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착한 소비를 실천하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진짜 지갑을 열고 닫을 때는 언제인지 궁금하다면, <얼루어>가 준비한 착한 소비 가이드를 통해 알아보자.

RECYCLE, REUSE, REFILL
뷰티 제품 중 재활용이 불가능해 버려지는 폐기물 양은 매년 약 980톤에 달한다. 이에 대응해 최근 많은 브랜드가 워터리스 제품을 선보이거나 100%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활용하는 등 폐기물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사용한 용기를 반환하면 살균하고 재활용할 방법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록시땅은 자사뿐 아니라 타사 공병까지 수거하며, 매장에 반납하는 것만으로도 샘플을 증정하거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공병 수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리필도 훌륭한 대안 중 하나다. 에르메스 뷰티가 처음 론칭했을 때 립스틱 패키지가 큰 주목을 받은 이유는, 에르메스 뷰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 아르디가 디자인한 버리기 아까울 만큼 세련된 패키지도 한몫했지만 ‘리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아워글래스의 창립자 카리사 제인스의 철학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2004년 출시 이후 꾸준히 리필 립스틱을 선보여온 아워글래스는 패키지 자체를 수집품처럼 여길 수 있도록 멋스럽게 만들어 리필도 럭셔리할 수 있다는 인식 형성에 힘쓰고 있다. 재활용이 어려운 용기에 담겨 있거나 네이키드 제품을 찾을 수 없다면 지속 가능한 포장재로 만든 제품을 선택할 것. FSC 인증 종이로 제작한 상자, 유리나 금속 소재, 생분해성 패키지는 훌륭한 대안이 된다.

RESEARCH THE BRAND
자주 구매하는 제품과 브랜드, 그 브랜드의 모기업과 원료를 조달하는 회사, 그리고 제품 투자처의 노동 조건, 재료 조달, 폐기물 문제에 대해 브랜드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어떤 캠페인과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지 주기적으로 찾아볼 것. 가능하다면 현지에서 제품을 제조하는 회사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를 통해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좋은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지도 확인하기 쉽다.
패션·뷰티 브랜드의 환경 및 사회적 영향을 평가하는 보고서를 제공하는 플랫폼 ‘굿온유(Good On You)’의 공동 창립자 산드라 카포니는 “뷰티 브랜드들의 지속 가능성 전략 대부분은 고객의 수요로부터 비롯된다”라고 밝혔다. 개인적인 작은 노력도 필요하지만 소비자로서 현명한 선택을 통해 기업 행태를 감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QR코드를 통해 성분과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는 클라랑스의 ‘TRUST’ 플랫폼이 그 예.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지, 친환경 또는 공정무역을 실천하는지 등의 여부를 고려해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비윤리적 기업이 환경을 해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것 역시 지구를 지키는 데 일조하는 일이다.

READ THE LABELS
착한 소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면 공인된 인증을 받은 브랜드를 선택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브랜드는 공급망과 생산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신뢰할 수 있는 ‘인증’ 마크를 제품에 표시하고 있으니까. 리핑 버니(Leaping Bunny), 페타(PETA), 비건 소사이어티 인증 마크는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임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에코서트, 미국 농무부 유기농 인증(USDA Organic), 코스모스(Cosmos), 나트루(Natrue) 같은 인증은 유해 성분을 배제하고 자연 유래 원료로 만들어졌음을 보장한다. 공정무역 인증이 있다면 시어버터, 코코아, 에센셜 오일 같은 원료가 공정하게 거래되었으며, 노동자에게 정당한 보상이 지급되었음을 의미한다. 또 비콥(B Corp), 탄소중립(Carbon Neutral) 인증을 받은 브랜드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실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WATCH ‘NATURAL’ MARKETING
‘천연’ ‘식물성’ 같은 성분을 강조한다고 해서, 반드시 친환경적인 제품은 아니다. 실제로 지속 가능한 제품인지 확인하려면 성분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기농 성분이 1%만 포함되어 있어도 ‘유기농’ 표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원료를 재배할 때 해로운 살충제나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작물을 활용하고, 윤리적으로 조달된 원료를 사용하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재배와 생산과정에서 해양과 토질, 공기 등 생태계를 해치지 않는 생분해성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지도 확인한다. 예를 들어 ‘팜유’는 비건이며 천연 원료지만 열대우림 파괴 문제와 농장 운영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 노동 착취 문제로 논란이 큰 대표적 성분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피부에 안전하면서도 환경을 배려한 원료인지 확인할 것. 파라벤, 설페이트(SLS/SLES), 프탈레이트, 합성 향료 같은 유해 성분이 없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SLOW SHOPPING
있는 제품을 다 쓰기 전에 새 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는가? 혹은 여러 웹사이트에서 따로따로 쇼핑을 해 택배 박스를 여러 개 받은 적은? 새로운 에디션, 귀여운 패키지 등 트렌드에 휩쓸려 불필요한 제품을 구매하는 습관까지. 이제는 무분별한 소비를 멈춰야 할 때다.
지난해 국제환경단체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는 전 세계인이 한국인처럼 생태자원을 소비하면서 살려면 지구 3.3개가 필요하다는 계산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생태발자국은 1960년대 후반부터 자연의 생태 용량을 넘어섰다. 우리가 무책임한 소비를 지속하는 동안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우리의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을 것이다.
이제 어떤 립 컬러를 살지 결정 못해 같은 립스틱을 5가지 색상이나 산다고 자랑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착한 소비를 실천하는 건 단순히 좋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제품이 어디서 만들어지고, 어떻게 나에게 오는지 추적하며 소비하면 지구가 망가지는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추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