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을 믿으세요?
“셋을 세면 신체가 더욱 건강하고 강인해집니다. 마음은 한결 평온해지고 풍요로워집니다….” 흔히 최면 요법 하면 떠오르는 이런 장면에 코웃음을 칠 수도 있겠지만, 모든 건 편견에서 비롯됐다. 최근의 최면 요법은 잠재의식에서부터 질병을 치료해 당신의 몸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킨다.
최면 요법에 대한 불신
건강을 위해서라면 우린 그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지만 이상하게 최면 요법에는 불신과 불안감이 앞선다. 스톱워치를 들고 숫자를 세는 최면술사와 서서히 잠에 빠져드는 환자, 누군가 내 마음을 멋대로 조절할 거라는 편견, 무의식 중에 잘못을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초조함 등. 사실 대부분은 근거 없고 그릇된 믿음이다. 실제 최면 요법은 훨씬 정교하고 체계적이다. 게다가 최근엔 새로운 연구 결과를 통해 그동안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최면으로 질병을 치료하다
사람들은 그저 담배를 끊고 살을 빼기 위해 최면 요법에 의지할까? 물론 여전히 해당 목적으로 최면 요법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오늘날의 최면 요법은 정서적 건강과 신체적 건강을 위한 치료의 한 분야로 적용된다. 때문에 불안증, 우울증 혹은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나 만성불면증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최면 요법을 원하고 있다. 실제로 <얼루어> 미국판 7월호 기사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사업가들은 연설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또 영국의 왕족인 케이트와 메건도 임신으로 인한 거식증과 신체적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최면 요법을 시도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최면 요법은 우리 인체에 어떻게 작용하는 걸까? 세종대학교 최면학 공영일 교수는 “최면 요법은 의식의 경계를 뚫고 무의식까지 암시를 전달합니다. 이것을 응용하면 정서적, 신체적 문제에도 효과를 볼 수 있죠”라고 설명한다. 무의식 중에 자신을 억누르고 있던 고통과 불안감을 덜어 심신을 건강하게 재조정하는 것. 실제로 최면 요법은 몇몇 연구를 통해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 효과를 보였다.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 소화기내과 및 간의학부 올라퓌르 팔슨(Olafur Palsson) 교수는 “우리가 느끼는 모든 통증은 오직 뇌에서만 인식합니다. 몸이 자극을 감지하면 뇌에 그 정보를 전달하죠. 최종적으로 뇌가 이게 고통인지 아닌지, 얼마나 나쁘고 심각한지를 결정하는 거예요”라며 통증 치료 시 다른 심리 치료로는 교정되지 않는 영역을 최면 요법으로 시도해볼 수 있다고 말한다. 베일리 대학 의학부 안드레아 브래드 포드(Andrea Bradford) 교수 역시 “종종 최면 요법을 통해 과민성 트러블을 진정시킬 수 있고, 통증과 경련에 따른 인식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요”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모든 치료에 최면 요법이 최우선으로 행해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최면 요법을 의학 치료와 병행하거나, 의학 치료로도 효과가 없을 때 활용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응급 처치를 위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면 치료의 횟수와 비용
최면 치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질까? 일단 최면 치료의 시간과 횟수는 환자별로 다양하다. 정해진 건 아니지만 대개는 30분 정도를 잡고 있으며 3~12회 정도의 세션을 갖는다고. 첫 20분 동안은 심리학자들이 그러하듯이 환자가 극복하고자 하는 문제를 조용히 들어준다. 그 다음 편안하게 기대거나 누운 상태에서 최면에 들어간다. 일종의 가이드가 있는 명상 혹은 정신 요가 수업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훨씬 좁고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평소에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뇌의 영역에 침범한다. 1회당 비용도 20만원에서 1백만원까지 가지각색. 지역이 어디인지, 최면 센터인지, 개인 최면 치료사인지 등에 따라 다르다. 미국의 경우 만성편두통 등으로 고통 받는 환자에게 내과 의사가 최면 치료를 처방하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심리 상담 분야가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결코 저렴하지 않다. 무조건 고가라고 해서 효과가 높은 것은 아니니 자신에게 맞는 전문가를 찾도록.
누구에게 받아야 하지?
그렇다면 신뢰할 만한 최면 치료사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 아직 국내에는 공식적인 최면 치료사 자격증 제도가 없다. 간혹 국제 공인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최면 치료사가 있는데, 미국의 임상 최면학회에서 주는 것이지 우리나라에서 공인된 것은 아니다(미국에도 공식적인 최면 치료사 자격증 제도는 없다). 공영일 교수는 “정 불안하다면 한국 정신문화협회에서 발행하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정식 등록된 ‘최면 심리 상담사 1급, 2급’ 민간 자격증을 소유한 최면 치료사를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예요”라며 조언했다.
나한테도 효과가 있을까?
인구의 약 15%는 최면 치료가 잘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래와 같은 사람일수록 최면 치료의 효과가 높게 나타나니 참고해보자.
1 나이가 어린 사람
2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
3 집중력이 좋은 사람
4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
5 경계심이 적은 사람
6 긍정적인 사람
7 자신에 대한 신뢰가 높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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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황혜진
- PHOTO COLLAGE
- SARAH OLIN
- 글
- 코튼 코디나(Cotton Codinha)
- 도움말
- 공영일(세종대학교 리더십 NLP최고위과정 최면학 교수·한빛 프로이드 최면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