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생긴 감염병 주위보

계절의 패러다임까지 바꾼 기후 위기의 시대. 우리 몸도 예외는 아니다.

당신의 기후감수성은? 

올해는 반팔 티셔츠를 더 많이 준비해야겠다. 기후 전문가에 따르면, 4월부터 11월까지 여름 수준의 더위가 이어질 거라고 하니까. 여름 같은 봄과 여름 같은 가을을 보내게 될 우리. 월평균 기온이 10℃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 지속되면 아열대기후로 분류되는데, 이제 우리나라도 사실상 아열대에 가까워졌다. 게다가 우리가 겪을 여름은 단순히 더운 정도가 아니라 40℃에 육박하는 날이 많을 거라고 한다.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된 2024년보다 더 뜨거울지는 모르지만, 작년만큼이나 폭염으로 힘들 것은 분명하다. 기온 상승은 더 이상 북극곰만 체감하는 문제가 아니다. 날씨와 큰 상관없이 사무실과 실내 스튜디오, 아파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나조차도 기후변화로 인한 생활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좋아하던 트렌치코트를 입을 날이 점점 사라졌고, 안주로 즐겨 먹던 오징어 가격이 폭등했으며, 전기 모기 채를 10월이 지나도록 침대 곁에 두는 등의 소소한 불편함부터 에어컨 사용으로 인한 전기료 폭탄과 피할 수 없는 냉방병까지. 이렇게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서서히 우리의 생활 속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실제로 패션업계는 환절기 의류 소비 침체로 타격을 입고 있다. 짧아진 가을 탓에 지난해 3분기 의류 소비 지출에서 의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패션업계는 기후변화에 맞춰 사업 전략을 수정하는 중이다. 시즌에 구애받지 않는 셔츠, 청바지, 카디건 등 기본 아이템을 늘리거나, 매출에 크게 기여하는 외투는 탈착 가능한 기능을 추가해 활용도를 높이는 추세. 또 길어진 여름에 대비해 수영복이나 래시가드 같은 품목을 확대하기도 한다.

농수산물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여름철 대표 농산물인 옥수수를 겨울에도 먹을 수 있고, 아열대 작물 재배가 늘어난 데 반해, 감귤과 사과 등 선선한 날씨에서 자라는 과일 재배지는 점점 북상 중이다. 또 수온 상승은 오징어를 금징어로 만들었고, 고등어와 명태, 멸치의 가격도 10% 이상 올랐다. 지난해 우리 바다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18.74℃로, 최근 57년간 관측된 수온 중 가능 높았으며, 이는 어획량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입고 먹는 것이 달라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후변화는 인구 감소까지 초래할 감염병 확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이상고온과 극단적인 강우로 인해 모기 개체수가 증가하면서 발병하는 뎅기열은 원래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주로 나타났으나, 최근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지난 1월과 2월 사이 필리핀에서는 뎅기열 환자가 3만 명 가까이 발생해 정부가 모기를 잡으면 보상금을 지급하는 조치까지 내놓았다. 이 외에 말라리아, 라임병 등의 감염병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온난화는 이미 국내에서도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요. 온열 질환, 비브리오패혈증, 호흡기 질환이 늘고 있고, 뎅기열 같은 매개체 감염병에서도 자유롭지 않죠.” 윤수정클리닉의 윤수정 원장은 높은 온도와 대기질 악화로 인한 질병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내 몸 ‘기후감수성’ 높이기! 

지구 온도가 높아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 그건 기본이다. 이제 기후변화는 주의보가 아니라 경보 단계에 접어들었고, 우리는 당장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도 힘써야 한다. 겨울에서 여름으로 급격히 변하는 지금 같은 환절기에는 감기나 독감, 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과 꽃가루·미세먼지로 인한 알레르기 및 피부 질환에 주의해야 한다. 또 기온 변화로 혈압이 변동하면서 발생하는 심혈관 질환, 체내 멜라토닌 분비가 불규칙해지면서 생기는 불면증 등의 수면 장애도 조심해야 한다.

“지금처럼 갑자기 더워지는 환절기를 잘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11월 이후 추워질 때 더 주의해야 합니다. 극심한 온도 저하는 혈관을 수축시켜 심근경색과 뇌졸중의 발병 위험을 높이고, 면역력도 저하되어 코로나, 감기, 폐렴 같은 바이러스·박테리아 감염 질환이 증가할 수 있어요. 또 건조한 환경이 피부장벽 손상에도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에요.” 윤수정 원장은 긴 여름 후 겪게 될 환절기까지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제 건강관리를 소홀히 해도 괜찮은 계절은 없다. 레드라이트가 켜진 지구와 우리의 건강, 예전으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이 안팎으로 꾸준히 이어지길 바라본다. 


HEALTH CARE

체온 유지 얇은 옷을 여러 개 겹쳐 입어 갑작스러운 더위나 추위에 대비한다. 더불어 오래 머무르는 실내는 적정 온도(18~22℃)를 유지한다. 

면역력 관리 비타민이 함유된 과일과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고, 충분한 수면(하루 7~8시간)을 취한다.

실내 습도 유지 건조한 공기는 기관지 점막을 약하게 할 수 있다. 습관적인 가습기 사용으로 실내 습도를 50~60%로 유지할 것.

미세먼지와 꽃가루 차단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귀가 후에는 옷을 털고 손과 얼굴을 씻어 피부와 눈, 코에 남아 있는 미세먼지를 제거한다. 또 물을 자주 마셔 호흡기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한다.

가벼운 운동 체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가벼운 유산소운동을 하고, 운동 후에는 땀을 잘 닦아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저자극 클렌징 미세먼지와 꽃가루 등 피부 자극 원인의 증가로 피부 면역력이 약화하기 쉬운 시기다. 각질 들뜸이나 트러블이 나타나기 쉬우니 피부 상태에 맞게 평소보다 자극이 적은 클렌저를 사용한다. 

수분 크림과 자외선 차단제 사용 온도 상승으로 피지 분비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으니 평소보다 유분이 덜한 크림으로 보습 관리에 힘쓴다. 또 햇볕이 강해지는 시기이므로 SPF 30 이상의 자외선 차단제를 매일 발라 피부를 보호한다. 

    포토그래퍼
    CHARLIE ROW
    아트워크
    SERIFA
    도움말
    윤수정(윤수정클리닉), 문득곤(미파문피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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