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적인 낭만이 현대의 옷을 입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프리카’라는 이름은 온 인류가 그곳에서 시작된 것 같은 원시적 낭만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그 상상은 다시 현대의 옷을 입는다. 가장 역동적인 아프리카가 바로 그곳이라서.

리트플레이 보호 구역에서 얼룩말, 스프링벅, 코뿔소, 타조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아이린 컨트리 로지의 우유로 만든 밀크셰이크.

아이린 컨트리 로지의 목장에서 거둔 신선하고 고소한 우유. 호텔 내 마켓에서 직접 우유와 유제품, 달걀 등을 판매한다.

아이린 컨트리 로지 곳곳에 원숭이가 산다. 금세 간식을 훔쳐가기도 하니 주의할 것.

프리토리아에서의 농장 체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는 어디일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란 쉽지 않다. 한 도시가 아니기 때문. 프리토리아, 케이프타운, 블룸폰테인 모두 제각기 수도인데, 이중 프리토리아는 행정 수도다. 서울에서 거의 24시간을 걸려 올리버 탬보 인터내셔널 공항에 도착해서 가장 처음 향한 곳은 요하네스버그와 차로 약 1시간 떨어진 프리토리아의 아이린 지역이었다. 아프리칸 프라이드 아이린 카운티 로지 오토그래프 컬렉션(African Pride Irene Country Lodge, Autograph Collection)에 도착한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로지’라는 이름처럼 산장 디자인을 고스란히 담은 호텔에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건 여러 종류의 새 소리와 베란다 밖에서 나를 관찰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몇 마리의 원숭이였다. 젖소 농장과 커다란 호수가 함께 있어 남아프리카에 사는 야생 새와 식물을 호텔 안에서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호텔에서는 이곳에서 관찰할 수 있는 새와 식물도감이 인쇄된 미션 팸플렛을 나눠주는데,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30종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침을 먹으러 가는 길에 10종쯤은 쉽게 만날 수 있다.

호수의 진정한 주인으로 보이는 새떼를 바라보며 메도우 그린(The Meadow Green) 레스토랑에서 남아공의 자랑인 커피와 루이보스 차, 페리페리 소스로 익힌 치킨 간 요리, 스프링벅 카파르치오 등으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우거진 떡갈나무 가로수길을 지나 아이린 농장을 방문했다. 매일 직접 젖소의 젖을 짜고, 우유와 달걀, 유제품 등을 생산하는 진짜 농장이 거기 있었다. 주민과 투숙객들을 위해 아이린 농장 로고가 붙어 있는 제품도 판매한다. 농장에 딸린 레스토랑 더 반(The Barn)에서는 농장에서 생산한 우유로 아이스크림과 밀크셰이크 만들기, 남아공식 스튜인 포이키코스(Potjiekos) 만들기, 모닥불에 마시멜로를 구워 만드는 스모어스(S’mores)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데, 이것은 호텔 내에서 지역의 특색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오토그래프 컬렉션의 ‘Mark of Craft’, ‘Sense of Place’ 정신을 표현한 것.

호텔 인근에는 리트플레이 보호구역(Rietvlei Nature Reserve)이 있다. 4000헥타르 크기의 보호구역으로 코뿔소, 케이프 버펄로, 얼룩말, 치타, 히포 등이 살고 있다. 작은 규모의 보호구역이라 남아공 빅5라 불리는 사자·코끼리·표범·코뿔소·버펄로 모두를 볼 수는 없지만 자유롭게 초원을 거니는 얼룩말의 멋진 무늬, 너무나 거대한 코뿔소의 위용, 강 속에서 오직 콧구멍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하마 등을 관찰하는 것도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매력 중의 하나일 것이다.

아이린 컨트리 로지 스파 안에 위치한 야외 수영장.

빅토리아 야드에서 만난 아프리카 공예품. 다양한 장인을 만날 수 있다.

멜로즈 지역 아프리칸 프라이드 멜로즈 아치 호텔을 장식한 벽화 작품.

조명 공장과 창고를 개조해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난 빅토리아 야드. 아프리카 도시 재생의 모델이기도 하다.

생동하는 요하네스버그

요하네스버그. 때때로 ‘조벅(Jo’Burg)’으로 불리는 요하네스버그는 남아프리카 역사의 증인이 된 도시다. 1886년 골드 러시를 타며 생겨난 작은 마을로 시작해 다이아몬드 광산의 흥망성쇠는 물론이거니와 과거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의 비극과 상처, 화해와 남은 숙제 등을 고스란히 지켜본 곳이다(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 컬리넌은 요하네스버그 근교 광산에서 발견되었다). 요하네스버그는 이제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흥미로운 도시로, 남아프리카의 금융, 예술, 패션,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지가 되었다.

패션 촬영에 여념 없는 모델, 시크한 차림으로 브런치를 먹는 사람들,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루프톱 바와 편집숍은 요하네스버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거리인 마보넹 예술 거리(Maboneng Precinct)에서 오늘도 벌어지는 일들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아프리카 현대미술을 만날 수 있는 갤러리 옆에는 초록과 노랑, 빨강 같은 남아공 국기 컬러로 만든 기념품을 파는 노점이 있고, 만델라 대통령과 데스몬드 투투의 벽화 앞으로 어쩐지 춤을 추는 것 같은 걸음걸이의 사람들이 지난다. 마보넹 거리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이 거리의 주인임을 자랑스럽게 드러낸다. 마보넹은 ‘빛의 장소’를 뜻하는 세소토어로, 식당, 카페, 부티크, 미술관, 스튜디오 공간이 혼재된 곳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현대예술가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가 기반을 두고 있는 아트 온 메인(Arts on Main) 역시 이곳에서 시작했으며, 지금도 이 거리를 빛내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에서는 아프리칸 프라이드 멜로즈 아치(African Pride Melrose Arch, Autograph Collection)에 머물며 그곳의 총지배인인 타니아 말란과 함께 요하네스버그 곳곳을 걸었다. 뉴요커와 런더너들처럼 요하네스버그에는 너무나 멋진 조버거들(Joburger)이 있다.

때마침 자카란다 철이었다. 선명한 보라색 벚꽃으로 유명한 자카란다는 남아공의 명물 중 하나로 마주칠 때마다 신기해서 계속 사진을 찍게 된다. 요즘 대도시에는 어디에나 버려진 공장, 창고를 개조한 복합공간을 만날 수 있는데, 요하네스버그에서는 빅토리아 야드(Victoria Yards)다. 아티잔과 크래프트, 자유로운 예술가가 모여 있는 이곳은 요하네스버그에서 가장 한적하고도 평화로운 오후를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이곳만의 크래프트 진(Gin)과 진(Jean)이 있으며, 도자기와 스테이셔너리 공방, 레스토랑과 아틀리에, 아티초크가 무럭무럭 자라는 텃밭 등 문 하나하나를 열어보고 들여다볼 만한 공간이 많다. 이곳은 요하네스버그의 오늘이자 지향점을 보여준다. 젤라토 가게에서 블루베리와 허브가 어우러진 젤라토를 하나 샀다. 차갑고도 싱그러운 향이 입에 넣는 순간 사라졌다.

남아공을 여행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여전히 우범 지역이 남아 있고, 강도를 피하기 위해 상점과 호텔은 현금 대신 신용카드로만 거래할 정도다. 여러 가이드에서는 호텔의 차량을 이용해 여행하고, 아무 지역이나 걷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멜로즈 아치 지역만큼은 예외다. 남아공의 부와 기술이 집중된 멜로즈 아치는 요하네스버그에서 떠오른 지역으로 멋진 벽돌길, 테라스를 갖춘 유럽풍 레스토랑과 카페, 얼룩말부터 악어고기까지 야생 육류를 요리하는 모요 레스토랑과 부티크와 쇼핑몰, 요하네스버그의 첫 스타벅스 매장 등이 밀집된, 한밤에도 산책하기 좋은 안전한 동네다(수백 개의 CCTV가 항상 이 거리를 지켜본다). 이 멜로즈 아치 가운데에 자리한 아프리칸 프라이드 멜로즈 아치호텔은 요하네스버그의 힙 플레이스다. 체크인할 때 아프리카 여사님들이 환영의 노래와 춤을 춰도 놀라지 말 것. 로컬의 재료를 적극 활용하는 마치 레스토랑(March Restaurant)은 시내에 위치한 어버날러지(Urbanologi) 레스토랑과 함께 요하네스버그를 대표하는 파인다이닝이다. 저녁 식사에 호텔의 플래그십인 로컬 크래프트 진 플로우 스톤(Flow Stone)을 곁들여 보길.

멜로즈 지역 중심에 위치한 아프리칸 프라이드 멜로즈 아치 호텔의 객실.

빅토리아 야드에서 만난 아프리카 공예품.

마보넹 예술 거리의 노점상.

빅토리아 야드의 젤라토 가게. 지역 재료로 만든 신선한 젤라토를 만날 수 있다.

고래가 지나는 마을

케이프타운 지역은 펭귄과 고래, 클리프턴 베이의 저택, 테이블 마운틴과 희망봉 등으로 유명하지만 이곳의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면 독특한 색감을 내는 아프리카 야생 식물일 것이다. 이 식물들을 마음껏 누리기 위해선 케이프타운 도심을 벗어나 고래가 찾아오는 곳으로 유명한 허머너스 방향으로 향해야 한다. 워커 베이의 작은 마을이었던 허머너스는 6월부터 12월까지 남방긴수염고래를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며 여행지로 발전했다. 매년 9월에는 고래 축제가 열릴 정도. 고래뿐만 아니라 특유의 식물 식생을 관찰할 수 있는 평화로운 지역이다. 와인을 만드는 포도와 올리브 나무가 가장 태양을 바라보기 좋은 언덕을 차지했지만 나지막한 길은 온통 야생 식물이 점령했다. 핀보스(Fynbos), 아프리카 히드, 식용으로도 가능한 온갖 허브는 마치 졸업식 꽃다발처럼 다채롭다. 특히 이국적인 핀보스의 꽃은 최근 프로테아와 함께 우리나라에도 ‘남아공 꽃’이라는 별명으로 플라워숍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아프리카 남단에 위치해 독특한 지중해 식생을 보여주는 코겔 베르그 보호 구역(Kogelberg Nature Reserve)은 남아프리카에서 가장 고요한 휴양지이자, 토종 식물인 핀보스가 밀집해 핀보스의 고향으로 불린다. 이 보호구역 안에 위치한 아프리칸 프라이드 아라벨라 호텔 앤 스파(African Pride Arabella Hotel & Spa, Autograph Collection)는 이 독특한 환경을 가장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는 리조트다. 18홀 골프 코스는 물론 핀보스와 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산책길, 저 멀리 수평선이 보이는 바닷가까지, 그야말로 조용한 휴식을 위한 완벽한 곳이다. 새와 바다를 바라볼 수 있도록 모든 객실에는 베란다가 딸려 있다. 모던 아프리칸 무드의 객실과 ‘레인 포레스트’로 불리는 독특한 스파 서비스, 야외 수영장 등도 갖추고 있다.

호텔 안에서도 일주일쯤은 보낼 수 있을 것 같지만 고래를 보는 경험은 누구도 놓치고 싶지 않을 거다. 허머너스는 1년 내내 여행자들의 활기가 가득한 곳으로,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는 굴과 생선 등 신선한 해산물을 즐기면서 고래와 물개가 자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이따금 크게 들이쳐 부서지는 파도는 몇 번을 봐도 지루하지 않고, 누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사람들이 누워 일광욕을 즐긴다. 선명하고도 푸른 바다와 바위가 어우러진 해안선은 남아공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허머너스를 떠나 볼더스 비치, 베티스 베이까지 가면 날랜 몸짓으로 바다와 육지를 오가는 아프리칸 펭귄도 만날 수 있다. 일정이 넉넉하다면 탐험가들의 희망을 담았던 희망봉과 물개섬을 배로 돌아보는 투어도 있다.

케냐에 살며 아프리카 대륙의 아름다움과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강렬함에 매료된 작가 카렌 블릭센은 대표작이 된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위대함과 자유, 비길 데 없는 장엄함을 느끼게 했다. 그곳의 풍경과 삶에서 가장 특징적인 요소는 바로 공기였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라는 제목은 ‘아프리카에서는 항상 무언가 새로운 것이 생겨난다’라는 로마 시대 작가의 글에서 왔다. 카렌 블릭센이 지켜보던 코끼리 떼와 기린 무리는 자신의 땅을 인간에게 주고 보호 구역 속으로 사라졌다. 아프리카는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어떤 것은 그대로 남았다. 태양, 바람, 그리고 생명력은 매일 아침 되살아나는 것만 같다. 그 모든 것이 남아프리카에 남아 손짓한다. 아프리카에 가야 할 때는 지금이라고.

워커 베이(Walker Bay)의 레스토랑에서는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와 고래를 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코겔베르그 생물권 보호구역에 위치한 아프리칸 프라이드 아라벨라 호텔 앤 스파.

케이프타운은 남아공을 대표하는 와인 산지다.

아프리칸 프라이드 아라벨라 호텔 앤 스파에서 남아공의 식물 핀보스를 비롯해 아프리카 허브와 히드를 만날 수 있다.

EXACTLY LIKE NOTHING ELSE!

우리나라에서는 라이즈 호텔로 이름을 알린 오토그래프 컬렉션 호텔은 메리어트 그룹의 가장 매력적인 브랜드 중 하나다. ‘Exactly Like Nothing Else’라는 슬로건처럼 호텔 특유의 개성을 한껏 살린 것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세계 곳곳의 오토그래프 컬렉션 호텔 중 같은 것은 없고, 남아공에서 머문 세 곳의 호텔은 제각기 역사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며 여행자들의 아프리카 여행의 친구가 되어주었다. 특히 남아공은 위험 지역이 있으므로 각 호텔이 제공하는 메리어트 본보이 투어 &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할 것. 프로그램을 예약하면 본보이 포인트도 적립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웹사이트에서. www.marriott.co.kr 

African Pride Irene Country Lodge
Nellmapius Dr, Irene, Pretoria, 0062, South Africa +27 12 667 6464

African Pride Melrose Arch
1 Melrose St, Melrose, Johannesburg, 2196, South Africa +27 11 214 6666

African Pride Arabella Hotel & Spa
Arabella Country Estate, R44, Kleinmond, Hermanus, 7195, South Africa+27 28 284 0000 

보랏빛 벚꽃 자카란다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고래는 허머너스의 상징과도 같다.

아라벨라 리조트에서 준비한 스낵. 육포인 빌통은 남아공의 명물이다.

독특한 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코겔베르그 보호 구역.

    에디터
    허윤선
    포토그래퍼
    HUR YOON SUN, COURTESY OF AFRICAN PRIDE IRENE COUNTRY LODGE, AFRICAN PRIDE MELROSE ARCH, AFRICAN PRIDE ARABELLA HOTEL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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