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비건 뷰티, 믿을 수 있나요?
K-비건 뷰티, 제2막.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 비건 뷰티의 새로운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다시 돌아온 비건 뷰티 열풍
몇 년 전 유행처럼 번진 비건 뷰티가 한동안 잠잠하던 흐름을 깨고, 최근 강한 상승세를 타며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마켓리서치비즈’에 따르면 2022년 약 159억 달러(약 23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비건 뷰티 시장은 2023년 약 169억 달러(약 25조원)로 성장했으며, 2028년에는 약 225억 달러(약 3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비건인증원에 따르면 국내 비건 화장품 시장은 2013년 1600억원에서 2022년 57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성장했다. 2025년에는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비건 뷰티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당연한 선택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비건 뷰티
기존의 국내 비건 인증은 법제화된 제도가 아니어서 활용하는 데 제약이 많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2020년 한국비건인증원을 유일한 ‘화장품 표시·광고를 위한 인증·보증 기관’으로 지정했다. 한국비건인증원이 아닌 국내외 민간 기관에서 받은 인증은 효력이 없었다는 얘기다. 식약처의 규정에 따라 신뢰성 심사를 새롭게 거쳐야 비건 인증을 받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2024년 7월 식약처가 민간 기관도 화장품 인증 체계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개선하며 기존 고시를 폐지했다. 이로 인해 민간 기관에서 인증받은 제품도 패키지나 웹사이트 등에 비건 인증 마크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화장품 광고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춘 에코서트, 이브 비건, 브이 라벨 같은 인증 마크가 다시 나타난 거다.
인증도 기준이 모두 다르거든요
민간 인증 마크만 있다면 ‘비건 화장품’이라고 할 수 있는 세상. 언뜻 명확해 보일지 몰라도 알고 보면 혼란이 가중된 상황이다. 어떤 인증 기관은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만으로 ‘비건’이라 주장하는 반면, 어떤 기관은 생산 과정 전반에서 동물성 요소를 철저히 제외해야 비건으로 인정된다고 주장한다.
완제품으로 동물실험을 하지 않았더라도 원료 공급업체가 동물실험을 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한 채, 일부 인증은 현장 실사 없이 서류 심사만으로 인증을 발급한다. 또 비건 여부를 검증하려면 동물 DNA 분석이 필수임에도, 이를 생략하는 인증 기관도 있다. ‘비건’의 기준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마크가 많지 않아 소비자가 인증 마크를 보고 제품을 구매했다가 막상 실망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했다.
정리 좀 합시다
지난 1월 대한화장품협회는 비건 화장품의 정의와 기준을 정리한 <화장품 비건(VEGAN) 표시·광고 안내서>를 발간했다. 안내서에 따르면 ‘비건 화장품’이란 동물성 원료를 포함하지 않고, ‘화장품법’에 따라 동물실험을 거친 원료를 사용하지 않으며, 동물실험을 일절 하지 않은 제품을 의미한다. 비건 화장품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며, 업계에서 보다 신뢰성 있는 비건 표시·광고를 돕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한 셈이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안내서를 통해 ‘비건’의 기준 자체는 제시했지만, 결국 기준이 서로 다른 인증 마크가 여전히 통용되다 보니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결국 소비자의 몫?
억울하지만 비건 뷰티 제품을 제대로 소비하기 위해선 소비자가 더 똑똑해져야만 하는 시대다. 더 많은 정보를 브랜드에 요구하고, 획득한 정보를 기반으로 책임감 있게 소비하는 것만이 올바른 비건 뷰티 제품을 선택하는 방법이다. 비건 뷰티 제품을 고를 때는 단순히 ‘비건’ 마크만 보고 선택할 게 아니라 각각의 마크가 어떤 기준을 충족했는지, 어떤 기관에서 인증했는지 소비자가 먼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또 브랜드는 인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단순히 ‘비건 인증을 받았다’는 문구만 내세울 게 아니라 어떤 기관에서, 어떤 기준으로 인증받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작금의 소비자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똑똑하다. 비건 뷰티 제품을 출시하고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브랜드라면 더욱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할 시점이다.
비건 뷰티의 새로운 과제
비건 뷰티 시장에서 소비자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명확한 기준이다. 크루얼티프리와 비건이 서로 다른 개념이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통합된 기준이 필요하다. 또 업계와 기관은 비건 뷰티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도를 높이는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도 병행해야 한다.
‘K-비건 뷰티’가 다시금 주목받는 지금.
단순한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소비의 필수 요소로 비건 뷰티가 자리 잡으려면 인증 기관이나 관련 부처는 보다 신뢰할 수 있는 비건 인증 방법과 명확한 선택 기준을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와 브랜드 모두에게 이로운, 진정한 의미의 ‘비건 뷰티’가 뿌리내릴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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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그래퍼
- 류호승
- 도움말
- 한종민(대한화장품협회 글로벌협력실 아세안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