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시점 바다 생태계의 생생한 이야기 (2)
아는 만큼 공존한다. 바다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목격한 이들이 전하는 생생한 기록.




촬영감독 김동식
영화 <고래와 나>는 제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 후보로 거론됐다. 국내 최초 8K 수중 촬영은 물론, 고래의 키스와 수유 순간을 최초로 포착했다. <고래와 나>는 김동식 감독과 그의 오랜 동료인 임완호 감독이 평생에 걸쳐 찍은 고래 영상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김동식 감독은 5부작으로 기획한 KBS 다큐멘터리 <동물의 대이동> 중 4부 ‘바닷길의 신화-고래’를 촬영하려고 멕시코로 떠나 난생처음 고래를 마주했다. 그는 공식 허가가 나지 않아 물속에 들어가지 못하고 몸을 배에 걸친 채 혹등고래 두 마리를 카메라에 담던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한다. “혹등고래 두 마리가 하얀 배를 까뒤집고 오는데,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압도됐어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죠. 이 얘기를 하는 지금도 소름이 돋아요!” 그 강렬한 찰나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이 영화 같은 만남 외에 고래에 대해 알수록 애정이 가는 이유는 지구환경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14년간 <환경스페셜> 66편을 촬영하며, 그는 해양의 가치에 깊이 빠져들었다. “해양생물 중 고래를 열심히 기록하는 이유는 고래가 지구환경에 꼭 필요하고, 인간과 모든 것이 많이 닮았기 때문이에요. 고래의 변은 산소를 만들어내는 바다 미생물의 먹이원이 돼요. 이건 아마존의 숲보다도 큰 역할을 하죠. 고래가 죽으면 한 마리당 33톤의 탄소를 몸에 저장하고 낙하해요. 몸속 지방과 단백질 사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수 톤을 저장하고 있어서 ‘살아 있는 탄소 저장고’라고도 하죠. 몸이 분해될 때까지 지구환경에 이렇게 큰 영향력을 끼치는 생물이 또 있을까요?” 촬영을 할수록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걸 깨달은 김동식 감독은 50대에 늦깎이 대학원생이 되어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독도 바다의 어류 서식을 연구한 그에게 최근 발생한 바다의 이상 현상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 독도와 울릉도 바다는 6개월은 난류, 6개월은 한류예요. 쓰시마해류가 제주도로 올라오면서 서서히 갈라져 최대 울진까지만 올라가죠. 그렇게 울릉도와 독도까지가 한계인데, 제주 바다에 서식하는 파랑돔이 강원도 고성에서 발견된 건 일종의 사건이에요. 울릉도에 있던 오징어가 서해에서 잡히고, 수심 12m까지는 수온이 너무 높아 해조류가 멸종할 정도로 바다가 척박해졌어요. 요즘 바다에 들어가면 문어가 플라스틱 통에 갇힌 ‘고스트 피싱’도 심심찮게 목격해요.” 그는 업계의 오랜 선배로서 자연 다큐의 맥이 끊기지 않도록 길을 터주는 것도 있지만, 자연을 좇고 찍는 이유는 명확하다.
“촬영한 장면을 보고 시청자 스스로 참여하고 싶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경각심을 높이고 싶어요. 나아가 이런 기록은 다큐멘터리 감독을 넘어 학자로서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구환경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최대한 늦춰서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뿐이죠”라며 단단한 집념을 드러내 보였다.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지구를 밟고 서 있는 한 인간으로서 그의 목표는 비수처럼 꽂힐 수 있는 순간을 영상으로 찍는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서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봤어요. 큰 로프에 감긴 혹등고래가 밥을 못 먹어서 앙상해져 있고, 몸에는 따개비가 붙어 있는 죽기 일보 직전의 상태였어요. 그런데 저기서 수컷 혹등고래가 다가와 밑을 받쳐주고 있더라고요. 숨을 쉬라고 밀어 올려주기도 하고.” 살아 있는 팩트만큼 강력한 그림은 없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김동식 감독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뭉클한 순간을 찾아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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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UNDERFILM,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