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파티, 바로 그 술
맥주를 사랑하지만 오늘만큼은 다르다. 반짝거리고, 따뜻하고, 소란스러운 파티에선 도수를 올리고 싶어지는 법이니까. 그런데 뭘 마시지?
1 브랜디
포도주를 증류한 술로 대부분의 와인 산지에서 함께 생산된다. 술병이 꽤나 고상한 탓일까, 어른의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어른도 매일 근엄한 건 아니니 파티에서만큼은 편하게 즐겨보자. 여러 명이 함께 마신다면 XO등급 대신 그 아래의 VSOP를 선택할 것. 가격과 향을 덜어 브랜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무난하게 술잔을 부딪칠 것이다. 식후 상온으로, 또는 살짝 데워 먹는 것이 정석이지만, 정석이 정답은 아니다. 브랜디도 다른 술과 섞어 마시면 한층 유쾌해질 수 있다. “브랜디와 포트와인을 섞으면 간단한 칵테일로 즐길 수 있어요. 두 술은 향과 맛이 잘 어울리니까요.” 술 중심의 문화 공간 ‘라꾸쁘’의 대표 손기은이 전하는 팁이다.
2 보드카
무색, 무미, 무취의 증류주로 밀, 옥수수, 감자 등 다양한 곡물을 원료로 삼는다. 최대한 깨끗하게 증류한 술이기 때문에 깔끔하게 샷으로 먹어도 좋지만 여유롭게 마시고 싶다면 칵테일 베이스로 활용하자. 가장 널리 알려진 보드카 브랜드인 스미노프와 앱솔루트는 마트,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니 파티용으로 사두는 것도 좋다. 칵테일을 어떻게 만드냐고? 별다른 재료가 없더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토닉이나 크랜베리 주스, 오렌지 주스와 휙휙 섞어 먹으면 그만일 만큼 무엇과도 잘 어우러지는 ‘쉬운’ 술이니까. 만약 보드카 자체의 깊이를 느끼고 싶다면 러시아 보드카인 ‘벨루가’를 시도해보자. 특히 해산물과의 궁합이 좋다고.
3 위스키
싱글 몰트 위스키는 맥아를 증류한 술로 통하지만 위스키의 세계를 그렇게 좁게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옥수수를 주원료로 삼는 버번 위스키도 있으며 무엇보다 나라에 따라 요구되는 곡물 비율과 생산 조건이 서로 다르다. 무엇부터 테이스팅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손기은의 도움말을 참고할 것. “위스키를 숙성한 오크통 종류를 기준으로 잡아보세요. 셰리 오크통과 버번 오크통은 향에서 큰 차이를 보이거든요.” 시시각각 변하는 향을 느끼고 싶다면 온더록스보다 물을 섞어 마시는 방법을 택하자. 재미있는 것은 어떤 물을 섞는지에 따라서도 향의 확산이 확연하게 차이 난다는 것. 파티의 친구들과 가지각색의 미묘한 향을 묘사해보는 것도 좋겠다.
4 진
가성비 좋은 보드카를 나눠 마시는 데 질렸다면, 무궁무진한 향을 내뿜는 진의 세계로 입문해보자. 진은 송진향과 유사한 주니퍼베리 향이 나는 무색의 증류주로 진토닉부터 마티니까지 칵테일 베이스로 널리 사랑받는 주종이다. 최근에는 다른 걸 섞지 않아도 향이 충분히 화려한 진도 많아졌는데, 프리미엄 진 또는 보태니컬 진이 그렇다. 그냥 마시거나 온더록스로 마셔도 감미로워서 집에서 칵테일을 만들기 번거로울 때 제격이다. 당신의 파티를 간편하면서도 ‘있어 보이는’ 파티로 만들고 싶으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크래프트 진을 준비해보자. 프리미엄 진으로는 ‘마틴 밀러’를, 대중적인 진으로는 ‘고든스’를 추천한다.
5 테킬라
파티에서 취기를 단숨에 끌어올리는 데 테킬라가 빠질 수 없다. 멕시코 전통주의 일종으로 아가베 또는 용설란으로 불리는 멕시코 특산 식물을 증류한 술이다. 여느 술이 그러하듯 테킬라 또한 숙성이 많이 될수록 향이 화려해진다. 테킬라를 떠올렸을 때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것은 레몬과 소금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조합이 사실상 테킬라 자체의 풍미를 느끼기에 최고의 궁합은 아니라고 말한다. 테킬라 자체의 맛을 음미하고 싶다면 소금과 레몬 없이, 위스키나 브랜디를 마실 때와 같이 향이 잘 모아지는 글라스에 담아 마시는 것이 좋다. 흥겨운 파티에서는 샷을 리듬에 맞춰 털어넣고 점잖은 모임에서는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다양한 매력을 가졌다.
6 포트와인
와인은 언제나 옳다. 하지만 이번 연말엔 와인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전혀 다른 매력의 포트와인을 마셔보자. 발효 중인 와인에 증류주(브랜디)를 첨가하는 주정 강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알코올을 더하는 순간 발효는 멈추고 과일에서 온 당분은 남아 와인에 비해 도수와 당도가 높으며 향이 풍부하다는 특징이 있다. 단맛이 나다 보니 여러 가지 술을 함께 먹을 때는 다른 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식후, 또는 마무리할 때 먹길 추천한다. 포트와인은 술이 남았을 때 보관이 용이한 편이다. 일반 발효주는 한번 개봉하면 맛이 금방 변하지만 주정강화 와인은 3개월까지도 변하지 않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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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정지원
- 포토그래퍼
- JEONG JO SEPH
- 도움말
- 손기은(술 중심의 문화공간 ‘라꾸쁘’ 대표)
- 참고도서
- <칵테일 스피릿>주영준, 숨쉬는 책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