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쓰고, 다시 쓰고, 아껴 쓰고. 물 보호를 위한 패션 뷰티 업계의 행보.

패션계의 수질 보호
1992년 유엔(UN) 제정을 시작으로 올해 33주년을 맞은 ‘세계 물의 날(3월 22일)’은 매년 물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선정한다. 2025년은 유엔이 ‘빙하 보존의 해’로 선포한 해이며, 이에 맞춰 ‘세계 물의 날’ 역시 빙하 보존을 주제로 삼아 녹아내리는 빙하와 극지방 생태계 보호에 초점을 맞춘다. 유엔은 지난 3월,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빙하 보존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열어 주목을 끌었으며, 국내외 브랜드와 기업도 이에 동참해 수질 보호 운동을 펼치고 있다. 전국 지자체에서 빙하를 주제로 한 공모전을 개최하고, 환경부는 물 관리 정책에 기여한 유공자와 단체를 대상으로 정부 포상과 장관 표창을 수여하며, 물 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있다. 한편 해외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지난 2월 20일, 글로벌 비정부 인도주의적 구호 단체 ‘머시 콥(Mercy Corp)’과 국경 없는 엔지니어 미국 지부 등 글로벌 파트너들이 참여한 웹 세미나 ‘행동의 물결’을 진행하며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패션계 역시 물의 소중함을 강조하며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영감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 부쉐론은 아이슬란드의 빙하 지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물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오 드 블루’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였다. 프라다는 2019년부터 유네스코 정부 간 해양학위원회와 협력해 진행 중인 해양 보호 프로젝트 ‘시 비욘드(Sea Beyond)’의 일환으로, 2025년 세 번째 다큐멘터리 에피소드를 통해 수질 개선과 해양생태계 보존의 메시지를 전한다. 나이키도 순환 프로그램 ‘무브 투 제로’ 캠페인을 진행하며, 2025년을 맞이해 새로운 지속 가능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직물 염색과 마감 처리 과정에서 담수 사용량을 kg당 25% 감축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전체 담수 사용량의 약 91%가 소재 조달 및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만큼, 유기농과 재활용 면을 적극 사용해 물 소비를 줄이고 유역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또 세계자연기금(WWF)과 네이처 컨서번시 같은 환경 NGO와 협력해 호주, 브라질, 인도, 파키스탄, 미국 등 면화 생산 지역의 수자원 복원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130억 L 이상의 물을 복원하겠다는 약속을 실천 중이다.
이처럼 패션계는 물의 가치를 재조명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초록빛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패션산업이 수질오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경각심을 바탕으로, 생산과정 자체에 수질 개선 시스템을 도입하며 묵묵히 변화를 이끄는 브랜드도 적지 않다. 랄프 로렌은 염색 공정에서 물을 재활용하고 재사용하는 세계 최초의 제로 폐수 면 시스템 ‘컬러 온 디맨드(Color on Demand)’를 도입했다. 물 절약 효과 외에 면의 염색 공정에서 쓰이는 화학물질과 염료, 에너지 사용량을 크게 줄여 혁신적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염색 공정 대비 물 사용량을 40% 줄이고, 화학물질을 약 85% 적게 사용하는 성과를 거뒀다.
디젤과 리바이스는 데님 한 벌을 만드는 데에 물 7000L를 사용할 만큼 수질오염의 주범으로 알려진 오명을 벗기 위해 힘쓰고 있다. 리바이스는 ‘Water<Less™’ 기술을 통해 물 사용량을 최대 96%까지 저감하고, 2030년까지 ‘모두를 위한 수자원’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디젤도 물 대신 오존 가스를 활용해 데님 염료를 분해하고, 미스트 노즐을 도입해 물과 화학물질 소비를 절반으로 줄이는 친환경적인 생산 방식을 채택해 시그너처 데님 아이템을 생산하고 있다. 수많은 브랜드와 기업이 수자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액션을 펼치고 있지만, 이런 노력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면 개인의 참여도 중요하다.
가정에서 벌어지는 잘못된 세탁 방식은 수질오염의 큰 원인 중 하나로, 이를 바로잡기 위해 파타고니아가 앞장섰다. 파타고니아는 ‘듀티 오브 케어(Duty of Care)’ 캠페인을 통해 미세섬유 배출을 줄이는 의류 관리법을 알리고 있다. 방수·방풍 같은 기능성 소재로 만든 아웃도어 의류는 손상될까 봐 세탁을 꺼리는 소비자가 많은 점에 착안해서 제작한 메인 영상과 함께 방수 재킷 세탁 가이드를 상세히 제공한다. 파타고니아의 안내를 실천한다면, 소비자는 옷장 속 비싼 아웃도어 아이템의 수명도 늘리고 수자원 보호에도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방수 재킷 세탁 가이드
1 오염물질과 먼지 제거.
2 주머니 소지품 체크.
3 저온 세탁 통돌이 세탁기는 마찰을 일으키기 쉬워 원단 손상 위험이 높으니 드럼 세탁기 사용을 추천한다. 또 중성 세제와 방수 셸 전용 세제를 사용하고, 40℃ 이하의 세탁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포인트.
4 저온 건조 열은 재킷의 발수 기능을 재활성화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다. 60℃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 30분 이상 건조한다.

화장품에서 물이 빠지면?
인간 몸의 70%는 물로 이루어져 있듯이, 화장품도 마찬가지다. 전 성분의 70% 이상을 정제수가 차지한다. 사용하기 좋은 텍스처를 만들고, 활성 성분을 잘 섞이게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뚜렷한 단점이 존재한다. 정제수로 인해 제품 무게가 늘어나 유통과정에서 많은 탄소 발자국을 남기는 것. 게다가 정제수는 제품을 변질시키는 미생물이 쉽게 증식돼, 이를 막기 위해 보존제 같은 화학 성분을 첨가해야 한다. 이는 수질오염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최근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제수를 배제한 워터리스 아이템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제품은 위와 같은 문제들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우며, 환경까지 생각하는 요즘 소비 트렌드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실제로 지난 6개월간 구글에서 ‘워터리스 스킨케어’ 검색량이 지난해 대비 806% 이상 급증했다. 워터리스 제품은 무게가 가벼워 이동 중에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고, 제조과정에서도 물 사용량을 줄여 물 부족 문제에도 기여한다. 필요 성분만 담아 지구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 것도 장점. 지구의 달인 4월, 워터리스 제품에 더욱 관심이 가는 이유다.
CHECK IT! WATERLESS ITEM
피부와 지구를 모두 지키는 워터리스 제품에는 뭐가 있을까? 지속 가능성을 갖춘 워터리스 제품 9가지를 제안한다.

피부 진정을 돕는 시카와 티트리를 함유해 자극 없는 세안이 가능하다. 50g 2만2천원.

공정무역을 통해 얻은 아마존 화이트 클레이가 모공을 정화함과 동시에 수축시켜 피붓결이 매끈해진다. 100g 6만원대.

블랙헤드, 과잉 각질, 모공 속 노폐물까지 모두 닦아내는 딥 클렌징 파우더. 40g 2만2천원.
- 포토그래퍼
- TXEMA YESTE / TRUNK ARCHIVE, 정원영, 현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