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시멀리스트가 고백하는 오~랫동안 사용하는 지속 가능템 (1)
맥시멀리스트지만 괜찮다. 진중한 태도로 오래 사용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소비를 하고 있으니까.

뜨거운 열정으로 에이징될 나의 가방을 위하여!
– 무신사 플랫폼 마케터 조동석
무슨 일이 펼쳐질지 모를 내일을 설레며 기다리던 사회 초년생 시절, 낯선 유럽으로 떠난 출장길은 고됐지만 참 아름다웠다. 날쌘 다람쥐가 된 것처럼 밀란과 파리 쇼룸을 오가며 열정을 불태웠으니까. 그러니까 이 가방도 코피 쏟으며 견딘 첫 출장을 기념하며 더욱 열심히 달려보자는 의미로 내게 선물한 거다. 치열했던 나의 피, 땀, 눈물이 스민 이 가방에 귀여운 백 참들이 하나둘 달리고, 늘어날 때마다 그 리듬에 맞춰 조금씩 더 큰 ‘으른’으로 성장하는 듯해 괜스레 뿌듯하다.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갈 길은 아직 멀었다. 10년 뒤 돌이켜보면 삶에 찌든 지금의 내 모습이 오히려 대견해 보이려나? 나의 ‘시티스티머’가 새끼에 새끼를 낳아 패밀리를 이루는 날까지 오늘도 힘을 내본다.
나는 반항한다, 고로 우리는 존재한다.
– 아트 디렉터 메이 킴
조그마한 동양 여자아이였을 뿐인 나는 낯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처음으로 인종차별을 느꼈더랬다. 이후 볼티모어에 위치한 대학에 진학했고, 어울려 놀던 흑인 친구들이 불심검문을 당할 때면 여전히 뿌리 깊은 차별의 역사에 분노하곤 했다. 당시에는 인권운동 단체에 몸담고, 때때로 작업물에 그 심정을 녹이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점차 잦아드나 싶었지만, 못된 종자는 어디에나 꼭 하나씩 있더라. 그럴 때면 조용히 ‘Fuck Racism’이란 글씨가 새겨진 재킷을 꺼내 입고 빙그레 웃어 보이며 더욱 착실히 일했다. 유치한 심성에 에너지를 낭비하기엔 난 너무 바쁘니까!
딸아, 내 옷을 가치 있게 입어줘서 참 기쁘다.
– 돌체앤가바나 마케팅 & 커뮤니케이션 PR 매니저 김승주
독립생활을 청산하고 엄마의 품으로 돌아왔다. 언제나 빛나던 엄마가 어느덧 칠십 중반을 바라보고, “우리 함께할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지 않겠니?”라고 말씀하신 게 계기다. 따로 살다 둘이 되어 갈등도 많았지만, 이제 외롭지 않아 마음이 풍성해지더라. 하나 재밌는 건 엄마의 아이템을 늘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젊은 시절 멋쟁이 요식업 CEO였던 울 엄마는 옷과 슈즈를 직접 스케치해서 맞춰 입을 정도로 열의가 대단하셨다. 그래서일까? 나는 자연스레 패션에 노출됐고,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를 배웠다. 오늘은 깔끔한 엄마의 성격처럼 잘 보존된 1980년대 미쏘니를 입고 거리로 나서본다. 학부모 공개 수업 날 ‘우리 엄만 언제 오지?’라며 교실 문을 한참 바라보다 이 옷을 입고 등장한 엄마의 카리스마에 마음속 ‘빅 따봉’을 매긴 그 옷이다. 지지고 볶고 해도 하나뿐인 나의 여사님, 우리 앞으로도 알록달록 화려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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