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IME TO BE BRAVE_영화감독 전고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출신의 1985년생 영화감독. 영상원 동기들과 독립영화 제작사 광화문 시네마를 시작했다. 장편 데뷔작 <소공녀>를 세상에 내놓았고,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점점 올라가는 월세에 집을 포기하고 친구의 집을 전전하는 과정에도 담배와 위스키를 즐기는 주인공 ‘미소’는 현시대 여성의 고민과 현재 모습을 담고 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영화감독이 되었나요?
저는 그냥 정규과정을 거쳤어요.(웃음) 영화과 졸업하고 영상원에 가서 동료들 만나 광화문 시네마를 만들고, 독립영화 만들다 <소공녀>를 찍게 되었어요.
그것이 감독이 되는 정규 코스인가요? 광화문시네마는 한예종 대학원 동창생이 만든 독립영화 제작사로 화제를 모았어요.
학교와 영상원까지는 정규 코스지만 광화문시네마는 되게 스페셜한 일인 것 같아요. 이렇게까지 집단을 만들어서 각각의 장편을 만드는 경우는 주변에 거의 없죠.
영화계는 도제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함께 시작한 거니까요. 이제 도제 시스템은 사라지고 있나요?
요즘 제 또래의 감독들 중 도제한 분들을 거의 못 본 것 같아요. 물론 여전히 있지만 옛날만큼은 아닌 것 같아요.
도제를 거치지 않고 영화를 만드는 것의 장점이 있나요?
저는 추천 같은 건 잘 안 하는데요,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독립영화나 단편영화를 만들며 이것저것 다양한 역할을 많이 해봤지만, 영화과 다니면 누구나 많이 해보거든요. 그게 영화과의 유일한 좋은 점일 수 있어요.(웃음) 그거 말고는 저희 광화문 시네마의 김태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굿바이 싱글>에서 각색과 스크립터를 했는데 그게 도움이 되기는 했어요. 모든 경험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영화판은 여성이 버티기 힘든 구조라고 하죠. 의상이나 스크립터처럼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는 파트도 있습니다만. 어떤 이유가 가장 크다고 보나요?
힘들어요. 체력보다는, 그러니까 순간순간 힘든 게 문제가 아닌 거죠. 이걸 직업적으로 가져가고 장기적으로 바라보게 될 때 웬만한 깡이나 용기 없이는 또래 여성과 같은 삶을 사는 게 좀 힘들어요. 결혼도 힘들 수 있고 나의 직업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려울 수 있고, 두 번째는 출산도 있죠. 저는 출산을 거의 포기했기 때문에.(웃음) 여성으로 겪어야 하는 일들 중에 포기할 게 많은 것 같아요. 그게 괜찮다가 순간순간 서글플 때는 분명히 있어요. 그런 게 힘든 것 같아요. 남성들은 그런 생각 자체를 안 해도 되는 것 같아요. 정말 다 좋게 생각해서 남녀가 결혼해 서로 독립적으로 산다고 쳐도 남자는 임신 때문에 몇 년을 버리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런 건 남성들이 부러워요.
영화 제작을 하려면 자금이 있어야 하고 투자가 되어야 하죠. 그 과정에서 여성 감독이라 불리할 때도 있나요?
몇 년 전까지는 그런 자격지심인지 진실인지 모를 경험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요즘에는 그래도 많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 제 면전에 대고 그런 차별을 하지는 않거든요. 제가 여성이라서 되고, 안 되고 이런 건 아니지만 가장 큰 핸디캡은 있어요.
어떤 것이죠?
투자에서 가장 큰 파워는 ‘배우가 붙느냐’거든요. 투자의 힘을 가진 배우는 남자 배우가 훨씬 많아요. 투자 액수도 더 많고요.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야기는 여성에 관련된 이야기예요. 여성이 주인공일 경우 여성 배우 캐스팅에 성공한다 해도 투자가 어려운 걸 목격했어요 주변에서. 그런 건 좀 억울하죠. 같은 이야기고, 똑같이 재미있다고 쳤을 때, 남자 주인공이냐 여자 주인공이냐에 따라서 액수가 달라지거나 안 되거나 하는 거. 그런데 많이 나아지고 있어요.
어떤 부분에서 나아졌다고 느끼나요?
요즘 몇 년 간 젠더 이슈가 예민하게 올라와 있는 상황이니까요. 불과 2년도 안 된 것 같지만 다들 여성 서사를 외쳐대니까 조금씩 이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관객들의 눈치를 본다는 건가요?
네. 그 눈치 보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저희 문화 쪽 사업은 조심하게 되거나, 조금 더 용기를 내는 게 굉장히 중요한 선이 되거든요. 그래서 저는 시대를 잘 타고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금 더 나은 분위기가 된 거니까요.
예전이었다면 영화를 만들기 쉽지 않았을 거라는 거군요. 독립영화를 만드는 일은 상업영화를 만드는 일과 어떻게 다른가요?
제가 상업영화 입봉을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독립영화는 감독이 해야 할 일이 훨씬 다양해요. 분업화가 덜 되어 있으니까요. 그리고 스태프들에게 페이를 제대로 주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엄청난 죄책감이나 책임감이 있어요. 그게 너무 괴로워서 다시는 독립영화를 안 해야겠다고 여러 번 다짐했어요.(웃음) 반면 훨씬 자율성은 있는 것 같아요. 제 마음대로 했던 것 같아요. 이야기도 그렇고요.
<소공녀>도 제작비를 보면 독립영화지만 상업영화의 경계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제작비 딱 몇억 이하를 독립영화로 보니까 <소공녀>도 독립영화죠. 슬픈 게 이 점인 것 같아요. 독립영화여도 주연이고 캐릭터가 괜찮으면 여배우 분들은 많이 참여하시거든요. 지난번에 이나영 선배님도 <뷰티풀 데이즈>를 하시고, 문소리 선배님도 하세요. 부산국제영화제만 가도 그게 딱 보이는데, 독립영화에도 여배우 출연진은 빵빵해요. 인지도가 높은 분들이 꽤 있어요. 그런데 남자 배우는 한 명도 없어요. 유명한 남자 배우 분들은 여기까지 안 와도 되니까, 그런데 여자 배우들은 갈증이 나니까 캐릭터나 작품이 좋으면 뭐든 해요. 그런 게 짜증나죠.
배우가 투자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나요?
통계적으로 보아도, 톱 배우 중에서 독립영화에 출연하는 여자 배우는 있어도 남자 배우는 없어요. 흔히 말하는 티켓파워. 티켓파워가 있는 배우들은 엄청 소수거든요. 예를 들어 <변호인> 같은 경우도 투자가 안 되다가 송강호 배우님 캐스팅과 동시에 투자가 되었죠. 아마 송강호 배우님은 우리나라에서 돌아다니는 모든 시나리오를 받을 거예요. 선택권이 많아요. 좋은 시나리오를 고를 수 있는.
그 점은 모든 배우가 부러워하더군요.
감독도 똑같아요. 의뢰받는 작품도 많이 들어오거든요. 보통 장편을 하나 찍으면 제작사에서 감독을 찾아요. 자기들이 기획 개발하는 것이 많으니까. 그런데 누가 봐도 섹시함을 느낄 이야기는 여성 감독인 나한테 잘 오지 않는 거죠. 그래서 그만큼 더 늦어지죠. 저도 그렇게 1년을 보냈어요. 결국 드는 생각은 내가 또 써야 되나….
결국 기회의 문제인 거군요.
그렇죠. 기회가 없는 사람들은 그 마음을 잘 알고, 사랑하거든요. 기본적으로 여자 배우들은 다 그런 것 같아요.
<소공녀>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어요. 주인공인 미소는 왜 서울을 떠나지 않을까. 서울이라는 도시는 여성에게 어떤 환경일까.
영화적인 설정상 미소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친구예요. 제가 미소의 고향을 서울이라고 정한 것은 분명히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겠죠. 제가 지방 출신이라서 잘 알지만 아무리 많이 나아졌다 해도 우리 사회가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것은 맞거든요. 여성들이 자유로운 취향을 가지고 살기 힘든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서울이 가장 숨기 좋은,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곳이라고 여겨요.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자율성이 보장되죠. 그래서 미소가 서울에 사는 게 아닐까요? 제가 그렇듯이.
여성에게 익명성을 부여하는 대도시라는 점이 서울의 장점이라는 것이군요.
사람이 너무 많으면 내가 누군지 모르잖아요. 저도 지방 출신인데, 지방은 다 알거든요. 한 다리만 건너면 서로 다 아는데, 그 점이 사람에게 자율성을 주지 않죠. 기본적으로 가부장적으로 압박을 하죠.
지방에서 자란 당신에게 서울은 어떤 도시였나요?
무조건 서울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방에 있으면 답답하니까, 서울로 오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숨을 수 있는 곳, 취향을 마음대로 가질 수 있는 곳이었죠. 하지만 그래도 똑같은 한국인데 인건비와 비교해 물가나 집값이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먹고살려면 너무 바쁘고 그래서 친구를 갖기가 힘든 곳이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친구를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의리 이런 걸 말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뭘 하고 사는지, 나의 기록을 ‘인풋’할 사람들, 함께 나눌 사람들 말이죠. 그게 없으면 사는 게 사는 걸까요.
그래서 <소공녀>의 미소도 집이 없어진 순간 친구들을 찾아 나섰군요. 미소는 결국 위스키, 담배와 자신의 거주공간을 바꾸었어요. 비현실적일 수 있지만, 그것에 공감한 사람도 많았어요.
단순화시켜 집으로 표현하기는 했지만, 집 하나를 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 잃을 바에는 좋아하는 걸 지키기 위해서 집을 포기하겠다는 캐릭터인 것이죠. 사실 이런 캐릭터가 요즘의 이 과열된 도시에는 많은 것 같아요. 그분들이 공감을 해주신 게 아닐까? 왜냐면 그렇게 해서 구한 집이 되게 안락하고 좋으면 안 그럴 텐데, 그렇지도 않잖아요.
미소도 집을 알아보는 과정을 겪으며 나름의 선택을 하죠.
사실 5천만원으로 지금 서울에서 전세를 구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죠. 그런데 5천이 또한 작은 돈도 아니에요. 겨우 구하는 집이 고시원 같은 곳들인데 사람이 누울 공간만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자기의 공간을 누릴 수 있어야 하는데요. 나라에서 최소 평수와 환경을 보장하는 규제가 있어야 하지 않나 해요. 대표적으로 원룸 평수 같은 거요.
냉정한 도시지만 그럼에도 영화 속에는 서울의 곳곳이 아름답게 담겨 있어요. 그럼에도 사랑하는 도시처럼요.
촬영감독님이 아름답게 찍어주었죠. 이 영화의 주인공이 미소이기도 하지만 서울이니, 서울의 최대한 다양한 주거 모습이 담겼으면 좋겠다고 했고 없는 살림에 제작팀이 발로 뛰어줬어요. 한겨울에 이 동네에 이런 집이 있을 것 같아 하면서 문을 두드려가며 찾은 집들이에요. 그중에 노인분들이 사는 집도 있었는데, 노인분들은 또 문전박대를 잘 안 하세요. 집도 있고, 연륜도 있으니 여유가 있는 것 같아요.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좋아하는 것’이 미소에게는 위스키와 담배였죠. 기호식품이지만 일반적으로 남성을 모델로 삼는 기호식품이기도 해요. 실제로 담배와 위스키를 즐기는 여성들이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존재 자체를 지우거나 이상한 상징으로 써요.
술, 담배는 성인만 할 수 있고 법적으로 성인의 상징인데 그걸 사용한다는 것에 자유롭지 않죠. 우리나라에는 술, 담배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고, 특히나 여성에게 더 그래요. 남자의 상징, 여성이 술과 담배를 할 때 가진 편견 같은 걸 위트 있게 다루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글렌피딕을?
몰트 위스키의 가장 대중적인 거라서. 협찬해달라고 했는데 안 해주더라고요.
이 영화에 대해 ‘혼자만의 페미니즘 운동’이라고 말한 적이 있죠? 어떤 의미였나요?
제가 여자이기 때문에, 똑같은 행동을 해도 여자들이 더 숨어야 하고 떳떳하지 못한 걸 다루고 희석시키는 게 제게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에요. 영화를 통해서 제가 조금 더 살기 편한 세상을 만드는 거예요. 저는 어쨌든 여자로 살았기 때문에 억울한 게 많았던 것 같아요.
댓글을 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좁은 세상에서, 좁은 사회에서 사는지 느껴지죠.
인터넷 댓글을 보면 놀라울 만한 온도 차가 있어요. 저는 그래도 이해심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들의 프레임을 저도 경험해봐서 아니까.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 다양한 종류의 사람을 만나는 건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기자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도 참 좋은 것 같고요.
그래서 문학과 영화 같은 예술이 더 중요하지 않나요?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제공하니까요.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저 같은 촌 아이가 그래도 편견을 없애갈 수 있었던 건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이 크다고 생각해요. 그 인물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다양성이 넓어지더라고요.
예를 들어 미소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가십이었다면 쉽게 비난하겠죠. 하지만 영화에서는 미소의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듯이.
극단적으로 미소 같은 인간이 없을지언정, 누군가를 이해할 때 미소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주변에 좀 자유롭게 사는 영혼들, 그들은 보통 손가락질이나 어떤 시선을 받는데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는 마음 혹은 따뜻한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같은 영화감독이나 영화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 특히나 자리를 안 잡은 사람들은 다 미소같이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집에서 고운 시선도 아니고 돈도 못 벌고 방에서 글 쓰고 있고…(웃음)
그래서 미소의 친구를 밴드부로 설정했나요?
그렇죠. 그들은 사회활동을 하니까 경제활동도 하고요. 저는 모든 사람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모두가 예민하고 이상한데 어떤 틀 안에서 숨을 수 있는 거예요. 직업이랄지 집 안에서. 그런데 미소는 틀이 없으니까 잘 드러나요. 다들 결핍이 있고 불안한 건데요. 우리 다 똑같지 않나. 그런데 왜 서로를 가르치거나 나쁘게 볼 필요가 있나…?
감독을 아는 누군가는 거침없고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더군요.
맞는 것 같아요.(웃음) 다혈질적인 면이 있고, 꽂히면 그냥 바로 가는데 나이가 들수록 안 꽂혀서 힘든 것 같아요. 꽂히는 게 줄어들고 경험이 쌓이니 겁이 많아지고. 그런데 재미는 아직 있는 편인 것 같아요. 친구들이 많이 웃긴다고 해주거든요.
거침없는 면이 일할 때 도움이 되나요?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저의 거침없는, 불 같은 성격을 컨트롤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보통 컨트롤 상태예요. 그러다 컨트롤 영역 밖에 퍼져나갈 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때는 긴급상황이잖아요. 펑크가 나거나, 분위기가 안 좋을 때 제가 홱 돌면 주변이 저한테 다시 맞춰주거든요.
<소공녀>로 많은 주목을 받았으니 다음 영화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을 텐데요?
진짜 많이 들어봤어요. 그런 생각했어요. 어떤 질문처럼 느껴지냐면, 너 결혼했는데 왜 아이 안 낳아? 너 결혼 안 해? 나이가 몇인데? 이런 질문이랑 똑같이 느껴졌어요.
어떤 입장일 뿐인데 으레 받는 질문이기 때문인가요?
나한테 별로 관심도 없으면서 왜 자꾸 차기작을 물어보지? 돈 대줄 거야? 약간 이런.(웃음) 왜냐하면 차기작이라는 것도 제 삶의 선 안에 있는 거잖아요. 차기작을 안 만들 수도 있는 건데 너무 도식적인 질문같이 느껴지나봐요.
<소공녀>가 좋았기 때문에 감독의 다음 작품이 나오면 꼭 볼 거다라는 관객이 있지 않아요?
저는 안 믿어요.(웃음) 팬은 믿을 수 없다는 걸 저는 너무 많이 목격했어요. 왜냐하면 그렇게 열광하다가 말 한마디 잘못 했다고 돌을 던지거든요. 한국 사회가 우상을 빨리 만들고 빨리 패대기 치는 것 같아요. 또 우월한 건 오래 못 보니까요.
최근 1년간 인상 깊게 본 영화는?
<더 페이보릿>을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너무 우아해요. 캐릭터들도 월등히 우월하고 배우들, 미장셴도 다 너무 우월해요. 난리 났다 여기, 그랬던 작품이에요. <고스트 스토리>라는 작품도 되게 좋게 봤고, <굿 타임>도 신선했어요. <굿 타임>은 로버트 패틴슨이 찍은 예술영화인데 그 영화 자체가 스타일리시해요. 그리고 영화에서 로버트 패틴슨이 좋아요. 대형 배우인데 그 사람이 한동안 예술영화만 찍었거든요? 아, 배우로서 영역을 탐구하는구나 싶어서 팬이 됐죠.
다른 여성 감독의 영화에도 관심이 있나요?
물론이죠. 임순례 감독님과 이경미 감독님을 특히 좋아해요. 영화관에 잘 가지 않지만 여성 감독 작품이면 꼭 영화관에 가서 보려고 해요.
영화를 만드는 건 현실이리고 하죠. 현실에 많이 부딪힐 땐 어떻게 하나요?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는 건 크게 신경 안 써요. 만약 뭘 하고 싶은데 그건 예산이 안 되니까 못 찍어, 그 사람은 못 데려와. 그럼 OK예요. 거기서 조정하는 거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가장 벽을 느끼는 건 제 능력인 것 같아요. 내 능력이 이것밖에 안 되나? 이것밖에 글을 못 쓰나? 이것밖에 컷을 구성하지 못하나?에 대한 것밖에 없어요. 그것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어요. 현실적인 건 어려울 게 없어요. 그냥 헤쳐나가면 되잖아요. 영화라는 것이 모두 함께 만드는 일이다 보니 같이 서로의 이익을 맞춰가는 거잖아요? 그런 건 저한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요. 나의 능력, 나의 재능 그것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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