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찍으며 알게 되었는데, 최근에 피어싱을 더 했다고요.
마지막 촬영하고 했으니까 일주일도 안 됐어요. 연기를 하니까 작품이 끝나도 염색이나 커트를 마음대로 할 수 없거든요. 피어싱은 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거니까.
노정의의 소소한 취미?
일탈! 소소한 일탈이죠.(웃음) 언제든 또 뺄 수도 있는 거라서요.
그러니까 젠지 같고 좋으네요. 가끔 나이 생각해봐요?
나이요? 가끔요. 근데 저는 30대의 제가 너무 궁금해서 그냥 시간이 흘러서 어느 순간 잘 서른이 되어 있으면 좋겠어요. 20대를 알차게 써서 30대가 얼른 되고 싶어요.
왜 서른 살을 기다려요?
서른이면 어른이 아닐까? 제 다른 삶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있어요. 새로운 시작? 전 지금까지 제가 어른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못 해봤거든요.
귀도 막 뚫을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당장 차도 살 수 있어요. 2001년생, 스물셋인 지금 나이는 어떤 나이 같아요?
지금요? 인간으로서 진짜 애매한 나이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른으로는 이제 시작인 나이가 맞는데. 솔직히 피어싱은 서른 되면 안 할 것 같아요.
사람들이 노정의의 진짜 나이를 잘 모르죠? 아역 생활을 한 배우를 두고 대중은 두 가지 생각을 해요. “그렇게 어렸어?” 또는 “벌써 그렇게 됐어?”
하하. 맞아요. 그 양쪽 다를 10년째 듣고 있어요. “벌써 고등학생이야?” “벌써 대학생이야?” 이거를 단계별로 다 듣고 있어요. 이게 모 아니면 도더라고요. “이제 스무 살 된 거 아니야?” “와, 20대 후반 아니야?” 이렇게 훅훅 왔다 갔다 하시더라고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좋아요. 같이 성장하는 느낌. 제 성장을 지켜봐주셔서 감사함과 동시에 그런 성장 과정을 다 들킨 부끄러움도 있고요. 다른 분들은 “저란 사람은 이렇습니다.” 짠! 하고 나타날 수 있는데, 저는 숨기고 싶은 시기도 다 작품으로 남아 있으니까.
숨기고 싶은 때가 언젠데요? 항상 예뻤는데.
사춘기요. 돌아보면 부끄럽고 그래요.
드라마 <마녀>에서도 미정 역으로 성숙한 연기를 해서 나이를 또 잠깐 잊었죠. <마녀>는 어떻게 남은 것 같아요?
너무 많은 걸 알려준 작품. 연기적인 걸 알려준 것도 있지만, 사람에 대한 정과 사람을 남겨준 작품이라 정말 소중한 작품이 됐어요. 좋은 스태프분들, 진영 오빠, 그리고 장혜진 선배님…. 제가 의지할 수 있는 선배님들과 좋은 사람들이 생긴 작품이라서 절대 잊고 싶지 않은 작품이에요. 미정이가 웃는 장면이 거의 없잖아요. 어두운 촬영을 해도, ‘컷’을 하면 계속 웃을 수밖에 없는 환경과 사람들과 있었어요.
알려진 사람들은 구설수에 많이 시달리잖아요.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자꾸 나에 대해 얘기하죠. <마녀>를 마치면서 깨달은 점도 있나요?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포커스를 두고 살아가려는 것 같아요.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 드라마도 그러니까요. 나도 사랑하면 된다! 강풀 작가님 진짜 천재세요.
이제 미정이 잘 살겠죠?
잘 살지 않을까요? 제가 상상력이 조금 부족해서….(웃음) 한번은 친구랑 여행을 갔는데, 친구가 “우리 지금 차에 먹을 게 많으니까 터널이 지금 무너진다고 해도 우리는 살 수 있을 거야”라고 한 적이 있어요. 저는 “터널이 무너져? 왜 터널이 무너져?” 이래요.(웃음) 그래서 그런지 역할에서도 금방 빠져나와요. 스태프분들도 되게 신기하다고 하셨어요. 우는 장면 찍을 때도, 1분 정도 준비하고 들어가면 돼요.
1분이면 돼요?
네. 그리고 컷 하면, 당 충전을 해야 하니까 주머니에서 마이쮸를 하나 꺼내 먹어요. ‘눈물을 다 써서 이제 안 날 것 같은데?’ 이런 느낌이 들 때가 가끔 있는데, 그래서 우는 신이 있는 전날에는 잠들기 전에 인공 눈물을 미리 채워넣어요.
하하, 노하우가 다 있네요. <마녀>와 달리 곧 공개되는 <바니와 오빠들>은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거 맞죠?
<바니와 오빠들>은 진짜 편하고 재미있게 보실 수 있어요. 막 골 때리기도 하는 이런 작품이 저는 처음이라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내가 이걸 소화할 수 있을까?’ ‘보시는 시청자분들이 낯설게 느끼면 어떡하지?’ 싶었어요. 감독님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그냥 “힘을 빼고 해보자”라고 했어요. 본연의 사랑스러움을 표현하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고, 즐거움 100%로 했어요.
드라마 포스터 문구가 그래요. “그래서 나 누구 좋아하면 되는 거야?”
제가 그 네 명과 일단 다 썸을 타죠.(웃음) 남자 캐릭터의 성격이 다 다르거든요.
이번 드라마는 미대를 배경으로 하잖아요. 앞치마로 상징되는 조소과. 정의 씨도 원래 예대를 다니니까. 익숙한 분위기일 수도?
저는 처음 보는 환경이었어요. 열심히 깎기만 했어요. 열심히 나르고. 예대 안에서도 항상 수업을 듣는 강의실에 층이 나누어져 있다 보니까 볼 일이 없었거든요?
그럼 “저 사람은 연영과다”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에요?
일단은 두툼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어요. 연영과가 무대 하고 연습하는 데가 대부분 추워서 다 껴입고 다녀요. 연기하기 편한 복장으로요.
오늘 사복도 그런 트레이닝팬츠에 과잠 같은 바시티를 입었던데.
헉! 그런가 봐요. 생각해보니까 거의 이렇게 입고 다녀요. 드라마에서 바니도 옷이 멀쩡하지 않더라고요. 흙이나 페인트가 묻어 있어요. 현실 고증인 것 같아요.
올해 공개될 작품이 더 있어요. 거의 너덧 편 되던데요?
찍어둔 작품이 있는데 공개 시기는 저도 궁금해요. 곧 또 다음 작품 시작하지만요. 한 2~3주 틈이 있는데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 중이에요.
여행을 좋아하니 짧은 여행을 가보는 건 어때요?
지금까지 가족이나 친구와 여행을 갔어요. 이번에는 혼자 여행하는 걸 고민 중이에요. 혼자서 바다 구경하고, 대본 보고, 자고 싶으면 자고. 전 모자도 안 쓰고 안 가리고 다니거든요? 아무도 못 알아보세요. 민낯으로 다녀서 그런가?(웃음)
하하, 오늘 촬영은 메이크업을 최대한 덜어냈는데 똑같아요.
와, 오늘 콘셉트가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설레는 맘으로 왔어요. 아이라이너도 안 그리고, 속눈썹도 안 붙였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오늘 진짜 행복한 촬영! 항상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가고 싶거든요. 오늘 입은 옷이나, 오늘 한 화장이나, 헤어나 오브제를 사용하는 이런 것들이 저한테는 모두 새로웠어요.
좀 개구진 표정 짓고, 악동 같은 표정도 하고.
그런 거요! 좋아요. 그래서 회사에서 얘기했을 때 무조건 좋다고 했어요. 제가 조카와도 <얼루어> 화보를 찍은 적 있잖아요? 아직도 조카가 얘기해요.(웃음)
하하, 조카 많이 컸겠네요. 요즘은 어떤 생각을 또 많이 해요?
연달아 작품을 두 편 찍어서 일단 비우기를 하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잘 비우고 다시 새로운 걸 받아들일까?’ 그리고 독립을 해서 잘 살아보려고 하는 것.
동네 주민이었는데 드디어 떠났군요? 축하해요, 경기도민에서 서울시민의 삶으로 독립해보니 어때요?
나름 잘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엄마에 대한 존경심이 더 생겼어요. 엄마가 가장 바쁘셨구나. 혼자 청소 다 하고 밀대 밀면서 물걸레질하고 지내고 있어요.
그 집에 가장 크게 투자한 건 뭔가요?
TV요. 집에 들어가자마자 하는 게 TV 켜는 거고요. 그리고 모니터링도 다 TV로 하고. 그래서 TV에다 투자했어요. 자기 직전까지 켜놔요. 켜놓고 일기도 쓰고.
일기를 매일 써요?
중학생 때부터 매일 쓰고 있어요. 한 10~15줄을 쓰는데, 반은 오늘 뭐 했다, 반은 느낀 감정을 적어놔요. 저는 남들한테 속마음을 털어놓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일기에 털어놓는 거죠. 힘들었거나 즐거웠다고 적어놓은 게 나중에는 그냥 추억이더라고요. 웃겨요. 보고 있으면!
지난번 인터뷰에서 “장미의 가시가 따가운지 아닌지는 만져봐야 한다”라고 한 말이 기억에 오래 남더군요. 그 생각 변함없어요?
그래서 제 삶에 후회가 없어요. 제가 좀 팍팍하거든요. 쉬는 날은 무조건 운동과 청소를 해야 하고. 그런데 저도 요즘 슬슬 바뀌는 거 같아요. ‘내일은 이거 해야지’ 했어도 ‘힘들면 말지 뭐’ 이런 게 좀 생겼어요. 어릴 때는 어른들이 알려주는 길로 가는 게 정답이라 생각했고, 곧이곧대로만 가고 싶지 않아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제는 모든 선택을 저 스스로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오히려 저 자신한테도 좀 느슨해지고.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가 없어졌어요.
모든 선택을 직접 하고 있어요? 뭘 더 하고 싶어요?
사람들의 의견을 듣긴 들어요. 그런데 결국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제 탓도 많이 해요. 왜 그랬을까? 그런데 그게, 나쁘지 않아요. 일도 다 하고 싶고요. 작품에 대한 욕심은 아직도 너무 커요. 하다 보면 그 많은 것 중에서 ‘이걸 좀 더 한 번 더 해보고 싶다. 두 번 더 해보고 싶다’ 하는 게 생기겠죠? 그런 길을 자연스럽게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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