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한 달 살며 일하기
2019년 라이프 키워드에는 여전히 ‘로케이션 인디펜던트’가 있다. 현재 디지털 노마드의 도시로 각광받는 방콕, 치앙마이 등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보고 싶은 곳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New York | 카드뉴스 제작자 이은지
대학 졸업 이후 곧바로 프리랜서 시장으로 뛰어들어 앱 서비스와 오프라인 행사의 기획 및 개발, 온라인 마케팅, 콘텐츠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했다. 현재는 카드뉴스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을 주로 하며, 카카오와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배포한다. <카드뉴스 마케팅>과 <프리랜서 시대가 온다>의 저자이며, 올해는 ‘디지털 노마드 프로젝트’가 담긴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뉴욕을 선택한 이유 뉴욕 러버다. 뉴욕에서 받은 영감은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줄 것 같았다.
한 달 살기를 결심하게 된 계기 프리랜서는 사무실이 필요 없다. 한국에서 코워킹 스페이스가 유행처럼 번지기 전부터 계속 노마드의 삶을 살고 있었다. 노트북과 콘센트를 연결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일했다. 함께 하는 팀원들이 생긴 후에도 여전히 자율근무제. 원하는 곳에서 편한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대신 마감은 엄격한 편.
하루 일과 스폰서의 지원을 받아 원하는 도시에 머무르고 스폰서가 원하는 콘텐츠를 제작해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따라서 콘텐츠 소스를 수집하는 일을 가장 먼저 한다. 뉴욕 프로젝트 때는 ‘부동산 플래닛’이라는 플랫폼 서비스 회사의 지원을 받았다. 뉴욕의 코워킹 스페이스와 맛집을 방문하고 사용자들에게 콘텐츠로 제안해주는 일이다. 오전에는 사전에 방문할 공간에 연락해서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했고, 오후에는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곳을 방문해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했다. 매일매일의 일을 기록하자 우리의 자체 콘텐츠를 좋아해주는 독자도 생겼다. 어떤 때는 하루에 10시간씩 일할 때도 있었지만, 해야 할 일 외에는 어떤 것도 방해 요소가 없었기 때문에 오로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
좋은 점 한국에 있으면 성장과 생존에 대해 매일 끊임없이 생각하지 않나. 새로운 문화 속에 나를 던져놓고 보면 한국에서의 삶이 객관적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삶이 여기서는 가능하고 내가 한계라고 믿었던 것들이 깨지는 놀라운 경험도 했다. 이제까지 살아온 방식대로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다시 살아갈 에너지를 되찾았다.
힘든 점 음식과 언어. 일하는 환경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 원격근무는 생각보다 어렵다. 한국만큼 인터넷이 빠른 곳도 없고, 사진 업로드하는 데도 몇 시간 걸릴 때가 있다. 내가 일을 아무리 잘해도 환경 때문에 힘든 경우가 있다. 다만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분명 멋진 경험이라는 걸 힘주어 말하고 싶다. 이제까지 모르고 살았던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게 해주니까.
한 달 살기 추천 숙소 뉴욕의 집값은 상상 초월이다. 처음에는 맨해튼에 살고 싶었는데, 계약한 집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는 바람에 급하게 브루클린의 오피스텔에 살게 됐다. 대신 맨해튼보다 집값을 1백만원까지 절감했다.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룸메이트를 구해 사는 방법도 있다. 페이스북이나 한인 커뮤니티에 룸메이트를 구하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 1인 기준 월세 1백50만원이면 방 하나를 쓸 수 있다.
일하기 좋은 장소 어셈블리지 코워킹 플레이스. 뉴욕 지점이 3개 있다. 월 단위로 이용할 수 있는데, 공간 자체가 멋지다. 뉴욕 중심가여서 책상 한 자리가 월 1백20만원~1백50만원에 이른다. 직장인을 위해 퇴근 후 저녁시간과 주말에만 쓰는 멤버십도 있다. 이건 한 달에 20~30만원 정도로 저렴하다. 대신 지정석은 따로 없고 공용 공간 어디에서든 일하면 된다. 또 다른 곳은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라고 불리는 에이스호텔. 호텔 로비를 코워킹 스페이스로 만들어서 쓰고 있는데, 호텔 분위기와 딱 어울리는 공간이다. 일하다가 옆 사람과 친해지기도 한다. 제일 좋은 건, 꼭 호텔 투숙객이 아니어도 쓸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는 것. 한마디로 무료다!
주의 사항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한다는 것은 양면을 가지고 있다. 자유로운 대신, 어디서든, 어떤 환경에서도 일해야 한다는 말도 된다. 게다가 항상 불안정하다. 안정적으로 클라이언트에게 일을 받거나 자체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수익 모델을 가지고 떠날 것. 현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현지 물가를 적용해 일을 하면 수입도 너무 적다. 혼자 여행하는 것이 아닌, 해외에서 혼자 일을 하면 외로움을 느낄지도. 그래서 나는 팀원과 의지하며 문제가 생길 경우 함께 헤쳐나간다. 물론 비용은 두 배로 든다.
Porto | 디에디트 편집장 하경화
디에디트는 ‘사는 재미가 없으면, 사는 재미라도’를 모토로 소비의 즐거움을 다루는 미디어다. 이곳에서 에디터 H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고 영상을 찍는다. 보다 멋지게 일해보고 싶어 한 달간 전 직원이 포르투로 사무실을 옮긴 ‘어차피 일할 거라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포르투를 선택한 이유 포르투는 유럽 중에서도 물가가 저렴한 도시에 속한다. 한국에 많이 알려지지 않아 독자들에게 새로운 도시를 소개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계속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다 보니 포르투의 아름다운 풍광도 떠날 이유가 됐다. 현지인들은 소박하고 친절했다.
한 달 살기를 결심하게 된 계기 치열하게 살아온 모두가 그렇듯 초조함과 조바심이 나를 갉아먹고 있다고 느꼈을 때 삶을 바꿀 계기가 필요했다. 어차피 일해야 한다면 더 멋지고 낯선 곳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하루 일과 한국에서 일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한 후 식사를 했다. 각자 맡은 업무에 따라 영상 편집을 하기도 하고, 기사를 쓰거나 사진 촬영을 했다. 오후에는 대부분 거실이나 사무실에 머물렀다. 더러는 촬영을 위해 관광지에 나갔다. 때로는 한국 시간에 맞춰 더 치열하게 일해야 했다. 포르투의 5월은 해가 아주 길어서 9시는 되어야 해가 졌기 때문에, 일과 시간이 지나면 그제야 나가서 늦은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오면 포트 와인을 한 잔씩 마시는 여유를 즐겼다.
좋은 점 8시간의 시차 덕에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과 거리를 둘 수 있었다. 디지털 노마드의 가장 큰 매력은 심리적 자유다. 눈을 돌리면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이 보였다. 힘든 때도 많았는데, 근처 강가에서 야경을 보고 있으면 그래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늘 들었다.
힘든 점 잘 지낸 동료들과 한 공간에서 생활한다는 자체부터 쉽지 않았다. 밥 먹는 시간부터 생활 패턴까지 모두 다르니까. 인터넷도 빠르지 않고 필요한 장비를 즉시 수급하는 것도 어려웠다.
한 달 살기 추천 숙소 사무 공간과 취사가 가능한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호텔 대신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구했다. 우리가 머문 곳은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오래된 이층집이었다. 지은 지 100년이 넘은 곳이지만 아름다웠다. 방이 무려 4개인 집이라 각자 방을 사용했고 거실은 사무실로 꾸몄다. 한 달 집세는 3백70만원. 포르투갈 물가에 비해 조금 비싼 편이었는데, 촬영이 가능한 넓은 집을 찾고 있었기에 만족스러웠다. 동료들과 독립된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선택의 이유였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찾을 때는 장기투숙 할인 조건을 잘 살펴볼 것. 우리가 묵었던 이층집 역시 실제 렌털비는 훨씬 비쌌지만, 한 달 동안 머문 덕에 20% 할인을 받았다.
일하기 좋은 장소 숙소가 가장 좋았다. 포르투의 카페들은 대부분 와이파이나 콘센트가 잘 갖추어지지 않아 카페에서 일하기가 어렵다.
주의사항 디지털 노마드의 쿨한 모습은 허상이다. 유럽의 근사한 집에서 살게 됐지만, 서울보다 훨씬 더 혹독한 업무에 시달려야 했다. 포르투까지 왔으니 더 멋진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모든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게다가 한 달이 제법 짧았다. 적응할 때쯤 서울로 돌아와야 했으니까. 만약 이런 삶을 계획 중이라면 3개월 정도의 기간을 추천한다. 다만 인생에 다시 얻기 힘든 귀중한 경험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다시 시간을 돌려도 똑같이 떠날 만큼. 지금은 포르투에서의 시간에 대한 감상과 후회를 모두 담은 책을 준비하고 있다. 비슷한 삶을 살아보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Thailand | 캐스전화영어 대표 김창민 & 박기연
‘이상커플’이라 불린다. 캐나다 화상영어 사업을 하며 매년 최소 2개월 이상은 외국에서 일하며 산다. 블로그와 유튜브에 사업과 여행 콘텐츠를 업로드 중이다.
태국을 선택한 이유 고객 상담시간이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시차가 중요하다. 업무시간과 시차가 잘 맞는 도시를 찾는 게 1순위였다. 비교적 가깝고 물가도 저렴한 태국은 우리에게 딱 맞는 나라였다. 방콕과 치앙마이에서 약 한 달을 머물렀다.
한 달 살기를 결심하게 된 계기 전화영어 사업은 모든 일을 인터넷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외국에서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행하는 것도 좋아해서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삶을 실험해보게 됐다.
하루 일과 한국 시간으로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일을 한다. 그 시간이 고객 상담시간이기 때문이다. 결국 태국에서는 오후 3시에 퇴근하는 것이 된다. 매일 아침 파파야와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을 먹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저렴하고 맛있는 동남아 음식으로 점심 식사를 하는 것도 매일의 즐거움이다. 한 끼에 2천~4천원이면 충분히 배부르다. 점심시간이 끝나면 오후 업무를 하고, 퇴근 후에는 택시를 잡거나 썽태우를 타고 이 지역을 탐방한다. 주말에는 조금 더 멀리 여행을 나간다.
좋은 점 짧은 여행과는 다르게, 그 나라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된다. 현지인과 소통하며 추억을 만드는 것도 좋다. 작년부터는 함께 일하는 직원도 한 달 살기에 동참했다.
힘든 점 여행처럼 하루 종일 놀지 못한다는 것. 일이 없는 날이나 주말에만 여가 생활이 가능하다.
한 달 살기 추천 숙소 수영장과 헬스장이 있는 번화가 주변에 숙소를 얻고 싶다면 하루에 3~4만원 정도. 이것도 태국에서는 비싼 편이다. 부대시설이 필요 없다면 2~3만원에 다른 숙소를 구할 수 있다. 방콕과 치앙마이에서 2인 기준 총 70만원 정도를 지출했다.
일하기 좋은 장소 애초에 일하기 좋은 숙소를 골랐다. 인터넷이 빠르고 쾌적한 공간이 숙소 선택의 기준이었다. 복사기 이용을 위해 들렀던 곳은 마나 플레이스. 마야몰에 있는 캠프도 코워킹 플레이스로 유명하다.
주의사항 디지털 노마드는 일을 하기 위해 많은 전자 기기를 가지고 다닌다. 외국인 만큼 잃어버리지 않도록 안전에 유의할 것!
Chiang Mai | 문화공방 우연수집 대표 이강산
인테리어 소품을 만드는 원데이 클래스와 함께 DIY 키트를 판매하는 후암동 문화공방 우연수집을 운영한다. 올해 3월 제주점 오픈을 준비 중이며, 일상과 여행에서 마주치는 우연을 수집해 콘텐츠로 만들고 ‘우연 수집’이라는 블로그에 업로드 중이다. 3권의 실용서와 에세이를 썼다.
치앙마이를 선택한 이유 디지털 노마드에게 각광받는 도시라 확인해보고 싶었다. 현재 나는 제주에 살고 있는데 겨울의 제주는 참 혹독하다. 이곳에서 보내는 한 달이 국내에서 난방을 하며 지내는 비용과 차이가 없어 떠났다.
한 달 살기를 결심하게 된 계기 공방이 서울에 있지만, 1년 전 제주에 내려와 제주 집에서 일을 한다. 일종의 국내 노마드 생활이다. 대표로 일하다 보니 행정과 아이템 개발이 주 업무다. 직원들과는 구글 드라이브로 업무를 공유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화상통화로 회의를 한다. 오히려 서울에서 일할 때보다 안정감을 느낀다. 그후 인터넷이 되는 어디서 일하든 상관없게 됐다.
하루 일과 치앙마이는 식당과 카페가 많고 물가가 한국의 3분의 1 정도다. 그래서 대부분 일하기 좋은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오전에는 공방에서 새로 개설할 수업을 기획했다. 자료를 조사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앱을 다운받아 사용했다. DIY 관련 유튜브 강의를 듣거나 치앙마이에서 찍은 사진을 편집해 판매할 엽서용 이미지도 만든다. 최근에는 이모티콘도 개발하고 있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숙소 근처의 조용한 사원에 앉아 책을 읽거나 공방 관련 소식을 SNS나 블로그에 업로드한다. 하루에 5시간 정도 일하고 나머지는 여유롭게 보내는 편이다.
좋은 점 가끔은 정신 건강을 위해 한국에서 멀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 경우는 한 달간 네이버 메인을 보지 않는 것만으로도 분노가 줄고 자존감이 높아졌다. 혹독한 겨울에 따뜻하고 느긋한 나라에 있는 것만으로도 심리 치료가 되는 기분이랄까. 색다른 환경에서 사업 아이템을 발견하기도 하고, 중요한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잘 찾아야 사업의 정체성도 확립될 테니.
힘든 점 치앙마이는 생각보다 자연의 도시가 아니었다. 걷기도 불편하고 매연 때문에 운동을 할 수가 없었다. 공원이 없어서 육체적으로 답답했지만, 치앙마이 대학교 정문 근처에 있는 큰 호수를 발견한 뒤에는 그곳에서 꾸준히 운동을 했다.
한 달 살기 추천 숙소 한 달 동안 6군데의 에어비앤비에 머물렀다. 그리고 각 숙소를 블로그에 소개했다. 에어비앤비는 추천인 포인트 시스템이 있다. 내 경우는 그동안 소개했던 숙소 포인트로 다음 숙소를 예약했다. 보통은 하루에 2만~3만5천원 정도가 든다. 추천 숙소는 님만해민에 위치한 P.T 레지던스와 방캉왓 근처의 UMA 하우스. P.T 레지던스는 치앙마이 중심부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 저렴하게 장기 렌털도 가능하고 매일 새 수건과 생수를 제공하며 주기적으로 청소도 해준다. 방음이 잘되지 않는 것은 단점. 반면 UMA 하우스는 치앙마이 외곽에 있다. 예술인 마을 ‘방캉왓’이 근처에 있어 영감을 얻기에 최적의 동네고, 숲 속에 있어 공기도 좋다. 집주인 부부가 직접 지은 나무 집과 수영장도 아름답다. 다만, 모기가 많은 편이다.
일하기 좋은 장소 치앙마이는 일하면서 카페 투어를 하며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도시다. P.T 레지던스 입구에 있는 로스트니욤은 매일 아침 7시부터 밤 8시까지 영업한다. 작지만 1인 테이블이 있고, 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눈치 보지 않고 일하기에 좋다. 방캉왓 쪽에 머문다면 새로 생긴 ‘란딘(Ran Din)’이라는 상가 커뮤니티에 방문해볼 것. 그곳에 위치한 워킹 스페이스 앳라이브러리는 세 시간에 1천8백원 정도다. 아직 알려지지 않아 조용한 것이 장점이다.
주의사항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처음 시작한다면 일단 생활비가 저렴한 곳으로 떠나는 것이 좋다. 의외로 해외 생활이 힘들거나 빨리 적응해서 지루할 수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곧 감자탕을 먹고 허리가 편한 의자에 앉아 데스크탑과 듀얼 모니터로 일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자신의 리듬에 맞게 귀국과 출국을 반복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물론 비행기표 값을 위해서 더 열심히 벌어야 한다는 부작용이 있겠지만.
Da Nang | 번역가 김현아
덜 벌어도 주제적인 삶이라는 신조로 살아간다. 주로 스트리밍 서비스나 TV에 방영되는 드라마와 영화의 영어를 번역한다. 영어를 좋아하는데 서류 번역은 싫어 드라마 번역 업계에 뛰어든 지는 4년 차다.
다낭을 선택한 이유 밥줄인 영어 번역보다 좋아하는 일이 여행이다. 가장 좋아하는 나라는 베트남. 바다가 가까이에 있어 선택한 다낭에서는 5분만 걸으면 바다가 나오는 아파트에 월세 계약을 했다.
한 달 살기를 결심하게 된 계기 남들처럼 살지 않겠다는 고집불통 성격이 20대 중반 고독과 가난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경험해본 전형적인 회사생활은 회의감이 컸다. 남들이 보는 것만 보고, 남들이 먹는 음식만 먹고, 남의 취향이 내 취향인 줄 아는 일상이 싫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일을 내가 원하는 곳에서 하며 살자고 결심했다.
하루 일과 아침에는 홍차 한 컵을 진하게 내려 베트남 달랏 지방 우유를 쪼르륵 따라 밀크티로 한 잔 마시고 바다로 나간다. 잠결에 비몽사몽 걸어도 5분이면 야자수 깔린 해변이 펼쳐진다. 동네 작은 가게에서 7백원짜리 카페쓰어다 한 잔을 사고 집으로 돌아와 작업 중인 영상을 훑어본다. 드라마와 영화 번역은 시간을 들이는 만큼 퀄리티가 높아진다. 여유로울 때는 서너 시간, 혹은 10시간 동안 쭉 일하는 날도 있다. 그러다 배고파지면 동네에서 쌀국수나 반쎄오를 먹는다. 하루 한 끼는 직접 요리하는 편. 정말 이곳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도 중요하니까.
좋은 점 숨막히게 바빴던 내 일상을 전지적 참견 시점으로 바라보게 된다. 매일 보던 것, 매일 마주하던 사람과 물리적으로 거리가 생기니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다분히 느낀다. 한 달간 외지에 나와 있기 때문에 굳이 답장해야 할 연락도 적게 오는 편이고 신용카드도 전부 선결제하고 떠나기 때문에 카드 결제일의 압박도 없다.
힘든 점 일상에서 도마뱀을 많이 본다는 것. 그 외는 없다. 음식으로 힘든 일도 외로워서 힘든 일도 없다. 고작 한 달이니까! 오히려 한 달 내내 에어컨을 틀어도 전기세가 5만원인 이곳 생활이 얼마나 이득인지.
한 달 살기 추천 숙소 다낭에는 장기 여행자를 위한 숙소가 굉장히 많다. 아직 발리나 치앙마이에 비해 관광 인프라가 조금 열악하고 덜 알려졌을 뿐. 베트남에서는 무조건 현지 부동산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에어비앤비는 장기 숙박 혜택을 받아도 호텔보다 비싼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현지 부동산을 통하면 무려 2백50달러부터 매물이 다양하다. 나는 침실이 따로 있는 아파트에 3백90달러에 머물렀다. 월세와 동일한 보증금을 받지만 충분히 조정 가능하다. 풀 옵션에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까지 해준다. 우리나라 월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해변이 보이는 아파트라니!
일하기 좋은 장소 주로 대형 카페나 집에서 일했다. 코워킹 플레이스에서는 음료나 다과가 무제한 제공되지만 물가가 싼 다낭에서는 큰 혜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과 섞이고 싶다면 추천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원한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주의 사항 마냥 돈을 쓰는 여행이 아니라는 것.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은 여기에도 여전히 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쥐어짜야 하는 고통도 여전하고. 한국에 있을 때보다 받는 일감도 확실히 적다. 수입이 적은 달은 당연히 생활이 힘들다는 말이다. 그래서 ‘한 달 살기’는 도시 선정과 일감 조절, 마인드 컨트롤이 굉장히 중요하다.
Tokyo | ICT 개발자 조중현
15년간 앱과 웹, 블록체인을 개발했다. 현재 서울시 블록체인 R&D 사업에 선정되어 블록체인이 실제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포에버잇’을 개발 중이다. 베트남 호찌민 개발 센터와 개발자 커뮤니티 ‘테크로드’도 운영 중.
도쿄를 선택한 이유 각 나라마다 선도하는 산업이 있다. 일본은 로봇과 블록체인을 합법화시킨 나라다. 그 현장을 보기 위해 도쿄로 갔다. 서울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기술을 개발할 수는 있어도 서울에는 소비자가 없기 때문이다. ICT 사업의 기회를 찾기 위해 검색하던 도중, 가장 활발한 커뮤니티를 가진 도시로 가게 됐다.
한 달 살기를 결심하게 된 계기 ‘글로벌’을 한국에서 외치기보다는 해외에서 보고 느끼며 해외 동료들과 소통해보고 싶었다.
하루 일과 블록체인 지갑 개발 업무를 외주로 받아 일했다. 미래를 위해서 투자한 일도 있다. 일본 블록체인 개발자를 찾고 한국에서 발주를 하고 싶어 하는 업체와의 미팅, 일본으로 오고 싶어 하는 개발자들의 HR 시장을 확인했다.
좋은 점 아는 사람이 없으니 한 달 동안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일을 끝낸 뒤에는 여가로 스키도 즐겼다.
힘든 점 비용이 넉넉하지 않다면 아무리 해외 생활이라도 현실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여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직장 다닐 때보다 몇 배는 빠르게 생활비가 필요해진다.
한 달 살기 추천 숙소 깔끔한 내부와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고급형 캡슐룸 나인 아워즈. 평일에는 2만5천원 정도. 호텔급 샤워실과 옷, 1회용 슬리퍼, 치약과 칫솔이 제공된다. 라운지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카페보다 인터넷이 빠르고 대부분 일하는 사람들이라 조용한 분위기에서 집중할 수 있다. 주말에는 8만원까지 올라간다.
일하기 좋은 장소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라운지가 있는 숙소에 묵을 것. 일본 카페에서는 와이파이를 사야 한다. 하루 1만원 정도. 데이터 역시 10만원 단위로 비싸다.
주의사항 단순히 일이 싫어 퇴사한 뒤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대책 없이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을 꽤 만난다. 도피를 이유로 떠나길 결정했다면 절대 버티지 못한다. 디지털 노마드의 삶은 생존과 낭만이 공존하는 법이니까.
최신기사
- 에디터
- 황보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