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루어 ‘그린 어워즈’의 수상작을 소개합니다 (3)
지구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얼루어 코리아>가 선택한 브랜드는? 지속 가능성을 전파하는 것,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에 진심인 브랜드를 힘껏 응원하기 위해 이 상을 수여합니다.
1세대 지구 수호자 상 AVEDA
40년이 넘게 일관된 철학을 유지하며 시대에 맞춰 진화한 아베다는 오늘도 사람과 지구를 위한 아름다움을 완성한다.

우리는 환경을 위해 생각보다 다양한 고민을 하고 분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물건을 사기 전 제품이 담긴 포장재를 먼저 마주할 텐데, 이 과정에서 눈앞의 포장이 과해 보여 신경이 쓰인다면 포장재를 덜 사용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을 테니까. 제품 생산 도중 발생하는 온실가스, 원료를 위해 길러지는 동물, 동물을 키우기 위해 열대우림을 태워 숲을 사막화하는 과정까지. 환경에 관심을 갖고 무엇이 문제인지 인지하고 있다면 충분히 다른 선택지를 찾을 수 있다. 그러기에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의 노력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아베다가 묵묵히 걸어온 길처럼. 지금과 달리 지구를 사랑해야 한다는 관점이 뿌리내리기 전이었지만 아베다는 그랬다.
1987년 브랜드가 탄생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아름다움이 지구를 해쳐서는 안 된다’라는 브랜드의 DNA는 결코 변하지 않았다. 환경운동가이자 헤어 살롱 아티스트였던 창립자 호스트 레켈바커(Horst Rechelbacher)의 철학 때문이다. 아베다는 뷰티업계 최초로 100% PCR 패키지를 도입한 브랜드 중 하나로, 최근 ‘지구의 달’을 맞아 출시한 리미티드 보태니컬™ 본드-빌딩 스타일링 크림의 튜브는 96%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었으며, 그중 92%는 해양 폐기물에서 얻는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100% 풍력과 태양열에너지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고, 모든 제품의 포뮬러는 100% 비건 성분으로 전환했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음은 물론, 비즈왁스·꿀·케라틴·글리세린 같은 동물 유래 성분조차 사용하지 않는다.
1999년부터 지속된 ‘지구의 달 캠페인’ 기간에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은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하고, 브랜드 네트워크를 통해 기부 및 환경보호 활동을 전개하면서 지금까지 1억 달러(약 1051억원) 이상의 기금을 모았다. 이를 통해 150만여 명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해왔다. 제품 성분과 원료의 윤리적 조달 과정, 패키지, 환경 캠페인까지. 소비자가 아베다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에서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아베다가 지켜온 가치다.
발상의 전환 상 DIESEL
자칫 고루해질 수 있는 ‘지속 가능성’ 프레임에 파괴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 디젤의 추진력에 박수를.

데님은 싱그러운 청춘의 상징이지만 둘째가라면 서러운 환경 파괴 주범자다. 청바지 한 피스를 만들 때 4인 가족이 5~6일을 사용할 약 7000L의 물이 필요하고, 멋내기용 워싱 단계에선 엄청난 양의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데다 어린 소나무 11.7그루를 심어야 상쇄될 32.5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이에 데님을 주력으로 다루는 디젤 하우스는 지구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더불어 재밌고 힙하게 즐길 방법을 꾀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글렌 마틴스는 비정형적이고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으로 젠지세대를 유혹했고, 그들에게 ‘지속 가능한 데님’이라는 인식을 심는 데 성공했다.
그 일환 중 하나인 ‘DIESEL♥️VES’ 협업 프로젝트는 홍보를 위한 맹목적인 파트너십 추종에서 벗어나 오히려 경쟁사의 손을 잡는 식이다. 두 브랜드의 미판매 재고를 결합해(예를 들어 앞판은 디젤, 뒤판은 경쟁사 아이템으로 합체) 의미 있는 한정판 캡슐 에디션을 탄생시킨 것. 그뿐 아니라 데님에 대한 지속 가능성을 심층 분석하는 5부작 미니 다큐멘터리 <디젤: 비하인드 더 데님>도 공개했다. 진지하지 않아서, 코믹하고 가벼워서 팝콘 먹으며 쉽게 볼 수 있기에 “지속 가능성은 섹시합니까?”라는 질문에 “물론이지!”라는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밖에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와 폐기물의 선순환 구조 구축, 혁신적인 리피브라 재생 소재 사용, 물 없이 염색하는 드라이 인디고 기술 도입, 데님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디젤 세컨드 핸드’ 이니셔티브 진행 등 다방면으로 친환경 행보를 펼친다. 2025 F/W 패션쇼 런웨이에서 선보인 엉덩이 골 노출 로웨이스트 청바지만큼 극적이고 파격적인 액션으로 지속 가능한 비전을 내비치리라. 강하고 질긴, 해지거나 찢어질수록 매력이 배가되는 디젤의 데님과 쿨하고 섹시하게 지구를 보존할 준비, 되었는가?
패션 지니어스 상 RE;CODE
누구보다 먼저, 누구보다 폭넓게 패션의 영역에서 지속 가능성을 실험하고 확장해온 ‘래코드(RE;CODE)’. 제로 웨이스트와 로컬 생산, 장인정신 등의 원칙으로 지금까지 의류 3만3010벌이 새롭게 태어났다.
코오롱의 브랜드 ‘래코드(RE;CODE)’는 언제 탄생했을까? 정답은 2012년. 요즘은 모두가 지속 가능성을 말하고, ‘그린워싱’에라도 뛰어들어야 하지만, 2012년 래코드의 행보는 누구보다 빠르고, 시대보다 앞선 것이었다. 래코드는 다가올 시대적 책임을 내다보고, 자사가 운영하는 브랜드 20여 개의 3년 치 재고를 어떻게 하면 소각하지 않고 패션 회사다운 방식으로 되살려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컨셔스 패션 브랜드다. 재고는 패션 브랜드라면 필연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 래코드는 지속 가능한 소재와 업사이클링 기법을 통해 새로운 컬렉션을 제작하는 ‘Clothes to Cothes’ 방식을 선보이고, 이를 나이키, BTS, 지용킴 등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계속 확장해왔다. 친환경 제품을 선보이는 다양한 브랜드가 래코드와 손 잡는 것 역시 그동안 쌓은 진정성과 신뢰에 기반한다. 최근에는 시몬스, 슬로우베드 등 매트리스 브랜드와의 업사이클링 협업, MMCA를 위한 지속 가능 유니폼 디자인, KT의 현장 작업복 업사이클링 등을 진행했으며 자동차 브랜드, 엔터사 등 협업의 경계는 넓어지는 중. 그 결과 지금까지 3만3010벌이 새롭게 탄생했고, 협업을 이룬 파트너사 역시 155개에 달할 정도로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컨셔스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브랜드 슬로건인 ‘This is not just fashion’은 단순히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에 그치지 않고, 버려지는 것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전환하는 실험을 이어간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싱글맘, 새터민, 난민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교육과 협업을 통해 창의적이고 지속 가능한 기회를 만들며 함께 성장할 공동체의 기반을 다지기도 한다. 또 2022년 브랜드의 론칭 10주년을 기념하며 시작한 ‘리콜렉티브’는 지속 가능성을 위해 브랜드와 아티스트가 함께하는 아트 프로젝트로, 작년 협업한 서도호 작가는 래코드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보통 패션 브랜드는 물건을 팔고 끝나버리는데, 래코드는 벗길수록 내러티브가 있다. 맥락을 다루고, 화두와 담론을 던지는 브랜드다.” 래코드가 제안하는 소비는 단순히 ‘옷을 산다’는 행위를 일찌감치 넘어선다. 환경을 지키는 책임 의식, 연대의 가치, 그리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선택이 궁금하다면, 래코드의 매일과 발을 맞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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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레이터
- 김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