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에 옷 좀 입던 엄마와 밀레니얼 딸들

1990년대에 옷 좀 입었던 엄마와 지금 90년대 스타일을 즐기는 밀레니얼 또는 Z세대의 딸들. 그들이 공유하는 90년대 패션에 대하여.

카이아 거버와 신디 크로포드

1960년대와 70년대 베이비붐 세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 풍요 속에서 성장해 원하는 것을 어려움 없이 가질 수 있었던 세대,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주위 눈치 보지 않고 표현할 수 있었던 개성 강한 세대. 이 모두는 X세대를 설명하는 말이다. 이 표현은 캐나다 태생의 작가 더글러스 쿠플랜드가 1991년 출간한 소설 <X세대>를 통해 가장 먼저 사용했다.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지만, 뭐가 어떻게 다른지 정의를 내릴 용어가 없어 X를 붙이게 되었다고. 자신감 넘치고 분방했던 X세대는 시간이 흘러 가정을 꾸렸고,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자녀로 두고 있다.

카이아 거버와 신디 크로포드

밀레니얼 세대는 1981~2000년에 출생한 이들로 유년기에 짧게나마 1990년대를 경험한 세대다. 현재 40~50세로 구매력이 가장 활발한 X세대가 자연스럽게 90년대 패션을 영위한다면, 오히려 밀레니얼 세대는 어깨 너머로 경험한 그 시절에 대한 향수의 반작용으로 90년대를 탐닉한다. 레트로를 넘어 뉴트로의 인기가 지속되는 것도 이런 현상에 무게를 더한다. 2000년 이후에 태어난 Z세대는 90년대를 아예 경험하지 못한 세대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90년대는 손이 닳지 않은 미지의 세계와 같다.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와 같은 텔레비전 방송과 부모의 바랜 사진에서 공중전화 시대를 유추해볼 뿐이다. 그들에게 있어 지금 경험하는 90년대 패션은 신선한, 아주 새로운 트렌드다. 다시 말해서, 각 세대가 인지하는 90년대 패션은 조금씩 다 다르지만 중요한 건 지금 서로 공유하고 있다는 것. 패션의 소통 창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케이티 홈즈와 수리 크루즈

올 초에 커미션(Commission)이라는 브랜드가 이슈가 되었다. 뉴욕을 베이스로 하는 커미션은 2019 봄/여름 컬렉션으로 시작한 신생 브랜드다. 컬렉션 키 비주얼이 먼저 관심을 모았는데, 모델이 모두 동양인인 점, 의상 디자인이 어딘가 모르게 익숙했다는 것이 그 까닭일 테다. 알고 보니 커미션은 동양 출신의 두 남성 디렉터인 베트남 출신의 딜란 카오와 서울에서 자란 진 케이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1980~1990년대에 일하는 엄마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2020 봄/여름 컬렉션을 보면 그들이 자신의 컬렉션에 대해 설명한 것들을 보다 명확한 그림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어깨를 강조한 재킷, 실용적인 셔츠와 블라우스, 허리 위로 올라오는 낙낙한 팬츠, 지적인 펜슬 스커트, 잔잔한 패턴 플레이, 강약이 돋보이는 컬러 매치와 스웨이드, 코듀로이, 레이스 등 적재적소에 쓰인 소재들까지! 이는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국인 스타일리스트 김예영 등 일반인 모델과 함께해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완벽하지 않은 틈이 주는 의외성은 언제나 더 큰 호기심을 생성한다. 데일리 룩과 나들이복을 넘나드는 그들의 스타일은 엄마와 이모의 옷장을 뒤지고 싶게 만들면서도,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릴라 그레이스와 케이트 모스

요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상에서 포스팅될 때마다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것 중 하나가 카이아 거버, 릴리 로즈 뎁, 릴라 그레이스 등 밀레니얼~Z세대 패션 스타들의 오오티디다. 모두 신디 크로포드, 바네사 파라디, 케이트 모스 등 90년대를 풍미한 아이콘들의 딸. 우월한 외모나 피지컬뿐 아니라 패션 센스까지 물려받은 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패셔너블한 이슈를 만들어낸다. 그중 카이아 거버는 엄마와 잦은 외출로 스트리트 패션 신에 자주 노출되는 패션 아이콘이다. 모녀는 뉴욕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편인데, 최근 비슷한 가죽 재킷에 밝은 데님 팬츠를 매치한 시밀러 룩이 포착되어 많은 하트를 받았다(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의 표시). 어느 여름날에는 클리비지가 돋보이는 블라우스에 데님을 매치하더니(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한 선글라스는 필수!), 바이커 룩으로 따로 또 같이 연출한 시밀러 룩도 시선을 모았다. 모두 90년대와 지금 동시에 주목받는 스타일이라는 것이 포인트다. X세대가 90년대 패션을 저버리지 않는 한, Z세대가 90년대 패션에 질리지 않는 한, 그러니까 당분간은 90년대 패션이 지속가능한 패션이다.

커미션 2020 봄/여름 컬렉션 중

    에디터
    김지은
    포토그래퍼
    COMMISSION, SPLASH NEWS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