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 워커’로 산다는 것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누군가의 일이 아니다. 다가올 ‘긱 경제’의 시대, 자기 브랜드를 구축하고 생존하는 법에 대하여.
회사에 다닐 때는 회사가 내 세계의 전부인 줄 알았다. 그래서 명함과 출입증을 반납하고 혈혈단신으로 성문을 열고 성 밖으로 나섰을 때 생긴 두려움은 생각보다 더 했다. 퇴사 후 세 달이 지난 지금은, 월급보다 훨씬 큰돈을 벌고 있지만, 회사를 다닐 때만큼 ‘헉헉’거리며 일하는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프리랜서가 생각보다 ‘프리’하지 않다는 말은 사실이었고, 나 대신 회사가 해주는 귀찮은 일이 얼마나 많았는지도 깨닫게 됐다. 여전히 온갖 종류의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그렇다고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퇴사를 하고 나니, 하루 중 출퇴근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었는지 알게 됐으니까. 유연하게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외에도 ‘홈 오피스’가 주는 안락하고 편안함은 세상의 어떤 멋진 오피스와도 바꿀 수 없는 복지임이 분명하다. 지금은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 여전히 맡은 일들이 지속될지에 대한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퇴사 전에 미리 알고 준비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고 후회되는 일도 많다. 그래서 지난 세 달간의 이야기를 공유하려 한다. 혹시 지금 당장 프리랜서가 될 생각이 없으니, 자신은 이 이야기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나.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이 바로 미래”라고 이야기한다. 회사원의 꿈이 ‘유튜버’라는 소리도 더 이상 농담이 아닌 시대다. 회사는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책임져주지 못하며, 자의든 타의든 퇴사를 해야 하는 시기는 반드시 온다. 그때는 우리 모두가 회사 없이 밥벌이를 해야 한다. 긱 경제는 더 이상 타인의 세계 속 이야기가 아니다.
<긱 워커로 사는 법>의 작가 토머스 오퐁은 책에서 ‘긱 경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고용주가 필요에 따라 사람을 구해 단기 계약을 맺고 일회성의 일을 맡기는 경제 방식’. 근로자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필요할 때만 일을 구한다. 이러한 긱 경제로 수익을 내는 사람들을 바로 ‘긱 워커’ 혹은 독립형 근로자(프리랜서)라고 하는데, 쉽게, 우버 운전기사를 떠올릴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는 여기에 더해 미래에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고용 계약을 맺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 예측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 액센추어 역시, ‘향후 10년 이내에 글로벌 2000대 기업 중 경영진을 제외하고는 정규직 직원이 단 한 명도 없는 회사가 등장할 것이다. 소유주, 경영진, 헤드헌터, 독립형 근로자들로 구성될 것이며 기업은 유연하게 일하는 근로자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연한 노동력 확보가 기업 경영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거라는 건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디지털 시대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래는 끊임없이 변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에 맞추어 일하는 방식도 바꾸어야 한다.
퇴사 전에 해야 할 일들
낯을 가리는 편이라 낯선 사람들과의 자리에서 ‘스몰 토크’에 약하다. 가능한 경우에는 최대한 미팅 자리에 나가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게 퇴사 후에는 가장 후회되는 일로 남았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인맥은 큰 힘이다. 내게 일을 맡기는 클라이언트들의 80% 이상이 나를 아는 사람, 지인으로부터 소개를 받은 사람, 내가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 아는 사람들이다. 또한, 다양한 미팅 자리에서 나오는 업계 이야기는 고급 정보다. 설사 내게 일을 주지 않더라도,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알아두는 것만큼 큰 자산은 없다. 나와 함께 일을 할 사람을 금방 찾을 수도 있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다른 이에게 소개해줄 수도 있다. 물론 일을 받기 위해 억지로 친해지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미팅 자리를 ‘귀찮아서, 너무 바빠서, 낯선 분위기가 싫어서’라는 이유로 미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혹시 아나. 술잔을 함께 기울일 진정한 친구를 찾을지도. 비즈니스적으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관계라면 더 좋다. 이 과정에서 ‘스몰 토크력’도 기를 수 있겠다.
인맥 구축보다 더 중요한 일은 바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일이다. 나는 과연 무엇을 잘하는 사람일까? 회사를 다니는 동안 어떤 일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한 답을 반드시 구해두어야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곧장 ‘자기 브랜드 구축’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자신이 회사 안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다고 가정한다면, 그 업무를 잘게 쪼개보자. 마케팅 업무 중에서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내가 잘하는 일이 A라 가정했을 때, 일관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회사 안에서 A를 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기회를 잡는 노력도 필요하다. 평소 만나는 사람들이나 개인 SNS에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도 좋다. A라는 일감이 생겼을 때, 바로 나를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다.
자기 브랜드를 구축하는 방법은 일상에서도 찾을 수 있다. 더 이상 평생 직업은 없고, 한 가지 일로 밥벌이를 하는 시대는 지났다. 업무를 활용해 ‘개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면 새로운 기회를 잡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 경우에는 직업의 특성상, 비행기에 오를 일이 많았는데, ‘그동안의 이야기를 여행 콘텐츠로 만들어 블로그나 브런치라도 운영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고 후회하는 순간이 많았다. 업무에 관한 트렌드나 정보를 올리는 블로그를 운영해봐도 좋겠다. 모든 경험은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퇴사 후에 해야 하는 일들
퇴사 직후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느라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이미 만들어둔 포트폴리오는 의미가 없었다.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 내 경력을 이해하기 쉽도록 경력을 재구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A는 또다시 잘게 쪼개질 수 있다. 쪼개진 조각들을 모아 다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종류별로 포트폴리오를 구비하는 것이다. 에디터라는 내 경력을 예로 들자면, ‘인터뷰 포트폴리오’ ‘화보 포트폴리오’ ‘칼럼 포트폴리오’ 등이 될 수 있다. SNS 포트폴리오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클라이언트가 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 요즘은 대부분 인스타그램을 많이 이용하는데,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일관적인 배열을 택하는 것이 좋다. 포트폴리오만큼 중요한 게 바로 명함이다. 퇴사 후 클라이언트를 만날 때마다 “제가 아직 명함이 없어서…”라고 말하는 것만큼 초라한 순간이 없다. 형식적일지라도 명함과 내 이름을 대신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좋다. 내가 ‘사장’이라는 걸 상기시켜주니까. 명함과 잘 정리된 포트폴리오는 ‘영업’을 위한 중요한 도구이기도 하다. 또한, 업무에 사용할 양식을 만들어두면 행정적인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계약서나 비용 처리 명세서, 다양한 업무 스케줄을 적어두는 캘린더 양식 같은 것이다.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상대해야 하므로 헷갈리지 않게 정리해두어야 한다.
다음은 ‘홈 오피스’ 환경을 구축하는 일이다. 홈 오피스는 너무 편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즐거운 일이라도, 돈을 많이 버는 일이라도 인간에게 일은 영원히 여름방학의 밀린 숙제 같은 존재니까 말이다. 회사에서 일했던 것처럼, 일어나는 시간과 자는 시간, 일하는 시간과 공간을 일정하게 정해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제 못다 한 설거지, 더 보고 싶은 넷플릭스, 냉장고 속의 간식… 집 안에 도사린 온갖 유혹에 넘어갈지도 모른다.
혼자 일한다고 해서 가내 사무실에만 갇혀 있어서는 곤란하다. 지속적으로 사회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다행히 요즘은 재미있는 모임이 많다. 커뮤니티는 다양한 정보의 장이며, 일종의 네트워크가 되어준다. 새로운 일감을 찾을 수도 있고, 일로 지친 마음을 다독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내가 실행하지 못한 것 중 하나다. 올해 안에 여성 프리랜서 모임을 운영하는 ‘울프소셜클럽’이나 크리에이터를 위한 멤버십 커뮤니티 ‘코사이어티’에 꼭 방문해볼 생각이다. 원하는 만큼 일하고 꿈꾸는 대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마음에 담아올 생각이다. 물론 그럼에도, 초보 긱 워커의 시행착오는 앞으로도 계속될 테지만 말이다.
초보 긱 워커가 하기 쉬운 실수
아래 내용은 <긱 워커로 사는 법>을 참고했다.
1 어쨌든 최종 목적은 ‘돈’이다
아무리 즐거워도 모든 것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모든 일은 계약이 먼저다. 일을 하는 데 든 진행비 영수증은 반드시 챙기고 영수증을 첨부할 비용 명세서 양식을 만들어둘 것. 더 이상 법인카드는 없다는 걸 명심하자. 계약을 할 때는 급료 지급 조건을 상세히 기재해야 하며, 입금일도 확인해두어야 한다. 세금에 대한 체크도 필수.
2 거절하는 게 나은 일도 있다
프리랜서는 들어오는 일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내 능력 밖이거나, 도저히 시간이 안 될 때는 차라리 거절하라. 무리하게 일을 받은 후, 마감 기간을 지키지 못하는 것보다는, 클라이언트가 다른 프리랜서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낫다. 일을 할 수 없는 이유를 간단하고 솔직하게 밝히되, 일할 욕심이 나는 프로젝트나 기업이라면, 다음에 꼭 같이 일하고 싶으니, 다시 연락을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포인트.
3 모든 일이 포트폴리오가 될 수는 없다
개인 작업이라면 내 뜻대로 하는 게 가능하지만, 모든 클라이언트는 마음속에 정확히 원하는 바가 있기 마련이다. 내 욕심으로 일을 진행하려 든다면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원하는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는 일도, 없는 일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클라이언트와의 의견 충돌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 클라이언트의 뜻을 모두 이해했다고 자만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묻고 또 물어라.
4 비판을 인정하라
클라이언트가 결과물에 만족하지 않을 수 있다. 피드백이 얼마나 가혹하든 간에, 이것은 비즈니스일 뿐이다. 어떤 경우에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열린 마음으로 실행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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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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