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디는 재민이를 키우고, 재민이는 지오디를 키운 원조 육아 예능. <god의 육아일기>가 2026년에 4K로 돌아온 이유.
국민 아이유의 영원한 아이돌은?

지오디다. ‘아이유의 팔레트’에 지오디가 나왔을 당시 <god의 육아일기>로 입덕해 지금까지 쭉 좋아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군 복무 시절 갓 데뷔한 아이유가 지오디 팬이라고 말하는 모습을 내무반 TV로 보았던 김태우와 달리, <나의 아저씨>를 보고 아이유의 팬이 된 윤계상은 얼마나 놀랐는지 말을 더듬을 정도였다. <범죄도시>의 무시무시한 흑룡파 두목 ‘장첸’도 ‘나의 아이유’ 앞에서는 아저씨 팬일 뿐. 이후 아이유는 오빠들이 “오래 오래” 활동하시길 기원하며 산삼 선물을 보냈다.

아이유를 입덕시킨 육아 예능의 원조 방송은 사실 HOT에게 먼저 제안이 간 기획이었다. 하지만 SM은 숙소와 민낯 공개를 조심스러워 하며 거절, HOT 매니저와의 친분으로 방송사 미팅에 동행했던 지오디 매니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어필했다고 한다. “우리 애들은 팬티 바람으로 출연할 수 있어요!”
그렇게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숙소부터 잠옷 바람과 새집 머리와 퉁퉁 부은 얼굴을 공개한 지오디. 신비주의 같은 건 애초에 내려놓은 이웃집 아이돌의 좌충우돌 육아는 첫 방송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지오디는 전 연령의 사랑을 받는 국민 아이돌이 되었다.
보고 있나, ‘왕엄마’ 손호영?

1993생 아이유가 지오디를 보며 가수의 꿈을 키우고, 1989년생 태연이 전주에서 ‘계상 부인’으로 활동하던 2000년대 초반. 고등학생이던 나는 생애 첫 팬레터를 썼다. 상대는 김태우의 52분 분량 독점에도 불구하고, 재민이를 돌보다 꾸벅꾸벅 조는 단 4분 영상으로 다음날 연예 신문 1면을 도배한 손호영. 나 역시 그 장면에 심쿵했지만 부인이 되기로 결심한 결정적 이유는 아니었다.
내적 친밀감이라고 할까? 교실에서 <god의 육아일기> 이야기에 열을 올리던 어느 날, 친구들이 내 얼굴을 뜯어 보더니 손호영과 닮았다고 말한 게 시작이었다. 쌍꺼풀 없는 눈에 각진 턱, 넓은 어깨(!)를 가진 댄스 동아리 애는 이후 손호영 닮은 꼴로 통했고, 돌이켜 보면 어릴 때부터 에겐남 취향이던 나는 살인 미소를 탑재한 국민 ‘왕엄마’에게 빠져버렸다. 꿈에 나왔다며 다음날부터 ‘몽중인’ 가수를 덕질하는 친구를 보며 혀를 끌끌 찼건만, 닮았다는 말에 운명적 이끌림을 느꼈다고 주장하게 될 줄이야…

공연장에서 흔드는 ‘피켓’ 형태로 팬레터를 쓴 건 지오디가 ‘뜬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우리 동네 핫플이던 버스터미널 옆 쇼핑몰의 1주년 축하 행사였던 걸로 기억한다. 컬러 하드보드지에 잡지에서 오린 손호영 사진과 내 스티커 사진을 나란히 붙이고, 오빠를 사모하게 된 과정을 소상히 적은 후 집안의 가보로 남길 음성 메시지를 부탁하며 ‘삐삐’ 번호를 남기고, 책 쌀 때 쓰는 아스테이지로 코팅 하듯 포장했다. 하지만 결국 전하지 못했다. 갑자기 몰려든 인파에 안전상의 이유로 공연 취소. 무대 위로 올라오기 무섭게 다시 내려가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본 게 전부였다.
지오디의 노래는 내레이션까지 다 외우지만 공연장에서 하늘색 풍선을 흔들어 본 적 없는 내게 그 시절 ‘호영뷘’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유일한 물건은 사인 CD다. 솔로 활동 시절 손호영을 인터뷰 한 선배가 편집부 막내를 위해 받아온 것. 한동안 책상 한편에 올려 놓고 인터뷰 할 날을 고대했지만 지금까지 쭉 ‘덕계못’이다.
그때는 지오디고 지금은 투바투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방영된 프로그램을 현대적 감성으로 다시 소개하는 웨이브의 ‘뉴클래식 프로젝트’가 최근 4K로 소환한 레전드 시리즈는 <god의 육아일기>다.
2000년 1월에 시작해 2001년 5월에 종영됐으니 벌써 25년 전. 작고 무해하고 귀여운 존재들에 열광하는 2026년에 원조 육아 예능의 귀환은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지는데, 지난 5월부터 시작한 리부트 시리즈 <TXT의 육아일기> 방영과 함께 기획된 프로젝트다.
21세기 초반을 지오디 덕질로 보낸 밀레니얼 세대이자 미취학 영유아의 꼬물꼬물한 귀여움을 그리워하는 40대 학부모의 취향을 저격하는 그때와 지금의 ‘육아일기’.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것이라면 조카가 좋아한 덕분에 ‘투바투’라고 읽을 줄만 알았던 그룹이 지오디처럼 5인조라는 사실이다.


지오디에서 손호영은 왕엄마, 박준형은 왕아빠, 윤계상과 데니는 삼촌, 김태우는 고모였던 것처럼 평행이론 캐릭터를 생성 중인 투바투. 어쩔 수 없이 마음이 향하는 멤버는 확신의 엄마상으로 불리는 수빈이다. 손호영과 김태우의 특별 출연분만 봐야지 했는데 웬걸. 이렇게 또 4세대 아이돌에게 마음을 뺏겨 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