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선수에게 듣는 잘 달리는 ‘러너’가 되는 방법

두 발로 땅을 힘껏 밀며 빠르게 전진한다. 직접 뛰어보기 전에는 모르는 러너들의 세상. 

러닝 인구 1000만 시대. 끈질긴 지구력과 헝그리 정신의 상징이던 달리기는 몇 년 새 모두의 스포츠가 됐다. 2023년 진행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2%가 지난 1년간 조깅이나 러닝 경험이 있다고 답했을 정도. 한 예능에서 공개된 기안84의 풀코스 마라톤 완주와 뉴욕 마라톤 원정 역시 러너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지자체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것. 서울시는 여의나루역 2번 출구에 ‘러너스테이션’을 조성해 시민들이 언제든 편하게 짐을 보관하고 달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렇듯 러닝은 소수의 취미 생활을 넘어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세상을 지배한 러닝 트렌드에 동참하고 싶다면, 전국적으로 열리는 대회에 관심을 가져보길. 국내 최대 규모의 마라톤 커뮤니티 ‘마라톤 온라인’에는 2025년, 316개의 대회가 등록되었다. 1월부터 12월까지 촘촘하게 짜인 일정은 잠시 쉬어갈 법한 폭염과 한파에도 계속된다. 하지만 뛰고 싶다고 마음껏 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11월 2일에 열리는 ‘JTBC 서울 마라톤’은 치열한 사전 신청과 추첨을 거쳐 간택받은 자만이 참가할 수 있고, 귀여운 산리오 캐릭터와 함께하는 ‘산리오×올리브영 큐티 런 2025 서울’은 티켓 오픈 24분 만에 전량 매진됐다. 유명 대회를 뛰고 싶은 이들과 희귀한 완주 굿즈를 탐내는 이들, 기록 단축을 목표하는 이들에게 대회 참여는 또 하나의 경쟁이 됐다. 참가 신청에 성공했다면, 완주 또는 기록을 위한 준비에 돌입할 차례.

‘인간의 몸은 달리기에 최적화되었다’는 말만 믿고 훈련을 게을리하거나 무리한 운동을 하면 부상을 입을지도 모르니 주의할 것. 재활의학과 전문의 이동열은 달리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접근성과 편의성 측면에서 초보자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죠. 심폐 기능 및 근골격계 기능 강화는 물론, 도파민 분비 균형, 스트레스 반응 재조율, 해마 위축 지연 등 뇌신경학적으로도 효과가 입증됐어요. 하지만 그만큼 부상의 위험도 큽니다. 단단한 지표면과 가까운 부위일수록 부상의 위험도가 올라가는데, 대표적으로 허리, 무릎, 발목이 있어요.”
물리치료사 임우석은 부상 예방을 위해 “자신의 컨디션을 아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한다. “활성화되지 않은 주호흡근과 불규칙한 호흡 패턴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최대 심박수예요. 최대 심박수의 50~70%의 강도로 달리는 것이 안전해요.” 몸과 마음이 즐거운 달리기를 위해서는 무엇에 유의해야 할까?


INTERVIEW

울산시 장애인체육회 소속 육상선수이자 다양한 지역 클래스에서 코치로 활동 중인 허동균이 말하는 잘 달리는 법.

여러 운동과 비교했을 때, 달리기만의 특별함은?
편안한 마음으로 두 다리를 움직이고 땅을 밟고 자연을 바라보는 그 자체로 희열이 있다. 나만의 목표를 달성할 때 채워지는 성취감 같은 거다.

부상의 위험을 줄이는 ‘워밍업’과 ‘쿨다운’에 대해 설명해달라.
워밍업을 통해 근육 안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면 순발력이나 민첩성, 반응 속도, 유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러닝 드릴(Drill) 같은 동적 스트레칭과 폼롤러를 활용한 정적 스트레칭으로 구분된다. 일본 선수들은 훈련 시, 드릴 운동만 1시간 넘게 진행한다. 그만큼 워밍업이 달리기에 최적화된 몸을 만들 때 꼭 필요하다는 것. 그렇게 말랑해진 몸을 빠르게 회복하려면 쿨다운을 해야 한다. 운동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빠르게 내려야 염증 발생을 줄일 수 있기 때문. 콜드플런지 같은 아이싱이 대표적이다.

달리기의 핵심 역량은?
위로 튀어오르는 탄력의 감각이 없으면 무게중심이 아래로 쏠리고, 종아리나 발목에 부하가 많이 걸린다. 달릴 때 몸에 전달되는 힘을 위로 끌어올려서 상체와 힘을 균형 있게 나눠 쓸 줄 알아야 한다. 플랭크, 런지, 스쿼트 같은 코어 훈련을 하는 이유다. 

근육 단련만큼 자세도 중요할 것 같다.
드릴을 하다 보면 본인이 평소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 보인다. 몸의 중심에 위치한 고관절의 움직임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는 운동이라 그렇다. 제자리 점프, 발차기, 니업 등 기본적인 드릴 훈련을 5~10개 진행한다. 자세를 교정하고 코어도 다질 수 있다.

적절한 호흡의 패턴을 찾는 방법은?
정해진 호흡법은 없다. 달릴 때 호흡에 과도하게 신경 쓰다 보면 도리어 자세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필요한 건 기초체력을 키우는 일이고, 그 과정에서 심장이나 폐의 기능은 자연스레 향상되어 편안한 호흡이 가능하다. 호흡 레벨은 크게 4단계로 나뉜다. 주 7회를 달린다고 가정했을 때, 적당히 숨이 차지만 대화는 할 수 있는 상태인 2단계로 5일, 최대 심박수의 70~80%에 달하는 강도의 3단계로 2일 정도가 적당하다. 

어떤 러닝화를 신어야 할까?
신었을 때 편한, 자신의 발에 잘 맞는 러닝화를 찾아야 한다. 아마추어 러너들이 종종 카본화를 신지만, 선수들은 특별한 훈련을 제외하고는 잘 신지 않는다. 탄력이 좋고 가볍지만 생각보다 발에 누적되는 피로가 많다. 그 대신 아식스의 슈퍼 블라스트나 푸마의 디베이트 나이트로 같은 슈퍼 트레이닝화나 아식스의 노바 블라스트 같은 안정화를 신어보길. 80% 이상의 훈련과 대회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러닝 전, 탄수화물 보충을 위한 카보로딩(Carbohydrate Loading) 식단은 어떤가?
이론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사람의 몸은 천차만별이기에 무조건적으로 실천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소화 장애 같은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있다. 탈이 나지 않을 정도의, 컨디션을 적절히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건강식이 가장 좋다. 다만 운동을 시작하기 3시간 전에 음식 섭취를 끝낼 것. 

지속 가능한 달리기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달리기는 ‘절제’하는 운동이다. 욕심 없이 몸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강약약’ 패턴을 추천한다. 강하게 훈련하고 찾아오는 근육통을 약하게 훈련하며 풀어주고 회복하기를 반복하는 거다. 강도가 마냥 약하기만 하면 성장할 수 없기에, 몸을 함께 살피고 고민할 수 있는 친구들과 마음을 정돈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포토그래퍼
    김성민
    모델
    안재형
    도움말
    이동열(재활의학과 전문의), 임우석(물리치료사), 허동균(육상선수 겸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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