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이하 <폭싹>)와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이하 <전공의>), 그리고 <서초동>의 시간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중이죠? 촬영과 두 작품의 홍보 활동까지 동시에 겹쳤어요.
동시에 세 작품을 하는 것 같은 느낌.(웃음) 거슬러 오르면 <법쩐> 때부터 그랬어요. 계속 오디션을 보고 <폭싹>과 <전공의>를 동시에 찍고.
이 사람은 이거 물어보고, 저 사람은 저거 물어보죠? 어때요, 이런 경험.
되게 새로운데, 솔직히 다신 없을 것 같아요. 제 인스타 스토리에도 작품이 막 섞여 있어요. 지금은 <서초동>을 찍고 있으니 조창원이란 캐릭터 생각을 제일 많이 해요. 예전 캐릭터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예전 대본을 다시 찾아봤어요.
한마디로 “너무 정신이 없다”.(웃음)
진짜 정신없지만,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죠.(웃음) 언제 이런 걸 다 해보겠어요? 한 3주를 엄청 바쁘게 지내다 보니까 하루하루가 엄청 빨리 가요. 오늘 <얼루어> 화보를 잘 찍고 싶어서 어젯밤에 러닝을 했어요. 아무 생각 없이 뛰다 보니 벚꽃이 엄청 핀 거예요. 왜 지금 꽃이 피었지? 벚꽃 핀 지도 모르고 살고 있더라고요.
여러 스케줄 중 가장 어려운 건 뭔가요?
휴, 내일모레 <전공의> 제작 발표회요…. 라이브니까 이게 젤 긴장됩니다. 제가 경험도 거의 없고, 이상한 말을 많이 할까 봐 벌써부터 걱정돼요.
드디어 공개되네요, 그 드라마가. <전공의> 오디션을 볼 때는 어땠어요?
진짜 너무 하고 싶었거든요. 오디션에서 너무 긴장해서 준비한 것의 반에 반도 못 보여줬어요. 현장에 계셨던 분이 대본을 든 제 손이 진짜 덜덜덜 떨렸다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아쉬워서 “한 번만 더 보게 해주세요.” 졸라서 오디션을 한 번 더 봤어요. 운 좋게 재일이 역을 맡겨주셨죠. 제가 본 가장 큰 오디션은 <택배기사>의 사월이 역이었어요. 그때는 네 번이나 봤는데 그보다 더 떨렸어요.
드라마 <폭싹>, <전공의> 모두 화제작으로 오디션 경쟁이 치열했어요. 왜 선택받았는지 생각해본 적 있어요?
결국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폭싹>은 김원석 감독님께 한번 여쭤봤는데, “임상춘 작가님이 유석 씨를 은명이 같다고 너무 좋아하셨다”라고 하셨어요. 제 간절한 마음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제작비가 많이 든 만큼 여러 면에서 공들인 게 보여요.
진짜 좋을 수밖에 없었어요. 제주 촬영에 세트만 안동, 연천에 2개 있었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촬영했어요. <택배기사>를 찍을 때 안동의 넓은 공터에서 찍었는데 <폭싹> 팀이 거기 마을을 지어놓으셨더라고요. 감회가 새로웠어요.
공개일이 다가올수록 어떤 기대와 걱정이 있었나요? 공개 후 반응은 그야말로 뜨거웠습니다.
<폭싹>은 공개 전까지 저에 대한 정보가 오픈되지 않았어요. 어디 얘기할 수도 없고. 너무 조심스러웠어요. 가족이나 측근만 아는 거였죠. 누나만 그랬죠. “보검 씨랑 같이 찍은 사진 없어?” 작품에 대한 염려는 전혀 없었어요. 제 연기에 대한 걱정은 했지만 드라마는 너무 좋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리딩할 때부터 진짜 꺼이꺼이 울어서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 가서 코 풀고 세수하고 왔다니까요. 기라성 같은 선배님 사이에서 그저 제가 잘 묻어가면 좋겠다는 소망만 있었어요.
바람대로 잘 묻어간 거 같나요?
아쉽죠. 다시 하고 싶은 거 엄청 많죠. 그런데 지금 2년이 지나서 저도 그사이 조금은 성장했기에 아쉬운 거지.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보여드린 거 같아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사실 항상 저 스스로를 모자라다고 생각하거든요.
연기는 특히 자신감이 필요한 작업인데 괜찮아요?
항상 저 스스로 ‘이런 게 좀 모자라고, 저런 게 모자라다’라고 하는데, 그게 열심히 하게 하는 원동력도 되지만 저를 항상 좀 지치게 하더라고요. 오히려 주변분들이 그런 얘기를 해주셨어요.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단순하게 좀 생각해라, 있는 그대로. 노력 중이에요.
은명이처럼 생각해보는 건 어때요? 은명이는 관식이 남긴 중고 벤츠를 보면서도 몇 킬로미터나 뛰었는지 물어볼 정도로 단순함과 해맑음이 있죠.
꽤 탔더라고요.(웃음) 은명이답죠. 저는 은명이 애순과 관식의 사랑을 다 알지만 표현 방식이 서툰 거라고 생각했어요. 인물의 접점을 거기서 찾았어요. 부모님과 통화할 때는 괜스레 퉁명스러워지잖아요. 최근에 어릴 적 사진이 필요해서 엄마가 어릴 때 사진을 찍어 보내줬거든요. 엄마가 “밥 먹었어?” 하시면 먹었다고 하면 되는데, “내가 애야?” 괜히 그렇게 말하는 게, 다들 은명이 같지 않나 해요.
그동안 많이 웃고, 또 많이 우는 연기를 하면서 성장했다고 느끼나요?
정말 많이 느껴요. 우는 연기를 제대로 해본 적도 없었는데 집에서 대본 보면서 연습하니까 그냥 눈물이 나더라고요. 한가족의 희로애락이 다 담겨 있으니까요.
최근 은명이로 불리기 시작했는데, <전공의>에서는 아이돌 출신 의사 재일이 되죠. 또 다른 모습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요?
이제 재일이로 불려야 하지 않을까요? 사랑스럽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재일이는 되게 밝아요. 춤도 배웠고, 머리도 귀엽게 하려고 빠글빠글하게 볶았죠. 지금 보니 <전공의>가 제 리즈 시절인 것 같아요. 2년 전이니 그때는 20대였는데 이제 30대예요. 점점 늙어가는 게 느껴져요.
하하, 군필, 서른 살 배우라고 하면 다들 놀라더군요.
일찍 갔다 왔어요.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배우를 동경하게 됐고, ‘저런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막연하게 꿈꿨지만 방법을 몰랐어요. 그럼 일단 연기를 배워보자, 연기과를 가자. 회사도 없고 일도 없어서 1학년 마치고 후딱 군대 갔죠.
기억하는 최초의 영화는 뭐였어요?
어릴 때 저희 집이 비디오 가게를 했어요.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하시다가 가게를 접으면서 부모님이 커다란 책장에 명작만 모아놓으셨어요. <조 블랙의 사랑> <쉬리> <타이타닉> 같은 것들. 그중 <타이타닉>이 제 첫 인생 영화인 것 같아요. 처음 만난 사람과 바로 사랑에 빠져서 내 목숨과 바꾸는 게 어렸을 때 진짜 크게 다가왔어요. 사실 그게 어린이는 관람 불가인데.(웃음) 진짜 첫 영화는 애니메이션이긴 했을 거예요. <라이온 킹> <포켓몬스터 극장판> 같은 걸 항상 집에서 봤으니까요.
지금 폰 액세서리도 <포켓몬스터> 캐릭터로 즐비한데요?
그래서 저 일본 가면 가챠를 엄청 합니다. 그게 거기부터 오지 않았나.(웃음) 부모님이 안 계셔서 제가 울면 누나가 <포켓몬스터> 틀어줬어요. 누나가 한 말도 생각나요. “울지 마라. 울면 더 무섭다.” <포켓몬스터>를 보고 있으면 금방 오신다고 했죠.
배우를 꿈꿀 무렵엔 어떤 영화를 봤어요?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위대한 쇼맨>이에요. 영화관에서 재관람은 잘 안 하는데, 이 영화만큼은 영화관에서 여러 번 봤어요. 영화 시작한 지 5분 만에 울었어요.
어떤 벅차오름이 있었나요?
슬픈 영화가 아닌데 시작하자마자 울어버린 그 감정을 아직도 100% 설명을 못하겠지만. 말씀하신 벅참이 제일 큰 것 같아요. 그 영화에 대한 벅참. ‘이런 게 영화인가?’ ‘이런 게 배우인가?’ 하는 것도 있고, 영화가 주는 에너지에 압도당한 것 같아요. <위대한 쇼맨>은 쇼맨십을 보여주잖아요. 서커스하는 걸 보면서 ‘나도 저런 쇼맨십하는 사람인데’라는 공감도 하고 그런 여러 감정이 저를 울게 하는 거예요. 알바 할 때였는데, 다음 날 알바를 바꿔달라고 하고 또 영화를 보러 갔어요. 다음 날에도 똑같이 눈물이 나는 거예요. 제 인생 영화예요.
지금도 <위대한 쇼맨>을 계속 봐요?
가끔 우울하거나 좀 처질 때 그 영화를 틀어놓으면 다시 감정이 생겨요. 어떤 느낌이냐면, 제 뒤에 갑자기 한 10명이 영화처럼 같이 서 있고, 저와 같이 걸어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너무 기죽거나, 텐션이 안 좋을 때 그 노래만 들어도 누가 나를 도와주는 느낌이 들고 응원해주는 것처럼 힘이 나요.
오늘 화보 촬영 장소인 이 극장은 지나간 영화만 상영해요. 직접 고른 다섯 편의 영화를 상영할 수 있다면 뭘 하겠어요?
관객으로서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를 되게 좋아해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도 좋아하고. 영화도 너무 좋고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헤어질 결심>요. 박해일 선배님이 너무 잘해서요. <타이타닉> <위대한 쇼맨> 그리고 <헤어질 결심>은 꼭 들어가야 하고, <헤이트풀 8>과 <장고: 분노의 추적자>도 너무 좋고. 드라마 틀어도 되나요? 그럼 제가 나온 드라마를 다 틀고 싶네요.(웃음)
영화를 볼 때와 드라마를 볼 때 시선도 달라지나요?
영화를 보면서는 관객이 되고, 드라마를 볼 때는 좀 더 배우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영화관이 주는 특별함이 있거든요. 가장 최근에 본 건 <미키 17>인데, 가서 보면 집중도도 다르고 음향도 다르죠. 그런 영화는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해요.
한 30년 흐른 뒤에는 <강유석 특별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크리스토프 발츠를 좋아하거든요. 세상에서 연기 잘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해서. 작품 많이 해서 언젠가 저도 꼭 그렇게 되고 싶어요.
최신기사
- 포토그래퍼
- 김민주
- 스타일리스트
- 강이슬
- 헤어
- 이혜영
- 메이크업
- 김지현
- 로케이션
- 무비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