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그림책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그림책을 좋아한다. 그림은 글로는 그릴 수 없는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니까. 똑똑,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린 그림책을 모았다.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 | 키스 네글리
‘남자는 파랑에 바지, 여자는 분홍에 치마’라니 너무 촌스럽다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에. 지금도 구닥다리 세계관을 답습한 온갖 문화 상품이 어린이들을 둘러싸고 있다.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는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용감하게 바지를 입은 최초의 여성 가운데 한 명인 메리 에드워즈 워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외모를 꾸미지 않아도 아무도 차별받지 않는 세계를 만드는 어린이로 자라나기를. 부디.
– 이기선(원더박스 편집자)
<어디에 있을까 지평선> | 카롤리나 셀라스
펼치는 장마다 작업실에 걸어두고픈 그림을 만났다. 과감한 구도와 다채로운 색감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다. 잊고 지내던 지평선이 어느새 고요한 내 방 안에, 내 안에서 이어지고 있음을 발견한 순간 나의 지평이 무한히 확장됨을 느꼈다. 세계는 그렇게 넓어진다.
– 한영기(그래픽 디자이너)
<기차> | 천미진
서울역에서 출발해 함흥역을 지나 모스크바, 베를린, 파리, 런던에 이르는 평화의 기찻길 여정을 그리고 있다. 간결하고 시적인 글과 섬세하고 감각적인 펜 드로잉은 다소 묵직한 메시지를 편안하고 담담하게 전하며, 깊이 있게 마음을 울린다.
– 임수현(발견 편집자)
<사과 사과 사과 사과 사과 사과> | 안자이 미즈마루
하루키의 삽화가이자 친구로 유명한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책이다. 생전에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을 전파했던 작가의 정신이 그대로 담긴 듯한 그림과 글이 매력적이다. 그림책 작가로서의 면모도 볼 수 있는 책.
– 김수현(<얼루어> 아트 디자이너)
<잠이 오지 않는 밤에> | 후안 무뇨스 테바르(글), 라몬 파리스(그림)
시원한 밤이 깊어지는 계절, 가을. 가을밤을 보내기 아쉬워서 잠을 못 이루는 사람에게 추천하고픈 그림책이 있다. 책장을 넘기며 주인공 엘리사를 따라 그곳을 산책해보길. 그곳이 어디일지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깊은 잠의 그곳으로 빠져들게 된다. 천천히, 평화롭게, 엘리사와 에스테발도와 함께 그곳을 곱씹으며 걷는 가을밤.
– 최재경(그림책 카페 ‘노란우산’ 운영자)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 | 주디스 커
올해 작고한 주디스 커의 이 책은 그림도 좋지만 무엇보다 스토리가 좋다. 빤하지 않아서. 그동안 다뤄온 아이들에게 위협적인 호랑이들과 좀 달라서. 원제는 <The Tiger Who Came to Tea>. 즉, 티타임을 하러 온 호랑이로 먹음직스러운 간식을 보면 왜 호랑이가 찾아왔는지 이해가 간달까.
– 오연경(미메시스 기획팀)
<팀 버튼의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 팀 버튼
인생에 대한 호기심과 환상을 가진 어린이들보다는 처절한 외로움과 실패를 겪어봤을 어른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어떻게 해서 비극과 아픔은 매력이 될 수 있을까? 왜 이토록 기괴하고 비극적인 삶을 가진 존재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걸까? 팀 버튼은 그림책이 어린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어린이들만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알려준다.
– 펀자이씨(일러스트레이터)
<팥빙수의 전설> | 이지은
두 딸에게 읽어주는 그림책 중 어른이 봐도 정말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호랑이와 할머니 간의 오래된 구전 동화를 유머러스하게 비틀었다. 이것은 마치 ‘라이크 팥빙수’처럼, 아이 어른 모두를 만족시키는 재미! 이번 여름, 팥빙수를 먹어야 할 가장 재미나는 이유가 되어주었다.
– 서효인(시인)
<THE JOURNEY OF THE PENGUIN> | 에밀리아노 폰지
모험을 꿈꾸는 외로운 펭귄이 남극을 떠나 북쪽을 향해 헤엄치고 헤엄쳐 런던에 도착해 새로운 삶을 만난다. 글 없이 한 장을 가득 메운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어,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펭귄북스 80주년 기념으로 출간된 그림책으로, 펭귄이 여행을 하다 펭귄북스의 모델이 된다는 귀여운 스토리다.
– 파코드림(일러스트레이터)
<OLIVIA> | 이언 포크너
블랙과 그레이의 무채색으로 이루어진 따뜻한 그림 속에 생기를 더해주는 붉은 포인트가 재미있다. 천진난만한 올리비아의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 화가 이언 포크너의 첫 어린이 책으로, 올리비아는 조카의 이름이라고. 국내 출간된 제목은 <그래도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
– 임수미(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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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허윤선, 정지원
- 포토그래퍼
- JUNG WON 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