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디작은 플라스틱 조각

필환경 시대인 요즘, 환경 보호를 위한 의식 있는 행동들이 뷰티 영역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반면, 아이러니하게도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화장품 속 미세 플라스틱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심각한 환경 문제로 자리 잡은 미세 플라스틱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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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시장에서 미세 플라스틱의 현재

지난 5월, 카일리 제너가 출산 후 공백을 깨고 카일리 스킨이라는 브랜드를 들고 뷰티 업계에 컴백했다. 신제품이 업로드되는 당일엔 공식 사이트가 마비될 정도로 전 세계 코덕들을 열광시켰던 카일리 코스메틱에 이어 야심 차게 선보인 스킨케어 라인이다. 하지만 팬들은 이번엔 그녀의 편을 쉽게 들어주지 않았다. 립스틱을 바르면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통통한 입술(필러의 힘이다!)이 될 수 있다는 식의 판매 전략이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먹히지 않는 걸까. 거기에다 카일리 스킨이 출시된 이후 제품과 관련한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처음 문제가 된 건 자신이 출시한 세안제를 매일 아침저녁으로 사용한다는 코멘트와 함께 올린 클렌징(10초 만에 클렌징을 끝낸다) 영상이다. 누가 봐도 세안하는 모습이 어색할뿐더러, 물기를 닦아낸 타월에 파운데이션이 묻어나는 게 버젓이 보이는 걸 홍보 영상으로 업로드한 것. 그후 자신의 깨끗한 피부 비결은 카일리 스킨의 월넛 스크럽이며 일주일 동안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는 포스팅으로 한번 더 이슈 몰이 중이다. 소비자들이 댓글로 호두 껍데기 파우더가 피부 표피층에 미세한 상처를 만들고 피부 상태에 따라 트러블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문제 제기를 하면서 논쟁이 시작된 것. 도톰한 코코아립과 컨투어 메이크업의 대명사격이었던 그녀가 완벽하게 꾸며진 모습을 지우고 민낯을 드러내며 제품을 홍보하는 모습이 꽤나 괴리감을 불러일으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제품에 대한 효능은 직접 사용해보기 전까진 논할 수 없고, 피부 타입에 따라 효과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접어두겠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카일리 스킨의 모든 제품은 동물실험 반대, 글루틴 프리, 파라벤 프리, 설페이트 프리, 그리고 비건 제품이라는 점이다. 완판녀인 카일리도 올해의 그린 키워드인 ‘필환경’을 무시하지 못했던 걸까.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소비의 주체인 밀레니얼 세대에게 환경은 소비 패턴과 생활 습관까지도 바꿀 만큼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았다. 환경에 대해 또렷한 소신을 갖고 있으며 친환경인지 아닌지가 제품 구매를 결정하기도 한다. 따라서 의식 있는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필환경적이고 윤리적인 제품을 출시하는 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됐다.
논란이 된 월넛 스크럽 역시 그녀의 과한 홍보 방식이 문제가 되었음에도 미세 플라스틱의 대체안인 호두 껍데기를 사용한 친환경적인 제품이란 점에서는 그린 컨슈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익히 알고 있는 스크럽제나 치약, 보디워시뿐만 아니라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 안에도(섬유, 파우더, 글리터 등의 입자가 들어 있는 아이라이너, 마스카라, 립스틱 등) 많이 함유되어 있다. 이 알갱이들이 바다에 흘러가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 특히 미세 플라스틱은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어 그 위험성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몇 해 전,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서는 환경 단체들이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한 적이 있었으며, 실제로 2016년에는 미국,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대만 정부가 미세 플라스틱을 법적으로 규제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후 우리나라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관련 정책이 대두되었고 다수의 브랜드가 참여 의사를 전했다. 2017년 7월부터는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는 화장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하는 등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정의가 제각각이라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며, 많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정한 기준 내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여전히 사용함으로써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 얼마나 위험하길래?

미세 플라스틱은 말 그대로 5m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입자를 말한다. 세계에서 연간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양은 약 3억 톤이 넘으며, 영국 과학청은 전 세계 바다에 쌓인 폐플라스틱이 2025년에는 1억5000만 톤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폐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어 잘게 부서지면서 생성된 미세 플라스틱도 문제지만, 화장품 등 생활 용품의 원료로 제조된 미세 플라스틱도 환경 오염의 중심에 있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약 51조 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해수면을 부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문제는 바다 생물들이 이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한다는 데에 있다.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한 해양 동물은 물리적인 상처에서부터 장폐색, 산화 스트레스, 번식 장애 등 여러 부작용을 겪으며 사망에까지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디터 역시 얼마 전 돌쟁이 아들과 함께 가려고 아쿠아리움을 검색하던 중, 검색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탈리아의 한 해안가에서 어미 고래의 사체가 발견됐다는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됐다. 고래의 뱃속에는 플라스틱 22kg과 죽은 태아 상태의 고래가 들어 있었다는 기사였다. 엄마 된 입장으로 씁쓸하고 안타까웠던 동시에, 이는 미세 플라스틱이 인간에게까지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말로 들렸다. 또한 최근 한 국내 연구진이 동물실험을 통해 미세 플라스틱이 태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으며, 세계자연기금(WWF)은 사람들이 매주 신용카드 한 장 무게에 해당하는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명확하게 분석돼 있지 않다. 그렇지만 인체 유해 가능성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미세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는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불편하더라도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고, 텀블러를 사용하는 등의 작은 노력이 절실하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의식 있는 행동은 뷰티 영역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피부는 물론 환경까지 생각하는 클린 뷰티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크루얼티 프리와 친환경 성분의 비건 화장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비건 화장품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최근에는 환경 문제를 인식한 기업들이 미세 플라스틱을 쓰지 않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많은 화장품 회사에서 견과류 껍질이나 씨앗 가루, 설탕, 소금 등 친환경 대체제를 사용한 제품을 다양하게 출시하거나, 스페셜 라인으로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 “환경 보호가 필수 화두가 된 요즘, 똑똑한 소비자들은 내 피부에 직접 사용하는 화장품까지 깐깐하게 환경 문제를 적용하고 있어요. 피부 유해 성분 무첨가 원칙을 고수하면서 이에 못지않게 환경 보호에도 신경을 쓰고 있죠. 미세 플라스틱 성분 배제는 관련 법 개정 이전부터 시행하고 있던 부분이에요.” 마녀공장 브랜드 담당자 전소영의 말이다. 또한 피몽쉐 브랜드 담당자는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 있지 않은 친환경 제품을 추천했을 때 소비자들의 시선이 훨씬 긍정적이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라고 소비자들의 높은 환경 윤리 인식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자율적인 규제로는 역부족이다. 앞에서 소개한 어미 고래의 죽음에 이탈리아 정부는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탈리아 환경장관은 페이스북에 “이탈리아는 2021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을 금지하는 법안을 가장 먼저 시행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을 지키는 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끊임없이 화두가 되고 있는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명확하게 해결하기 위해 정부도 발빠르게 나서야 할 때다.

미세 플라스틱 없는 바다를 위한 실천

1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 테 레프타레이트(PET),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 나일 론 성분이 함유된 제품은 사용하지 않는다. 화장품을 고를 때는 성 분 분석 앱이나 여성환경연대가 조사한 ‘미세 플라스틱이 사용된 화장 품 목록’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

2 불행 중 다행인 건 이를 닦거나 피부의 각질을 제거하는 데 미세 플라 스틱 알갱이가 꼭 필요한 성분이 아니라는 것. 주변을 둘러보면 살구 씨, 커피가루, 천일염, 흑설탕, 곡물가루 등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원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요즘은 인터넷이나 생활협동조합에서도 미세 플라스 틱이 없는 치약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3 그린피스는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강력한 규제를 만들기 위한 ‘플라스틱 제로’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6월 1일부터 말일까지 시행하는 이 캠페인은 그린피스 홈페이지를 방문해 간단하게 서명한 하면 참여 할 수 있으니 동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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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프렘의 래디언스 미 마일드 에센셜 필링
자연 유래 필링 성분인 천연 살리실산이 피부 각질에만 반응해 자극 없이 각질을 제거하는 고마주 타입의 필링제. 130ml+80ml 2만2천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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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C의 페이셜 스크럽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살구씨 알갱이가 피부 표면의 각질과 노폐물을 제거하고 피부결을 매끄럽게 정돈하는 스크럽. 100g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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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공장의 허브 그린 샴푸
99% 자연 유래 성분을 사용해 두피의 유수분 밸런스를 맞춰주며 허브의 진정 성분이 민감한 두피를 건강하게 케어하는 약산성 샴푸. 510ml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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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몽쉐의 비치 플라워 멜팅 솔트
100% 물에 녹는 천연 소금을 사용한 제품으로 가볍게 문지르면 오일 제형으로 변해 마사지 효과를 주는 보디 스크럽. 500g 8만9천원.

    프리랜스 에디터
    이민지
    포토그래퍼
    KIM MYUNG 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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