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
<얼루어>와 벌써 두 번째 만남이에요. 화보 촬영을 즐기는 편인가요?
기억나요! 그날도 오늘처럼 아침 일찍 시작했는데, 메이크업 아티스트 선생님이 손으로 얼굴을 구석구석 마사지해주셨어요. ‘화보 찍으면 이렇게 마사지도 받는구나’ 혼자 감탄한 게 생각나요.
이번엔 어땠어요? 오늘 모인 스태프 모두 이수지를 향한 팬심으로 똘똘 뭉쳤거든요.
특급 서비스였습니다! 기계까지 동원해서 마사지해주시는데, 너무 좋았어요.
요즘 가장 기세 좋은 분이 아닐까 해요. ‘교포 제니’ ‘슈블리맘’ ‘제이미맘’ 같은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하는 거예요?
일단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는 PD, 작가님과 ‘우리끼리 재미있는 거 하면서 놀래?’ 하는 작당 모의에서 출발했어요. 해보고 싶은 캐릭터와 개그를 마음껏 펼쳐 보려고 만들었죠. 캐릭터 자체는 우리 주변에서 볼 법한 사람에게서 영감을 얻어요. 저도 다 만나보고 경험한 사람인 거죠. 의도와 다르게 특정 인물을 따라 한다고 보시는 것 같아 아쉽고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긴 해요.
사회 각계각층 다양한 인간 군상을 어쩜 이렇게 잘 포착하나요?
누구나 한 번쯤 봤을 법할 공감대를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공감대가 형성되면 인물의 디테일을 쌓아나가요. 여러 사람 있는 곳에서 ‘저런 사람 꼭 있지’ 하는 말투와 행동, 표정, 제스처를 유심히 봐요. 제 취미가 관찰이거든요.
그 관찰이 핵심이네요. <핫이슈지>의 캐릭터는 이수지의 관찰 인생 40년이 응집된 결과물인 거네요!
막 뭉클해지는 말이네요. 그나저나 40년이라니. 진짜 길어요. 그쵸?
이제 시작이죠 뭘.
개그를 이렇게 오래 할 줄도 몰랐어요. 솔직히 안주하고 싶은 때도 있었고요. 그 시기를 ‘린쟈오밍에 갇혀 살던 삶’이라고 표현할게요. 몇 년간 그 속에 갇혀 있으면서 슬럼프도 겪었어요. 일이 없을 때는 개그를 그만두려고 한 적도 있고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요?
재미를 좇다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시간이 갈수록 ‘앞으로 난 스스로 발전이 없겠구나. 순탄하겠지만 재미는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 제일 힘들더라고요. 이 일의 매력이 지루함이 없다는 건데 그걸 미처 못 봤던 거죠. ‘내가 재미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다 ‘시대가 공감할 수 있는 개그와 인물을 연구하고 펼치는 것’이라는 답을 내렸어요. 그래야 먹고사는 데도 도움이 되고요.
시대가 변하며 방송에서 유튜브로 개그 무대가 달라졌어요. 이 변화는 어떻게 받아들였어요?
사실 저는 유튜브에 발을 좀 늦게 담갔어요. 완벽히 이해하고 받아들였다기보다는 주변의 도움으로 한 발씩 나아가는 거예요. 후배이기는 하지만 유튜브에 먼저 데뷔해서 순항 중인 김원훈, 조진세, 박진호 등 여러 친구가 고맙게도 먼저 경험한 걸 아낌없이 나눠 줘요. 문상훈 님은 제작 관련 시스템에 있어 본인의 노하우를 전수해주고요. <핫이슈지>는 이런 분들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했어요.
앞으로 더 펼치고 싶은 길도 있어요?
개그를 중심으로 정말 다양한 길이 있어요. 예능, 연기, MC 등 도전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어요. 선택의 문제인데, 지금은 연기가 재미있어요. <핫이슈지>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더 많이 펼쳐 보일 예정이니 기대하셔도 좋아요.
여러 드라마에 출연해서 강렬한 연기를 펼쳤잖아요. 연기를 본격적으로 해볼 생각은 없어요?
정극도 매력 있어요. 작품 안에서 주로 감초 역할을 하다 보니 다른 배우들과 어우러져야 해서 에너지 조절이 필요해요. 제 연기를 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개선하는 과정도 재미있더라고요.
배우 이수지로 꿈꾸는 미래도 기대돼요. 욕심나는 역할이 있어요?
언젠가 한 엄마의 인생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김해숙, 염혜란 배우님 연기처럼 눈만 봐도 가슴이 미어지는 연기요. 개그로 사람들을 웃겼다면 언젠가는 울려보고 싶은 꿈이 있어요. ‘내 연기를 보고 우는 사람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도전해보고도 싶어요.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가 나오겠네요. 스스로 꼽는 ‘인생캐’는 뭔가요?
린쟈오밍요. 개그를 시작하고 10년 만에 코미디언 이수지의 이름을 알리게 해줬으니소중해요. 린쟈오밍을 만나고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그 시간 속에서 얻은 것도, 배운 것도 많고요.
오랜 세월 사람들을 웃긴 수지 씨는 뭘 보고 깔깔거리며 웃어요?
제가 나온 영상에 달린 댓글요. 댓글에 파묻혀 산다고 볼 수 있어요. 맨날 혼자 차에서 “꺄하하학” 하고 웃어요. 진짜 미치겠어요. 자기들끼리 역할극 하고 상상도 못한 멘트를 달아요. 이분들 모두 모셔서 회의하고 싶어요. 댓글의 몰입도도 엄청나요. “항암 치료 중인데, 수지 씨 영상을 보는 순간만큼은 잘 견디고 있어요”라는 댓글을 보면 같이 울어요. 울면서 제 이야기를 구구절절 써서 댓글을 달려고 해서 남편이 매번 말려요. 악플을 볼 때는 마음이 지옥 끝까지 떨어질 만큼 힘들고 그만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만요.
‘댓글을 안 본다’는 건 아예 선택지에 없나요?
아휴, 그건 못해요. 댓글을 봐야 제 콘텐츠가 재미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거든요.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거죠. 남편에게 고민 상담을 정말 많이 했어요.
댓글 보는 거 말고 다른 취미는 없어요?
사우나 가는 거 좋아해요. 주로 가는 곳만 가는데 사우나에 크루가 있어요. 여기가 진짜 제 영감의 노다지예요. 크루 멤버 중 1번은 갈빗집을 운영하는 60대 언니, 2번은 유치원 운영하다가 정년퇴직한 언니예요. 그 언니들이 며느리를 소개해줘서 친해지고 그래요.
오늘 함께 촬영한 예은 씨는 어떤 후배인가요?
일단 예은이는 저를 선배로 생각하지 않고요.(웃음) 저희는 진짜 친구예요. 제가 낯을 엄청 가려서 <SNL> 한 시즌 끝나고 예은이랑 좀 친해졌어요. 그저께 밤에 예은이 집에 갔는데 오늘 화보 촬영을 한다고, 글쎄 쟤가 다이어트를 하는 거예요. 자극받아서 저도 그날부터 시작했잖아요.
여배우들이란~
3일 동안 저녁 안 먹어서 2kg 뺐어요. 잘했죠? 꼭 써주세요. 진짜 힘들었어요. 아까 마라탕 시켜 먹을 때도 살 안 찌는 팽이버섯이랑 두부만 먹었어요.
동료이자 친구로서 예은 씨 자랑을 하자면요?
순수하고 밝고 맑아요. 어린아이를 보는 것 같아요. 흔히 ‘타격감’이라고 부르는 그 반응이 참 재미있고요. 서로 엄청 놀려 먹어요. 예은이는 제 몸을 놀리고, 저는 예은이한테 ‘이것도 모르냐?’ 하면서 놀려요.
지예은
MBTI가 ‘I’로 시작한다고요?
저 ‘I’ 같지 않아요?
TV에서 보던 예은 씨 모습이랑 비슷해서 내향형이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어요.
오늘은 수지 언니가 있어서 편하게 했어요. 밝긴 한데 되게 내성적이에요.
두 분은 실제로도 ‘찐친’이시죠?
언니가 정말 좋아요. 집도 두 정거장 거리라 서로 집에도 자주 방문해요. 일방적으로 제가 언니 집에서 자꾸 자고, 저희 집에 놀러 오라고 보채긴 하지만요.(웃음) 언니 집에 자주 놀러 가니까 “예은아 너 제발 남자 친구 사귀면 안 돼?” “제발 너네 집에 가주면 안 돼?”라고 해요. <SNL> 촬영 때도 점심시간 끝나고 잠깐 쉬는 시간 생기면 언니랑 산책 다녀오자고 해요.
수지 언니가 왜 그렇게 좋아요?
이렇게 선한 사람이 또 없어요. 거기에 사랑스럽기까지 해요. 일할 때 보면 ‘천재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고요. KBS, SBS 개그맨 공채도 다 붙은 인재잖아요. 사람을 웃기는 건 엄청난 재능이거든요. 언니랑 있으면 너무 재미있어요.
함께 콘텐츠를 해본다면 뭘 하고 싶어요?
뭘 해도 다 웃길 것 같아요. 콩트든 브이로그든 뭐든지 다! 지금 잠깐 상상해봤는데 진짜 그런 기회가 생기면 좋겠어요.
수지 씨에 따르면 예은 씨의 매력 중 하나는 ‘타격감이 좋다’는 건데, 동의하나요?
맞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항상 놀림을 받고 살았어요. 어디를 가든 ‘동네북’ 같은 캐릭터 있잖아요. 그게 딱 저였어요. 다들 제가 귀엽대요.(웃음) 또 제가 완전 몸치라 한예종 재학 당시에도 움직임 관련 수업만 하면 엄청 놀림을 받았어요.
누군가는 불쾌할 수 있는 상황인데 유쾌하게 받아들였네요?
다 저를 향한 애정이라고 생각해요. 좋으니까 장난치고 말을 걸지, 싫으면 말도 안 걸잖아요.
남들에게 웃음을 주는 일에 그때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시트콤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SNL>에서 관객분들이 웃어줄 때 제일 큰 희열을 느껴요. 어릴 때 <순풍산부인과>를 보고 ‘미달이’처럼 되고 싶어 머리띠 사달라고 조르고 그랬대요.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는데, 사람들이 저를 보고 웃으면 기분이 좋았어요.
연기 중에서도 코미디는 진짜 어려운 장르죠?
모든 사람을 웃기는 게 쉽지 않아요. 한예종 연극원에 진학하고 나서는 코미디 연기만 팠어요. <맥베스> <모모> <한여름 밤의 꿈>처럼 감정선이 깊은 고전 작품 속에서도 희극 캐릭터를 찾았어요. 가장 어려워서 정말 잘하고 싶었어요.
<SNL>을 만나 그 갈증이 제대로 채워졌네요? 시즌3부터 시즌7까지 벌써 4개 시즌에 참여하고 있죠?
라이브 쇼다 보니 반응이 즉각적이에요. 객석에서 터지는 웃음을 들으면 엄청난 희열을 느껴요. 처음 시즌3를 할 때는 어렵고 힘들어서 공연 중간 화장실에서 맨날 울었어요. 눈물 닦고, 이 악물고 무대에 올랐는데, 그 시간을 겪고 나니 엄청나게 성장한 것 같아요. <SNL>은 훈련소 같은 곳이에요. 이곳만 견디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거예요.
나름의 노하우가 생기기도 했어요?
노하우라기보다는 담력이 커졌어요. ‘배 째라’ 정신 같은 거요. 이젠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장 힘든 캐릭터는 뭐였어요?
캐릭터보다 대사 없이 뒤에서 리액션할 때가 제일 어려워요. 어떤 표정으로 무슨 행동을 하고 있어야 할지 스스로 찾아야 하거든요. 자세, 표정, 몸짓 하나하나 고민하는데, 이때 공부가 많이 되는 것 같아요.
답을 찾기 어려울 때는 어떻게 해요?
선배님들께 물어봐요. 워낙 베테랑이시잖아요. 방향을 알 수 없을 때 선배님들께 물어보면 적극적으로 알려주세요. 현장에 좋은 선생님이 많다는 게 정말 큰 복이에요.
누군가는 지예은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SNL> 이전에는 tvN SHOW(구 XtvN) 예능 <최신유행 프로그램>과 웹드라마에서 차근차근 내공을 쌓은 시간이 있었죠. 그 시절은 어땠어요?
불안으로 가득했어요. 열아홉에 연기를 시작해 스물아홉의 끝자락에 <SNL>을 만났으니 그 시간이 꽤 길었고요. 그래도 열심히 잘 살았다 싶어요. 그 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그렇게 쭉 살아라”라고 할 것 같아요.
어떤 생각으로 버텼어요?
때가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버티기보다는 하루하루 즐겁게 살려고 했고요. 사람의 마음은 어떤 방식으로든 티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밝고 명랑하게 살려고 노력했어요. 매일 산책 나가고 신나는 노래 듣고 자신감 충전하면서 보냈어요. 그 시절이 있었기에 요즘 모든 것에 감사해요.
최근 인간 지예은으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어요?
가족에게 선물 사주고 할머니께 용돈 드렸을 때요. 그 표정이 저를 100% 행복하게 했어요. ‘백수 지예은’으로 집에서 뒹굴뒹굴하던 애가 뭐가 됐더라고요.(웃음)
이 역시도 타인에게 기쁨을 줄 때네요. 사람들이 얼마나 재미있어하나 댓글도 찾아보고 그래요?
다 보죠! 저라는 사람을 좋게 봐주시는 게 신기하고 감사해요. 저로 인해 누군가 행복해할 때 그 순간이 저는 그렇게 좋아요.
‘예뻐요’ ‘웃겨요’ 중 더 탐나는 댓글은 어느 쪽이에요?
둘 다 좋지만, 제일 좋아하는 건 ‘성격 좋다’ ‘착한 것 같다’라는 쪽이에요.
연기를 시작하고 10년 차에 <SNL>을 만났어요. 앞으로 10년 뒤에는 뭘 하고 싶어요?
수지 언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앞으로 10년 뒤면 지금의 수지 언니와 비슷한 나이가 돼요. 언니처럼 사랑스럽고, 긍정 에너지가 가득한 사람으로 활동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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