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젊고 또 사랑하니까
홀랜드는 자신의 음악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역수입’을 선택했다. 그는 기필코 보여줄 생각이다.
1년 반 만이네요. 그간 많은 일이 있었죠?
그날이 제 인생 첫 화보 촬영이었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새로운 일을 겪고 있어요. 저도 모르는 사이 변화가 일어난 것 같기도 해요.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분명 저를 성장시켜줄 거라고 믿어요.
다양한 국내외 잡지에서 당신의 얼굴을 자주 보게 됐어요.
이달에도 몇 개를 찍었어요. 얼마 전에는 <데이즈드> 영국판과 <페이퍼> 매거진 뉴욕의 커버 모델이 되기도 했고요. 아, <얼루어> 미국판과도 인터뷰했어요. 아직도 신기해요.
패션계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데, 이유가 뭘까요?
글쎄요. 작다면 작은 아시아, 그중에서도 유교 사상이 팽배한 나라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게이임을 커밍아웃한 뮤지션이기 때문이겠죠? 그게 예뻐 보였을 거 같아요. 응원해주는 거라고 믿을래요.(웃음) 지난 시즌 파리 패션위크 때 마침 파리에 있었어요. 그걸 안 패션 브랜드의 글로벌 본사에서 인스타그램 DM으로 연락이 오더라고요. 덕분에 크리스찬 루부탱과 아미(Ami), 앤 드뮐미스터의 쇼를 보고 디자이너와 관계를 쌓기도 했어요.
몇 달 전 에즈라 밀러가 한국에 왔을 때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케이팝 아티스트로 당신을 꼽더군요.
저도 봤어요.(웃음) 정말 신기하죠? 그는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잖아요. 그런 사람이 저를 응원하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에요. 사실 요즘 그와 메시지를 주고받아요.
무슨 대화를 나눠요?
에즈라 밀러도 ‘선즈 오브 언 일러스트리어스 파더(Sons of an Illustrious Father)’라는 밴드를 통해 음악을 하잖아요. 그냥 장난처럼 나중에 컬래버레이션 하자길래 얼른 캡처해뒀어요.(웃음)
데뷔 초인 2018년 2월 4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 제목이 ‘성 소수자 신인가수 홀랜드입니다’예요. 그 후로 세상이 좀 변한 것 같아요?
제가 나온 후로 케이팝의 다양성을 말하는 분도 계시죠. 그런데 데뷔 이래 한국 활동은 거의 못했다고 봐야 해요. 의지가 아니라 현실이 그래요. 제가 공중파 텔레비전에 나오는 걸 용납 못하는 사람도 많아요. 화가 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지만 조심스러워요. 혹시 제가 조금이라도 잘못 행동하면 LGBTQ 커뮤니티 전체를 안 좋게 볼 수 있으니까요. 다들 힘든 사랑을 하고 있는데 누가 되면 안 되죠.
한국보다 해외 활동에 주력하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홀랜드의 음악을 두고 케이팝이 맞는지 되묻는 사람도 있어요.
저도 알아요. 제 취미가 악플 읽기거든요.(웃음) 악플을 읽으면서 다양한 시선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경각심을 갖게 됐어요. 호모포비아가 저를 비난하고 욕하는 것과 LGBTQ 커뮤니티가 저를 배척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많이 비판한다는 거 알고 있어요. 여러 마음이 들죠. 음, 저는 오히려 묻고 싶어요. 케이팝이 뭘까요? 그걸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할까요? 케이팝이 더 긴 생명력을 이어가려면 여러 의미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분명한 건 저는 한국인이고 한국말로 노래해요. 이게 케이팝이 아니면 뭐죠?
뮤지션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당연히요. 나아가 아이콘이 되고 싶어요. 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어요. 영화를 찍을 수도 있고, 테드(Ted)에서 강연을 할 수도 있어요. 일부 이성애자는 자신이 이성애자라는 이유로 성수소자를 무시하고 경멸해요. 그 사람들 앞에서 보란 듯이, 떳떳하고 당당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는 일은 중요하죠.
저는 저 자신을 사랑해요. 저와 팬들이 서로 말하는 메시지가 ‘Love Yourself’예요.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어요. 그 누구도 저를 사랑해주지 않아요.
그 방법을 모르는 사람도 많아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되게 간단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 돼요. 그럼 자신을 잘 알게 되거든요.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지도 알 수 있어요. 저는 여행을 통해서 많은 걸 배웠어요. 나와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가만히 보면요. 뭐가 맞다, 틀리다를 함부로 단정 짓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알게 돼요.
앞으로의 작전은 뭐예요?
올해가 가기 전에 새 음악을 발표하는 게 목표예요. 연말에는 월드 투어를 떠나고 싶고요. 왜 한국에서 활동하지 않느냐고 하셨죠? 저는 분명 한국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싶어요. 그런데 벽이 너무 많고 두꺼워요. 전 세계를 돌면서 더 유명해지고 싶어요. 그걸 힘 삼아 ‘역수입’돼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게 작전이에요. 그럼 제가 텔레비전에 나와도 뭐라고 못할 거예요. 아무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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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최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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