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성수

성수동은 자주 가도 도통 질리지 않는다. 서울숲을 낀 이 아름다운 동네는 매일 변화하고 있으니까.

홍기웅의 전시가 진행 중인 지하 1층 아카이브.

디자이너 브랜드의 가구를 실제로 구매할 수 있다.

시그니처 메뉴인 카페토닉과 스콘.

지금 가장 감각적인 <카페 포제>

크리에이티브 그룹 ‘포지티브 제로’가 지난해 오픈한 카페 포제는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층별로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복합문화예술 공간이다. 특히 올해는 독일의 예술 교육기관인 바우하우스 설립 100주년을 맞으며 그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난 이곳을 찾는 이들이 더욱 늘었다. 곳곳에 배치된 빈티지 포스터, 디자이너 가구는 모두 실제로 구입할 수 있으니 갤러리 겸 편집숍이기도 하다. 단, 가격표를 보고 낙담할 수도 있다. 지하 1층에서 진행 중인 사진작가 홍기웅의 전시는 12월 초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역동적인 스포츠 경기장을 새롭게 재해석한 전시로 색감과 구도가 인상적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기념비적인 디자이너들의 기록부터 지금 활동 중인 작가의 작품까지, 카페 포제에서는 예술의 어제와 오늘이 맞닿아 있다.
주소 서울 성동구 연무장9길 7 문의 070-8830-5994

사각테이블이 인상적인 내부.

태국의 맛이 느껴지는 팟타이와 자몽샐러드.

태국의 맛과 향 <레몬그라스>

레몬그라스는 태국의 대표적 향신료로 태국 현지의 맛과 향을 충실하게 선물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상호다. 실제로 다양한 식자재와 이국적인 나무그릇, 곳곳의 소품까지 태국에서 직접 공수해온 것들이다. 대표 메뉴는 팟타이로 MSG를 사용하지 않아 담백하면서도 특유의 감칠맛이 뛰어나다.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 노란 에그랩과 초록빛 대나무잎, 나무그릇의 조화는 먹기 전부터 이미 눈으로도 맛있다. 태국의 향을 잘 살린 자몽샐러드도 빼놓을 수 없다. 자몽과 다양한 허브를 새콤달콤한 타마린드 드레싱에 버무렸다. 설탕 대신 팜 슈가와 코코넛 슈가를 사용해 이국적이면서도 기분 좋은 단맛을 낸다.
주소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41-26 문의 010-4459-7022

1층에서 이용할 수 있는 좌식 자리와 디저트 한 상.

좌식 자리에서는 작은 정원이 내다보인다.

이유 있는 인스타그래머블 <카페코튼>

편안한 좌식 자리와 소담한 디저트 한 상, 창 너머의 작은 정원까지. 가오픈 기간에도 ‘카페 투어’의 명소가 된 카페코튼은 그야말로 인증샷을 부르는 공간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신선한 베이커리다. 마들렌, 스콘, 타르트 등 다양한 빵을 매장에서 직접 구워낸다. 계절 메뉴지만 큰 인기를 끈 무화과 타르트는 위에 올린 큼지막한 과일과 진한 크림치즈 맛이 잘 어우러진다. 함께할 음료로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피스타치오 크림라테를 추천한다. 묵직하면서도 달콤한 피스타치오 크림, 커피, 연유가 들어간 우유가 층층이 쌓여 나오는데 아인슈페너를 먹을 때처럼 섞지 말고 그대로 먹어야 제맛이다. 샌프란시스코의 3대 카페 중 한 곳인 사이트글라스 커피의 원두를 사용해 커피맛도 실망시키지 않는다.
주소 서울 성동구 동일로 139 문의 @kafe_kotton

작은 문구 하나에도 섬세한 큐레이션 멘트가 달려 있다.

여러 필기구를 진열해둔 진열장.

누군가에게 선물하고픈 문구로 가득한 진열대.

아름다운 문구의 섬 <포인트오브뷰>

누군가에게 문구는 쓰고 버리는 소모품 이상의, 특별하고 아름다운 도구의 의미를 갖는다. 복합문화공간 오르에르 2층에 위치한 포인트오브뷰는 그런 누군가를 위해, 그 누군가의 관점으로 가치 있는 문구를 모아 큐레이션을 제공한다. 이 공간에서 정의하는 문구는 ‘지식 혹은 이야기를 가공하는 가장 원초적인 도구’이다. 작은 클립 하나일지라도 어떤 역사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 성실하게 기록한 큐레이션 메모가 함께 놓여 있다. 필기구는 물론 아주 오래된 종이, 영롱한 빛깔의 문진, 다른 서점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편집물, 영감을 가져다주는 오브제까지 하나하나 들여다볼수록 누군가의 귀한 수집품을 전시해놓은 공간처럼 느껴진다. 이곳에서는 계획에 없던 소비조차 아깝지 않을 것이다.
주소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18 2층 문의 02-467-0018

주인장의 감각이 돋보이는 내부공간.

치즈와 와인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오프라인 쇼룸.

여러 종류의 치즈가 포함된 플레이트와 부라타.

치즈도 큐레이팅 시대 <유어 네이키드 치즈>

온라인숍으로 시작해 성수동에 오프라인 쇼룸을 열게 된 치즈 편집숍이다. 구입처가 마땅치 않아서, 또는 한꺼번에 많은 양을 사기가 부담스러워 구입을 망설였던 치즈팬에게는 최고의 놀이터다. ‘유네치’는 치즈를 단순히 수입, 유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큐레이팅하며 치즈에 대한 정보와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레시피를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치즈를 잘 알지 못하는 입문자도 걱정할 필요 없다. 치즈의 농도와 향에 따라 난이도별로, 어울리는 음식에 따라 용도별로 카테고리가 나누어져 있기 때문. 섬세함과 센스는 쇼룸 공간에도 오롯하다. 톡톡 튀는 색감과 전시관을 방불케 하는 인테리어는 모두 주인장의 솜씨다. 요즘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치즈 플레이트 배달 서비스로 엄선한 치즈 6~8가지와 올리브, 제철과일 등의 알찬 구성이다. 한남동, 강남 등 생각보다 넓은 구역까지 배달해 홈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주소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1길 10 문의 070-8860-0166

큰 창이 매력적인 매장 내부.

인기메뉴인 아보카도 튀김과 내추럴 와인.

맛집에서 와인바로, <쓰리오브어스>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큰 창이 아름다운 공간을 발견할 수 있다. 내추럴 와인을 좋아한다면 발길을 돌리지 말 것. 본래 성수동 맛집으로 유명했던 쓰리오브어스가 내부 확장 공사 후 내추럴 와인바로 탈바꿈했다. 더이상 런치 영업을 하지 않아 아쉬울 수 있지만 그만큼 와인과 그에 어울리는 음식에 집중하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고. 보틀 대신 잔으로도 주문할 수 있는데 레드, 화이트별로 두세 가지가 마련되어 있다. 주인장의 취향에 따라 엄선한 리스트로 시기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오픈 때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메뉴는 메이플 시럽을 뿌린 아보카도 튀김. 아보카도에 얇은 튀김옷을 입혀 녹진한 맛과 바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함께 제공하는 살사마요네즈 소스는 자칫 느끼할 수 있는 튀김의 맛을 깔끔하게 잡아준다. 상큼한 과실의 맛이 살아 있는 내추럴 와인을 한 모금, 달콤한 아보카도를 한입, 번갈아가며 먹다 보면 성수동의 밤이 짧게만 느껴진다.
주소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41-18 문의 02-461-1233

다식이 함께 구성된 ‘이달의 잎차’.

서울숲을 마주 보고 있어 녹음이 가득하다.

단아한 형태의 다기를 구매할 수도 있다.

푸르른 휴식공간 <맛차차>

성수동 골목 끝자락, 고요하면서도 단정한 공간에서 향긋한 내음이 피어오른다. 서울숲과 마주 보며 난 창에는 햇볕과 녹음이 가득해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평온해진다. 이곳에서는 티코스와 다양한 클래스를 통해 차를 마시거나 구입하는 행위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있다. 국내산 잎차로 우려낸 두 가지의 차와 다식, 디저트까지 구성된 티코스는 바 자리에서 진행된다. 차를 우려내는 정성스러운 손길을 바라보며, 조금씩 깊어지는 향을 느끼는 모든 과정이 티코스에 포함된 휴식의 시간이다. 클래스는 차문화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티 클래스, 요가와 명상 후 차를 마시는 요가 클래스 등 때에 따라 다른 수업이 진행된다. 날씨가 좋은 계절에는 야외에서 진행되는 클래스도 있다고 하니 SNS에 올라오는 공지를 놓치지 않는다면 스스로에게 평화로운 하루를 선물할 수 있다.
주소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18-11 문의 010-9719-8707

빈티지 감성이 느껴지는 내부.

인기메뉴로 자리매김한 토마토 카츠카레와 아보카도 키미카레.

끊임없이 연구하는 <카린지>

지난 7월, 오픈하자마자 입소문이 자자했던 카레 전문점이다. 일본식 카레 전문점이 체인 형태로 활성화되고 작은 식당의 맛까지도 상향 평준화된 시대에 카린지의 웨이팅 리스트가 길어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저 맛있으니까. 다만 특이한 점이 있다면 돈카츠도 카레도 아닌 카츠카레 전문점으로 시작했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역시 돈카츠의 바삭함으로 비결은 두 가지 빵가루를 상호 보완하며 사용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경쾌한 식감을 유지하는 돈카츠를 만들기 위해 매일 고민한다고 한다. 닭육수 베이스로 끓인 토마토 카레에 멘치카츠와 로스카츠를 올린 토마토 카츠카레는 꾸준한 인기 메뉴다. 또 다른 유명 메뉴는 아보카도키마카레. 키마카레는 라구, 간짜장처럼 다진 고기와 야채를 함께 볶아낸 드라이카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어 볶는 과정에서 고추를 더해 고기의 풍미와 매콤함이 입안을 에워싼다. 아보카도와 노른자를 곁들이면 고소하면서도 매운맛이 조화를 이룬다. 다 섞지 말고 한번에 조심스레 떠서 먹는 것이 포인트. 최근엔 국내에 10대만 있다는 하이볼 기계도 들여왔다고 하니 시도해보지 않을 수 없다.
주소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4길 10-3 문의 02-462-8486

    에디터
    정지원
    포토그래퍼
    OH EUN 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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