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츠 슈트를 입을 때 체크할 몇 가지

가을 패션의 꽃인 슈트. 그중 팬츠 슈트를 입을 때 체크해야 할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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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가을은 슈트의 계절이다. 여성에게 있어 팬츠 슈트라고 하면 쉽게 커리어우먼을 떠올릴 것이다. 자신의 일에 열중하는 여성, 더 나은 모습을 위해 자신에게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열정적인 여성 말이다. 그동안 여성 팬츠 슈트의 역사가 그런 여성을 대변해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70년대 이전까지 팬츠 슈트는 사회 인식과 맞서 싸우는 어벤저스급 여배우의 특권처럼 여겨졌다. 보기에는 멋있지만 선뜻 입기는 어려운 무대복 같았다고나 할까. 그러나 60년대 후반 이브생로랑이 선보인 르 스모킹 이후 팬츠 슈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르 스모킹은 턱시도를 여성의 몸에 맞게 재해석해 선보인 슈트다. 당시 헬무트 뉴튼이 기록한 사진 속에서 관능적인 르 스모킹은 비로소 여성 팬츠 슈트의 새 장을 연 것처럼 보인다. 그후 디스코풍 팬츠 슈트를 선보였던 80년대, 파워 숄더와 시가렛 팬츠가 주목받았던 90년대를 거쳐 여성용 팬츠 슈트는 대중 패션으로 자리 잡았다. 모든 트렌드 키워드가 그렇듯, 원 재료는 비슷해도 때마다 더해지는 고명에 따라 전혀 다른 음식이 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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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가을/겨울, 팬츠 슈츠 룩에서는 다음 세 가지 고명(?)을 고려해 맛있는 스타일을 완성하도록 하자. 첫째는 어깨 라인이 당당한가, 둘째는 어떤 벨트를 착용할 것인가, 셋째는 캐주얼 아이템과 믹스해 프레피 룩을 만들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먼저 이번 시즌 팬츠 슈트에서 가장 주의 깊게 체크해야 할 부분은 어깨다. 최소 내 어깨보다 2배는 넓은 파워 숄더. 과거에는 여권 신장을 위해 의도적으로 패드를 넣어 여성 파워를 시각화하기도 했다. 현재는 뉴트로 영향의 하나로 아빠의 재킷을 물려받아 입은 듯한 기세 있는 어깨 라인의 슈트가 인기다. 그에 어울리는 팬츠는 90년대와 정반대로 낙낙한 핏의 그것이면 완벽하다. 이자벨 마랑처럼 클래식한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에 매치한 톤온톤 룩부터 아크네 스튜디오의 그레이 셋업 슈트, 발맹의 파스텔 셋업 슈트까지 파워 숄더를 지닌 다양한 팬츠 슈트를 만날 수 있다. 또, 벨트를 활용하는 것은 실루엣을 변형시키므로 단조로운 슈트 룩에 변화를 주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지방시나 알베르타 페레티, 드리스 반 노튼 등 아예 슈트와 같은 소재로 벨트를 장착해놓은 스타일이 많은 편이다. 재킷 위에 벨트를 착용하면 몸에서 가장 얇은 부분인 허리를 강조하게 되므로 날씬해 보이는 착시 효과가 있다. 다리가 길어 보이는 것은 덤이다.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팬츠 슈트가 너무 포멀하게 느껴진다고 하는 이들에게는 캐주얼 아이템과 믹스매치를 권한다. 버버리처럼 트랙 슈트 재킷을 안에 레이어드하거나(실제 버버리의 의상은 붙어 있다), 디올처럼 격자무늬 재킷에 퀼팅 팬츠를 매치하는 식이다. 톰 브라운의 넥타이와 로퍼를 더한 슈트 룩은 그것 자체로 모범 답안. 쟈딕앤볼테르는 턱시도 슈트에 데님 셔츠를 더해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때 혁명처럼 느껴졌던 여성의 팬츠 슈트는 오늘날 여성 클래식 복식사에 빼놓을 수 없는 카테고리가 되었다. 이제는 찬연한 즐거움과 만족을 주는 팬츠 슈트를 마음껏 즐기기만 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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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김지은
    포토그래퍼
    GORUN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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