
이제 다음 목표는 뭔가요?
우선은 제 개인 기록을 깨는 거요. 피겨스케이팅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걸 다 보여드려고 해요. 그다음 시즌에 열릴 올림픽을 위해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많은 분들에게 항상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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