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생각하는 맛있는 비건 식단 (1)
환경을 위한 지속 가능 식생활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셰프의 요리를 소개한다. 세상에 맛없는 채소는 없다.

레귬 | 셰프 성시우
‘2025 미쉐린 가이드’ 1스타에 이름을 올린 레귬은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았다.채소를 향한 성시우 셰프의 모험 정신이 완전 비건을 추구하는 파인 다이닝으로는 최초의 성과를 냈다.
비건 레스토랑을 오픈한 계기는?
스와니예에 근무할 당시 메뉴 개발이 주된 업무였다. 덕분에 안 써본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식재료를 접했는데, 육류에서는 어떤 한계에 부딪쳤다. 스테이크를 대접했을 때 “고기가 너무 맛있어요”라는 피드백보다 호박 요리를 두고, “호박에서 어떻게 이런 맛이 나요?”라는 피드백이 더 심장을 뛰게 했다.
채소의 경우 셰프의 개입이 더 많아지나?
육류는 질 좋은 재료가 있으면 조리법이 간단해지더라. 결국 가니시 정도가 요리의 변수다. 반면 채소는 요리사의 손을 더 많이 타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채소를 먹는 방식이 제한적이기에 대중에게 더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채소를 메인으로 했을 때 요리에 접근하는 방식도 달라지나?
채소만으로 요리한다는 건, 사람과 조형, 풍경 등 다양한 요소를 두고 촬영하던 영화를 단순한 조형물만으로 찍는 것과 같다. 영상을 촬영하는 건 변함없지만, 장르가 바뀌니 접근 방식도 달라졌다.
파인 다이닝에는 코스가 존재한다. 코스의 무게를 어떻게 유지하나?
코스의 격차를 느낄 수 있게 담음새와 색감, 식감에 차이를 둔다. 요리의 디자인에 신경 쓰고, 메인 요리에는 임팩트를 주기 위해 주로 수분감 있는 채소를 사용하는 식이다. ‘채소 코스’라는 개념이 낯설다 보니 내 개인의 경험을 대입하기도 한다.
식재료로서 채소의 매력은 무엇인가?
다채로운 색감과 계절감이 인간만이 지닌 ‘감정’이라는 요소를 건드린다. ‘어떻게 하면 더 논리적으로 인간의 감성을 건드는 요리를 할 수 있을지’를 연구한다.
2025년 ‘미쉐린 1스타’에 선정됐다. 다이닝 신의 변화를 체감하나?
여전히 긴가민가하는 분이 많다. 이런 선입견을 깨려고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에서 미쉐린도 별을 주지 않았나 싶다. 단골이 생길 때면 누군가의 입맛을 만족시켰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언젠가 50~60대 아버님 네 분이 레귬에서 동창 모임을 한 적이 있다. 너무 생경한 풍경이라 식당에 온 경로를 물으니 한 분은 고혈압, 한 분은 당뇨 때문에 고기 메뉴를 제외하니 마땅히 갈 곳이 없었는데 딸이 추천해줬다고 하시더라. 여러 이유로 채식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선택지를 늘린 것 같아 뿌듯했다.
요리를 할 때 지키는 마음은 무엇인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요리의 전부다’. 요리를 만드는 사람부터 즐기는 이까지 아무도 스트레스받는 사람이 없을 때 레스토랑 역시 지속 가능할 수 있다고 믿는다.
도전해보고 싶은 채소가 있나?
알로에를 쓰고 싶어 연구 중인데 쉽지 않다(웃음).

르오뇽 | 셰프 허진석
프랑스어로 ‘양파’라는 의미의 르오뇽은 프렌치 요리를 선보인다. 르 코르동 블루 출신의 허진석 셰프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식 프렌치 요리를 통해 익숙한 재료를 참신하게 풀어낸다.
페스코 베지테리언 다이닝을 오픈한 계기는?
오랜 시간 셰프로 일하며 ‘요리사는 그저 맛있는 요리만 하면 되는 걸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졌고 식재료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이후 나 자신도 페스코 베지테리언을 실천하고 있다. 우리의 외식 생활에서도 육류가 없을 수 있음을 알리고 새로운 문화를 조성하고 싶다.
육수 없이 프렌치 요리가 가능한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육수 대신 채수와 치즈, 버터 같은 유제품을 활용해 그에 버금가는 풍미를 끌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한다. 그 과정에서 제조 원가가 높아지기도 하지만 감수할 일이라 생각한다.
메뉴 구성에 중점을 두는 부분은?
채소의 영양분을 활성화하려면 단백질이 필요하다. 재료 궁합에 따라 채소의 품격이 좌우된다. 채소가 주연인 메뉴를 만들 때는 맛과 영양의 균형과 시너지를 내는 궁합을 찾는 데 지속적인 연구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가 식탁에서 가장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희소성 높은 특수 채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재료가 부족할 때는 매장 근처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한다.
메뉴 외에 어떤 방식으로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나?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려 한다. 일주일에 3번 가락시장에 가서 소진할 수 있는 만큼의 채소와 생선을 구입한다. 사용하고 남은 뿌리나 잎, 꽃 등은 발효나 절임 연구에, 모양이 어긋난 재료는 가니시에 활용한다. 그래서 우리 다이닝에는 정형화된 가니시가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에 꽂힌 채소가 있나?
야콘. ‘땅속의 배’로 불리는 이 채소는 특유의 향이나 식감이 독특하다. 예전에는 자주 먹었는데, 요즘은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더라. 시장 조사를 해보면 사람들이 찾는 식재료만 재배해서 재료가 단일화되는 현상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르오뇽에서 더 펼치고 싶은 요리는?
발효 요리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효소를 만들어 소스에 활용하고, 식초와 콤부차, 술도 빚는다. 시간과 자연이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발효는 매력적인 조리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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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그래퍼
- 오은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