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Y2K쌀롱⑧ 수지는 언제부터 예뻤을까? 인간 첫사랑의 시작

2025.10.20김가혜

첫사랑 수지첫사랑 수지

아이고 우리 수지 따숩다, 우리 수지 예쁘다!

수지X김우빈, 다시 이루어질지니

<함부로 애틋하게>가 벌써 9년 전이다. 과거 서사 촘촘한 두 주인공이 안하무인 슈퍼갑 톱스타와 비굴하고 속물적인 슈퍼을 다큐 PD로 재회해 그려가는 까칠하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 겨울이면 소환되는 <미안하다, 사랑한다>결의 새드엔딩 드라마는 1994생 수지와 1989년생 김우빈의 찬란한 20대 초중반 시절을 담고 있다(다음 해 김우빈은 비인두암 진단을 받고 활동을 중단했다).

먹먹한 여운을 남긴 ‘함틋’ 커플이 재회한 건 로코퀸 김은숙 작가의 <다 이루어질지니>. 사이코패스 주인 ‘기가영’과 램프의 정령이자 사탄 ‘지니’의 천년 만의 재회가 작품 밖에서도 애틋한 이유다.

드라마 소개부터 ”이상하고 아름다운 주인”이라고 명시한 기가영. 툭 하면 어딘가 비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 보며 한없이 빠져드는 나르시시스트다. 가영의 “나 예뻐!”, “나 오늘 예뻐!” 대사를 수지만큼 찰떡으로 소화할 배우가 또 있을까?

국민 첫사랑, 국민 XX의 탄생

2012년 개봉작 <건축학 개론>의 포스터 카피는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하지만 그 시절 모두의 첫사랑은 사실 수지였다. 외형은 음대생 에겐녀지만, 성격은 제주 출신다운 테토녀로 극I 승민(이제훈)을 쥐락펴락 했던 ‘서연’.

세월이 흘러 현재의 ‘서연’ 역은 한가인이 맡았다.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로 대한민국 남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고는 다음해 결혼하며 연정훈을 대한민국 3대 도둑으로 만든 원조 첫사랑. 서연의 등장에 본능적으로 위기 의식을 느낀 승민의 약혼녀 은채(고준희)는 질문의 형식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오빠 학교 다닐 때 첫사랑 있었다던데, 언니 누군지 아세요?
궁금한데 얘기를 안 해줘. 1학년 때라던데… (중략)
(승민에게) 그래 말해봐, 썅년이었다며?”

첫사랑 수지
수지 트위터

<건축학개론> 개봉 당시 수지의 팬들은 꽃바구니 리본에 “국민 썅년 양서연, 새싹 배우 배수지”라고 적었다. 문구가 다소 과격하지만 영화를 보면 이해가 되는 응원 메시지. 수지의 스크린 데뷔작은 그 해 4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고, 열아홉 살이던 수지는 국민 첫사랑이자 국민 XX가 되었다.

수지 예뻐, 수지 오늘 예뻐!

첫사랑 수지
인스타그램@skuukzky

“내 이름은 수지가 아닌데 자꾸만 실수로 수지라 부를 때”.

미쓰에이의 2011년 활동곡 ‘Good-bye Baby’에 등장하는 가사다. 국민 첫사랑이 되기 전부터 ‘수지’라는 이름은 여자들의 질투와 선망을 동시에 받았다. 수지 전에는 ‘태희 혜교 지현’이 그랬고, 수지 다음엔 ‘제니’가 그렇다. 두 해 전 히메컷을 한 수지의 ‘잇몸 플러팅’이 깻잎 논쟁만큼 화제가 되고 남은 것은? 수지의 존재 자체가 플러팅이라는 사실이다.

올해로 데뷔 15주년. 그 사이 미쓰에이 수지는 국민 첫사랑이 되었고, 유미이자 ‘안나’가 되었으며, ‘이두나’가 되었다가 ‘기가영’이 되었다. 다음 역할이 무엇이든 아마도 우리는 그 인물과 수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건 수지가 수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영식 사고만큼 강력한 수지식 사고의 힘도 막강하다. 수지로 사는 게 어떠냐고 물으면 수지는 웃으며 답한다. “나쁘지 않아!”

수지
유튜브 <조현아의 평범한 목요일 밤>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