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뭘 본거지? 눈을 의심하게 하는 인스타 아티스트4
컴퓨터 툴을 브러시로, 인스타그램을 캔버스로 활용하는 아티스트들이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이게 뭐지?’ 싶어 자세히 들여다 보면 반전을 내포한 독특한 작품들로 넘쳐난다. 위트 있는 아이디어의 콜라주, 포스터, 그래픽 그리고 패션까지 그 종류도 가히 다채롭다. 때로는 무료 미술관이 되기도 하는 인스타그램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 잡는 독특한 스타일의 아티스트 계정 4곳을 소개한다.
슥 지나치면 샤넬 No.5 향수인 줄 알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삭하게 구워진 식빵 위에 노란 버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뿐인가? 넷플릭스 때문에 잠 한숨도 못 잤을 것 같은 신데렐라, 까만 대형 오레오 과자를 턴테이블 삼아 디제잉하고 있는 손까지 실제 있는 그림이냐고? 역시 아니다. 일본의 그래픽 디자이너 슈사쿠 타코아카는 인스타그램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영화배우부터 애니메이션 주인공 그리고 일상적인 소품들까지 위트 있게 재해석하고 있다. 미술관에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SNS이기에 가능한 콜라주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사랑스러운 꽃 그래픽이 가득하고, 하늘하늘한 컬러들의 향연! 꽃 모양의 진주알이 박혀 마치 공주 침대 위의 베개를 떠올리게 하는 벨트, 빨간색과 파란색 체크에 레이스가 잔뜩 달린 셔츠. 마치 10대 소녀들을 위한 발랄한 옷 같지만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성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활동하는 모토 구오는 디자이너 수준을 넘어 원단을 캔버스 삼아 전위적인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아티스트가 틀림없다. 그의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옷뿐 아니라 마치 한 편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화보들부터 짧고 임팩트 있는 모션 그래픽 영상들도 만날 수 있다.
SIDNEY PRAWATYOTIN @siduations
19 S/S 컬렉션으로 그랑 팔레 실내에 모레를 깔고 해변을 연출한 샤넬. 세계적인 모델 에디 캠벨이 샤넬 백을 들고 연출된 그랑 팔레 모레 사장을 걷는 것 같지만, 그 뒤로는 마치 해변 관광객인 듯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사진 촬영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낯선 남자가 보인다. 등이 굽고 휘청 거리는 워킹으로 많은 이들의 의문을 샀던 마르지엘라의 모델은 뙤약볕의 자동차 도로 위를 걷고 있기도 하다. 너무 감쪽같아서 단번에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지만, 사실 이 작품들은 모두 합성된 것이다. 10년 동안 패션 브랜드의 PR을 맡았던 시드니는 퇴사 후, LA에서 새로운 취미를 찾던 중 이런 합성을 시작했다고 한다. 색감, 톤까지 정교하게 맞춰 합성하기 때문에 감쪽 같아 보여 속기 쉽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샤넬, 알렉산더 매퀸, 로에베, 마크 제이콥스 등 패션 브랜드의 런웨이나 화보를 평범한 이들의 일상 속에 넣어 오묘하게 모순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KALEN HOLLOMON @kalen_hollomon
로고 뒤에 여리 여리한 다리만 보면 고상하고 우아한 샤넬 캠페인? 금발 소년의 셀린느 캠페인? 아니! 사실은 NBA가 적힌 옷을 입고 열정적으로 뛰는 건장한 체구의 농구선수이며, 까만 콧수염의 중년 남성, 그리고 가슴 털이 수북한 남성 사진을 합성한 콜라주 아티스트 캐런 홀로몬의 작품이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그는 대충 찍은 듯한 사진, 살짝 외설적이기도 한 사진들을 한껏 멋 부린 패션 화보들과 함께 우스꽝스럽게 섞어 버린다. 평범할 수 있는 사진들도 그의 손만 거치면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패러디가 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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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임예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