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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K쌀롱⑨ 기억나니? 사과폰 전에 이효리폰 있었다

2025.10.27김가혜

이효리이효리

여자 셋이 모이면 이효리가 셋이던 시절이 있었다.

기억 나니, 애니클럽?

트와이스
인스타그램@twicetagram

엔젤들의 파티에 트와이스의 등장이라, K팝스타들의 행보에 하루하루 놀라는 요즘이다.

‘빅토리아 시크릿 2025’ 쇼에 오른 지효, 쯔위, 나연, 모모. 쯔위가 입은 푸시업 브라는 다음날 품절됐고, 빅시 엔젤들의 패션쇼를 딴 세상처럼 여기던 K언니들은 가슴부터 차오르는 전에 없던 국뽕을 느꼈다.

그런데 그 다음은, 2000년대를 향한 향수가 시작되었다. 트와이스 멤버들이 신고 있던 퍼 부츠 때문이었다. 저거, 이효리 털 부츠잖아?

‘소라게’ 권상우가 콘로우 헤어의 클럽 사장으로 등장해 에릭과 대결 구도를 펼친 ‘애니클럽‘(2005). K팝 대디, 테디가 피처링 한 노래가 귓가에 자동 재생되며 북극곰 같은 흰 털 부츠를 신고 침대에 누워 있던 이효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기억 나니, 가로본능?

이효리
인스타그램@lee_hyolee

두 해 전 ‘현대카드 다빈치 모텔’ 무대에서 ‘애니클럽’을 선보인 이효리. 앞서 엄마 집에서 발견한 “유물”들 중 하나로 공유한 ‘가로본능’폰도 소품으로 활용했다.

2005년 출고 당시 가격은 60만원. 이효리를 모델로 내세운 ‘가로본능 ∥’는 불티 나게 팔렸다. 당시 기사를 찾아보면 이 제품의 강점으로 은나노 코팅 기술, 100만 화소 카메라폰, 보조 메모리, MP3 플레이어, GPS 기능과 함께 이효리와 에릭이 출연한 ‘애니모션’ 1분짜리 동영상 파일이 담겨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화제의 뮤직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다”고 말이다.

보라색 새틴 톱을 입은 오마이걸 승희가 과장된 몸짓으로 춤을 추고, 빨간색 셔츠를 입은 ‘우리 집’ 준호는 치명적인 눈빛으로 그 모습을 촬영하는 영상. 2021년 갤럭시 Z플립 캠페인은 애니콜이 이효리빨을 받기 시작한 2003년 전설의 ‘캠코더폰’ 광고를 패러디했다.

이효리 애니콜
삼성전자 ‘리얼 마케팅 쇼’ 캠페인

그 즈음 플립폰을 장만한 친구는 등장과 동시에 이 광고를 재현했다. BGM인 미스티크의 ‘Scandalous’를 입으로 재생하며(빰 빰! 빰 빰!), 90년대 슈퍼모델처럼 몸을 좌우로 꺾으며 셀카를 찍더니 2003년에는 이서진이 했고, 2022년에는 승희가 한 그 대사 “작업 중이야!”로 마무리.

여자 셋이 모이면 이효리가 셋이던 2000년대를 함께 한 우리들에게 “빰 빰! 빰 빰!”은 추억은 방울방울 타임슬립 버튼이자 흥 버튼이었다.

이효리 트와이스
인스타그램@_zyozyo

기억 나니, 텐미닛?

이효리
인스타그램@Risabae_art

빠-밤! 빠 빠밤!

우리 어찌 이 전주를 잊으리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몸이 먼저 반응하는 전주. 이효리의 ’텐미닛’은 그 시절 클럽으로 우리를 옮겨 놓는다. “어느 늦은 밤 혼자 들어선 곳”에서 마주친 여자친구 있는 남자를 10분만에 유혹한다는 이야기를, 누구나 납득할 수밖에 없게 만든 슈퍼스타 이효리의 시작.

지난해 틱톡을 시작으로 글로벌 역주행 하며 우리들의 슈퍼스타에서 전 세계적인 ‘K팝 언니’가 된 이효리. 그 분위기에 응답하듯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의 도움을 받아 악뮤 10주년 콘서트에 2003년 볼살 통통한 이효리를 소환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찐팬이었다며, 이효리와의 작업이 은퇴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짜릿한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힌 이사배. 두 사람은 요즘 최고의 화제작 <저스트 메이크업>의 MC와 심사위원으로 재회해 ‘슈퍼스타 언니’와 ‘성공한 동생’의 꿀케미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와 내 친구들은, 우울할 때면 이효리의 ‘텐미닛’을 부른다. 이효리처럼 꾸미고 만나 “너 오늘 왜 이렇게 예뻐?” 걸스토크로 우정을 다지던, 버스 손잡이 귀고리를 달랑거리며 강남과 홍대를 누비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오늘도 빠 빠밤!

이효리
인스타그램@lee_hy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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