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건 절대 없어? 아니야 GD 있어!

박찬욱, 박지성, 그리고 지드래곤

‘깐느 박’ 박찬욱과 ‘해버지(해외 축구 아버지)’ 박지성이 돌아보고, DJ 페기 구가 커피잔을 내려놓고, 안성재 셰프가 음식을 내놓다 멈춘다. 각국 대표단에게 환영 인사를 하려는데 자꾸만 차를 빼라는 장원영까지, 이게 다 GD 때문이다. 주차권을 입에 물고 멋지게 비행기를 후진하는 파일럿 GD. 돌고래유괴단이 국뽕에 B급 유머를 버무린 APEC2025 홍보 영상이다.
지난 10월 23일, 제16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에서 15년 이상 문화예술 발전에 공적을 쌓은 예술인에게 수여하는 옥관 문화훈장을 ‘최연소’로 수훈한 GD. “10대 때는 가수가 꿈이었기 때문에 꿈을 이뤘고, 20대 때는 (국무총리) 표창도 받았고 지금 30대가 돼서 옥관 문화훈장까지 받게 돼서 40대가 굉장히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다.
암쏘쏘리 벗 알러뷰 다 거짓말

‘거짓말’은 한동안 세대를 구분하는 노래였다. 제목만 들었을 때 전지현이 “싫어 싫어!” 울부짖는 지오디의 ‘거짓말’(2000)을 떠올리면 옛날 사람, 거미의 “여보세요?”로 시작하는 빅뱅의 ‘거짓말’(2007)을 떠올리면 요즘 사람. 노래방만 가면 안무를 곁들여 빅뱅의 ‘거짓말’을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80년대생인 나와 친구들은 전자였다.
빅뱅의 2007년 메가 히트곡 ‘거짓말’은 GD의 7년만의 복귀 무대 MAMA2024를 보다가 종착역처럼 보게 되는 영상으로 유명하다. 이 노래를 작사 작곡한 GD의 당시 나이는 스무 살. HOT를 좋아하던 세대에게 GD는 나보다 어리지만 오빠라고 부르고 싶은 첫 번째 아이돌이었다. 멋있으면 다 오빠, 그러니까 GD 오빠.

불혹에 GD를 좋아한다는 것

최근 <손석희의 질문들3>에서 손석희는 어느새 40대를 앞둔 GD의 나이를 여러 차례, 짓궂게 언급했다. 그의 말처럼 불혹과 GD만큼 안 어울리는 단어도 없지만, 88년생 GD도 “내일 모레 마흔”이라는 말을 하는 나이가 되었다.
40대 중반에도 불혹은커녕 매일매일 도파민의 유혹에 나부끼는 우리들. 요즘 내 주변은 두 부류로 나뉜다. “다시” GD가 좋아졌다는 사람, 아니면 GD에 “처음으로” 빠졌다는 사람. 어쨌거나 다들 GD앓이 중이다. MAMA2024 무대 영상을 무한 재생하고, 노래방에서 GD가 작사 작곡한 히트곡들을 찾아 부르며, 잠들기 전 의식으로 GD의 ‘TOO BAD’ 안무를 감상한다.
친구 J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동물 다큐멘터리나 아기 영상을 보곤 했는데, 요즘엔 GD 짤을 보며 분노를 다스린다고 했다. 친구 S는 빅뱅을 좋아하던 시절로 다시 되돌아가는 기분이라며 십 수 년 전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현재 GD의 미모를 추앙했다.
서른을 목전에 두고 영원한 건 절대 없다고 ‘삐딱하게’ 노래하던 GD.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10년이 훌쩍 지난 뒤에 그의 ‘파워’가 얼마나 더 대단해지는지.
빅뱅 이즈 백!
2026년 데뷔 20주년을 맞는 빅뱅. 스무 살 “성인식”을 준비한다더니 내년 4월, 코첼라 메인 스테이지에 오른다. 2NE1의 서프라이즈 완전체 무대에 이어 빅뱅까지 소환한 코첼라. 현장엔 못 가겠지만 그 날의 셋리스트는 나와 친구들의 노래방 예약 순서에 막강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아티스트 이름에 ‘빅뱅’을 넣고 나오는 히트곡들을 줄줄이 예약하겠지. 랩은 좀 버벅대도 괜찮다. 우리에겐 댄스의 영혼을 끌어내는 GD표 후렴이 있으니까. 비(B) 투 더 아이(I) 투 더 지(G) 뱅뱅! 비 투 더 아이 투 더 지 뱅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