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을 2025ver. 국내 환경 정책
2025년, 정치·사회적 불안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가운데, 더 나은 지구를 위한 환경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새롭게 바뀌는 국내 주요 환경정책 살펴보기.

국제사회에 들이닥친 위기
지난 1월,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재집권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의 행보는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미국은 세계보건기구(WHO) 운영 자금의 약 18%를 지원하는 최대 공여국임에도, 트럼프는 WHO 탈퇴를 계획, 유엔(UN)에 통보했고, 190여 개국이 함께 탄소 배출을 줄이기로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으며, 기후 위기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수년간 평가해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평가보고서’ 작성에 미국 정부 소속 과학자의 참여를 중단시켰다.
환경정책에서도 큰 변화가 이어졌다. 2030년까지 화석연료 발전에서의 이산화탄소 집약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49개 주와 협력하며 석탄발전소 등의 오염 배출을 규제하는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을 폐지한 것. 대신 연방 소유의 땅과 바다에서 화석연료를 개발하도록 허가할 계획이다. 이 외에 전기차 의무화 정책 종료, 대기오염으로부터 인접 주를 보호하는 ‘굿네이버 플랜(Good Neighbor Plan)’ 폐지, 플라스틱 구매 장려 행정명령 서명 등 정권 교체와 동시에 주요 환경정책이 전면 철폐되거나 뒤바뀌었다. 이런 급격한 전환은 환경문제에 관한 국제적 논의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포기란 없다
그럼에도 지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멈추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27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환경 행사 유치에 성공했다.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유엔환경계획(UNEP)과 제주도에서 공동 개최하는 ‘세계 환경의 날’ 행사가 그것. 이번 행사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주제로, 환경교육주간 및 녹색소비주간, 국제기구 토론회, 미술공모전, 미래세대 포럼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탄소 규범화’에 관한 논의와 전기차 수요 정체 극복, 자연자원 보호, 에너지 전환 등 주요 환경 쟁점도 이번 행사의 핵심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할 예정인 ‘아세안(ASEAN) +3 플라스틱 전망 보고서’ 홍보도 함께 진행된다.
한편,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는 2035년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최종안을 확정해 9월까지 유엔(UN)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의 역행적 행보로 환경문제에 대한 국제적 합의의 방향성을 잃은 지금, 국내 환경정책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을까?
EXPANDABLE TRADING
2015년 도입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6대 온실가스에 대한 배출권을 사업자 간 거래하도록 허가한 제도다. 기업이 배출권 가격보다 감축 비용이 낮은 기술을 우선 도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정부가 정한 배출 허용량보다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면 그 차액을 금전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배출권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기업의 참여 의지가 약화되었고, 현재 우리나라는 배출권 도입국 중 가장 낮은 가격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탄소 배출 감축을 더욱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올 2월부터는 배출권 할당 대상 업체 외에 집합투자업자, 은행과 보험사, 기금 관리자 등 기관투자자에게도 배출권 시장 참여 권한을 확대했다. 또 배출권 거래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한국거래소뿐 아니라 거래 중개 회사를 통한 거래도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PUMP IT UP! CLIMATE TECH
기후테크 산업은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는 미래 먹거리다. 탄녹위는 기후테크를 온실가스 감축을 가능케 하는 기후완화 기술이나 기후변화 피해를 줄이는 기후적응 기술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산업이라 정의했다. 이 산업은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제공한다. 실제 글로벌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2800여 개에 달하고, 이들의 누적 투자액은 1560억 달러에 이른다. 반면, 한국은 기후테크를 활용한 기후 위기 대응에서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우수한 기후·환경 기술을 보유해 성장 잠재력이 있음에도 자본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기후테크 기업을 지원하는 ‘녹색전환보증사업’을 시행 중이다. 1조5000억원 규모의 보증을 제공, 자금 조달을 원활히 해 기업이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EV WAVE
환경부가 대기질 개선을 위해 2011년부터 시행해온 전기차 보조금 지원 사업은 테슬라의 등장과 함께 전기차 붐을 일으켰다. 이후 전기차 시장은 급성장하며 주요 국가의 대규모 투자와 정책 추진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최근 주요 국가의 보조금 규모 축소와 경기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전기차 시장은 캐즘(Chasm)에 빠졌다. 국내 전기차 시장 역시 2023년 1.1%, 2024년 9.7% 감소하며, 2년 연속 역성장 중이다. 충전 요금 할인 특례 종료,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율 축소 같은 정책적 변화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정부는 보조금을 확대 지원하는 한편,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이 생애 첫 차로 전기차 구매 시, 보조금을 20% 추가 지원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다자녀가구의 경우, 기존 보조금 10% 추가 지원 방식에서 최대 300만원까지 정액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편했다.
NET ZERO POINT
‘탄소중립 실천’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300원가량의 소액이 통장에 입금된 경험을 한 적이 있나? 이는 ‘탄소중립포인트제’라는 제도로, 일반 국민의 탄소중립 생활 실천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이 제도는 다양한 민간기업의 친환경 활동에 참여하면 그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탄소중립포인트에 회원가입한 후, ‘전자 영수증 발급’ ‘텀블러·다회용컵 사용’ ‘일회용컵 반납’ ‘리필스테이션 이용’ ‘다회용기 사용’ ‘무공해차 대여’ ‘친환경 제품 구매’ 등 10개 항목의 실천 활동을 수행하면 포인트를 적립해 인센티브로 수령하는 식. 올 2월부터는 기존 항목에 ‘자전거 이용’과 ‘잔반제로 실천’이 추가돼 12개 항목으로 확대 운영된다. 배달 다회용기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는 기존 1회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QUALITATIVE WATER
지난 2년간 갑작스럽게 찾아온 여름철 홍수는 기후 위기가 코앞에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했다. 잘 정비된 배수시설과 제방시설을 갖춘 수도권은 비교적 피해가 적었지만, 시설이 열악한 지방은 홍수로 큰 피해를 입었다. 이제는 그동안 방치돼온 지방하천에 주목할 때다. 2023년 말 국가수자원관리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국가하천으로 지정·변경 고시된 지방하천은 20곳에 달한다. 그중 10곳이 2024년 10월에 먼저 국가하천으로 승격됐고, 올해는 주천강, 단장천, 동창천 등 나머지 10곳이 승격됐다. 이로써 국가하천의 총길이는 기존 대비 267km 늘어난 4069km로 확대됐다. 승격된 하천 20곳은 ‘100년 빈도 이상의 홍수’에도 안전하도록 제방 보강과 배수시설 개선 등의 치수 계획이 추진될 예정이다.
- 포토그래퍼
- 류호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