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에는 한쪽 보디만 드러내는 의상이 킥
보디의 한 부분만 드러내는 불완전한 실루엣. 하지만 그 ‘불완전함’이 패션의 균형이 될 때.

루이 비통 2025 F/W 파리 패션위크에서 배우 전지현은 앰배서더로 발탁된 후 처음으로 쇼장에 모습을 드러내며 큰 화제를 모았다. 그날 특히 주목받은 건, 그가 착용한 팬츠. 언뜻 보면 슬릿을 깊게 넣은 드레스 같지만, 이는 루이 비통 2025 S/S 컬렉션의 언밸런스하게 커팅한 트라우저다. 한쪽 다리만 노출되는 구조는 단순한 파격이 아니라, 비대칭적 컷이 주는 시각적 긴장감과 걷는 동작마다 살아나는 리듬을 통해 페플럼 디테일 상의와의 완성도 높은 조화를 이뤘다. 덕분에 전지현의 존재감은 걸을 때마다 배가되었다.
사실 비정형성은 오래전부터 건축, 조각, 그래픽디자인 등 다양한 시각예술에서 중요한 언어였다. 불완전하게 잘린 듯한 형태, 대칭을 피한 구성은 보는 이의 예상을 깨뜨리며 긴장과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그것은 ‘일탈’이 아닌 ‘재구성’, ‘변칙’이 아닌 ‘규범의 해체’다. 익숙한 형식을 전복하고 기존의 미학을 재조합하는 방식은 마르지엘라의 해체주의적 디자인과도 닮았다. 마르지엘라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긴 ‘완성된 옷’이라는 개념을 해체하고, 옷의 제작 과정과 구조를 그대로 드러내며 비정형성의 아름다움을 일깨웠다. 이는 오늘날 비대칭 커팅이나 언밸런스한 실루엣에도 유의미한 영감을 제공했을 터.
이런 흐름은 루이 비통만의 것이 아니다. 보테가 베네타는 블랙 팬츠에 구조적 재킷을 매치해 드라마틱한 대비를 선보였고, 릭 오웬스는 아방가르드한 드레이프 숄 아래 비대칭 하의를 더해 극단적 심상을 이끌어냈다. 코페르니는 블랙 슈트에 허벅지를 가로지르는 과감한 디테일을 삽입했고, 로메오 헌트는 로에지 데님 텍스처로 시선을 압도했으며, 빅토리아 베컴은 언밸런스 팬츠에 정제된 화이트 재킷, 시어한 이너를 더해 조용한 반전을 꾀했다. 리얼웨이에서의 스타일링은 간결할수록 힘이 있다. 과감한 컷이 시선을 끌기 때문에 상의는 간단한 테일러드 재킷이나 슬리브리스 톱, 베이식 셔츠 정도가 적당하다. 팬츠의 언밸런스를 더 강조하려면 발목이 드러나는 뮬이나 스트랩 힐이 제격이고, 액세서리는 미니멀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시선은 자연스레 하의로 향하고, 그 순간 언밸런스는 그 자체로 완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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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GORUN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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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청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