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성분으로 펌이 된다고?
손상되기는커녕 오히려 머릿결이 좋아지고, 임신부도 어린아이도 안심하고 할 수 있는 펌이 있다. 탈모가 있어도 빗자루처럼 부스스한 머리카락도 문제없는 펌 시술 이야기.
‘머릿결을 좀 아껴줘야지’라는 생각으로 펌을 끊고 지내다 더는 안 되겠다 싶어 미용실 예약을 해뒀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원장님의 SNS 속 다른 고객들의 펌 시술 애프터 사진을 보며 예약 시술일을 기다리던 중, 임신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응? 지금?’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온 생명이라 처음엔 당황스러운 마음이 컸다. 그리고 이는 곧 출산까지 앞으로 10달 남짓, 아니 모유 수유를 한다면 그 이상 자연인의 머리로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 아닌가? 헤어 컬러는 3달 전쯤 톤 다운을 해놓아 염색보다는 펌이 아쉬웠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임신 관련 카페에 가입도 하고 관련 유튜브 영상도 찾아본 결과, 드디어 임신부도 가능한 펌을 찾아냈다.
‘푸드 천연 펌’이라 불리는 그린이온은 펌 시술을 할 때 사용하는 제제로 화학 약품을 배제하고 천연 원료만 사용해 만들어, 임신부는 물론, 아토피가 있는 사람이나 어린아이에게 사용해도 안전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블로그에 나온 설명일 뿐! 직접 이 제품의 개발 스토리도 듣고, 정말 임신부가 해도 되는지 체험해보기로 했다. 그린이온 천연 펌제를 탄생시킨 퓨리풀의 진재화 대표는 헤어 디자이너 출신이다. 현직에 있을 때 헤어 시술용 화학 제품 때문에 건강이 나빠진 것이 천연 펌제의 개발 배경이라고 한다. 개인이 운영하던 숍에서 다양한 고객의 모발에 적용하며 긴 임상 기간을 거쳤고, FDA와 더마프로(피부과학연구소) 등에서 안정성 테스트를 비롯한 엄격한 펌제의 기준을 통과하기도 했다. OK, 안전하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정말 자연 성분만으로 제대로 컬이 나올까? 의심 가득 그를 찾아가 직접 시술을 받아보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진재화 대표의 말처럼 화학 펌제와 동일하거나 뛰어난 수준이었다. 보통 모발보다는 손상 모발에 강하다고 했다. 시술 과정도 약만 다른 것을 사용할 뿐이었다. 그루프로 머리를 말고 열기구를 사용하는 등 여느 미용실과 다르지 않은 풍경. 그런데, 모든 과정에 천연 성분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푸드 천연 펌에도 중화 과정은 필요하기 때문. 중화 과정에는 인체에 해가 없는 과산화수소를 물과 희석해 사용한다.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느껴지긴 했지만, 일반 미용실에서처럼 두피가 싸하거나 눈이 시린 느낌은 전혀 없었다.
“아니 이렇게 좋은데 왜 대중화되지 않았을까요?” 시술 시 눈이 시큰거리는 독한 기존의 헤어 시술 제품에 불만인 고객도 많고, 모발과 두피에 자극이 적은 펌제에 대한 니즈는 드높기만 한데 10년 전부터 개발되어 있던 이런 제품을 왜 다른 미용실에선 사용하지 않는지가 궁금했다. “펌제는 염모제와 달리 전문가들이 주로 사용하죠. 현재 사용하는 펌제가 100년 전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고, 시술 방법도 비슷해요. 오래도록 사용했던 것을 고집하고 의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반면 염모제는 소비자들이 직접 구입해 가정에서 시술하다 보니, 손에 닿아도 문제없고 냄새도 적은 것을 찾기도 하면서 천연 염모제 시장이 커지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진재화 대표의 의견이다. 발 벗고 나서 천연 푸드 펌의 브랜딩과 마케팅을 맡고 싶은 심정이다. 소비자의 두피와 모발 건강도 중요하지만, 시술자의 건강에도 더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푸드 염모제는 왜 만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가 대답했다. “일반 소비자들이 펌보다 염색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임신부의 경우도 안정기에 순한 염모제를 활용한 염색은 괜찮지만, 펌은 금기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전 그 반대라고 말합니다. 염모제는 화학 작용이 필수예요. 모발에서 색소를 빼내야 하니까요. 반면 펌은 구조적이죠. 큐티클을 열고 그 안의 단백질을 펴거나 구부리는 것이라 오히려 더 단순해요. 그래서 연구원이나 화학 전문가가 아닌 헤어 디자이너 출신인 제가 개발할 수 있었던 거예요. 염색의 경우 어떤 천연 제품이라도 화학 성분이 전혀 안 들어갈 수가 없어요.”
얼마 전 이슈가 되었던 ‘헤나 부작용’이 떠올랐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천연 염모제, 착한 염모제의 대명사였던 헤나를 사용한 사람들에게서 색소성 접촉 피부염이 나타난 것. 이는 헤나 염모제를 천연 성분이라 착각해서 생긴 일이었다. “헤나 염모제는 헤나라는 천연 염색을 시키는 원료를 함유했을 뿐 천연 염색제가 아닙니다. 사실 헤나 성분 자체의 염색력이 약하고 색상도 적갈색류로 한정되어 있어서 헤나에 기존 염색제를 무분별하게 섞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부작용이 더욱 심각해진 거죠.” 내츄라노브 김선영 차장의 설명이다. 내츄라노브는 천연 염모제라 불리지만, 90% 천연 성분과 10% 미만의 화학 성분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냄새가 거의 없고. 두피에 안전한 편이지만, 임신부는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한다.
임신부가 아니라도, 탈모나 아토피가 없는 건강 피부라도 화학 성분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얼굴 피부만큼 소중한 두피를 위해, 소모품이 아닌 항상 함께할 모발을 위해 헤어 시술 약 성분에도 관심을 가질 때가 된 것 같다. 찰나의 반짝임보다 더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건강이다. <얼루어> 독자들은 이미 잘 알고 있을 테지만.
천연 성분을 함유한 전문가용 펌 & 염색 제품
그린이온 100% 천연 원료를 사용한 펌제 18가지 아미노산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 임신부나 아이, 아토피 환자에 사용해도 문제없다.
브리티시엠의 펌킨 엔자임 펌 화학 성분을 최대한 배제하고, 에코서트 인증 오가닉 성분을 함유한 펌제. 항산화 효과가 있어 염색 모발의 색빠짐을 줄이고 보다 색상을 선명하게 만든다.
와칸 프로페셔널의 허브 칼라 파우더 12가지 허브 추출물과 5가지 곡물 성분을 함유해 은은한 색감을 표현한다. 모발과 두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제품.
투겟헤어의 나베 헤어 칼라 천연 식물성 오일과 프로바이오틱스를 함유해 건강한 염색을 돕는다. PPD, 계면활성제, 레조르시놀 성분을 배제한 저자극 염모제로 몇몇 헤어숍에서 안정기에 돌입한 임신부에게 시술하기도 한다.
- 에디터
- 이정혜
- 포토그래퍼
- CHA HYE KYUNG
- 모델
- 최명진
- 헤어
- 조영재
- 메이크업
- 장소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