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담은
가장 깊고 새로운 아름다움은 자연 안에 있다.
도쿄 앵무새
누구도 몰랐겠지만, 도쿄 도심에는 야생 앵무새가 산다. 인도와 스리랑카가 원산지인 인디언 링넥 앵무새는 1960~1970년대 애완조로 팔려 바다 건너 도쿄까지 왔다. 앵무새 키우기 유행이 지나자 서서히 집 밖으로 내쫓긴 새들은 도쿄 도심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은 채 번식하며 야생성을 터득했다. 사진가 요시노리 미즈타니는 처음 전신주나 은행나무에 자리 잡은 휘황찬란한 앵무새 무리를 목격하고 괴상한 충격에 빠졌지만, 이내 그 초현실적인 풍경과 컬러에 반해 도쿄 앵무새를 찍기 시작한다. 그의 앵무새 사진은 선명하고 강렬하기만 할 뿐, 버려진 앵무새의 사연을 동정하진 않는다. 요시노리 미즈타니에게 도시는 그런 곳이다.
나무의 초상
이명호는 나무를 찍는다. 그의 피사체로 간택되는 나무는 정이품송처럼 귀족적이거나 영겁의 시간 내내 한자리를 지킨 대단한 아름드리나무가 아니다. 그는 어느 들판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흔한 나무에 눈길을 둔다. 작가의 마음을 흔든 나무 뒤편에 두 대의 크레인을 이용해 새하얀 캔버스 천을 드리운다. 그 순간 특색 없이 서 있던 들판의 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닌 하나의 거대한 아름다운 오브제로 다시 태어난다. 우리는 그제야 비로소 나무 그 자체의 얼굴을 찬찬히 살핀다. 이명호가 찍은 나무에서 가장 중요한 본질은 그 이면이지, 피사체 자체의 외형이 아니다. 그는 자연 속에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는 본질이 있다고 믿는 사진가다.
선인장의 감정
정인혜는 선인장을 그린다. 지나치게 사실적이지도, 그렇다고 표현적이지도 않은 그의 초록색은 자연의 것보다 한 톤 다운된 채, 말하자면 어떤 경계에 걸쳐 있다. 평소 식물과 자연, 환경, 생명에 관심이 있기도 했지만 많고 많은 식물 중 날카로운 가시로 위장한 선인장을 그리겠다고 마음먹은 건 특유의 묵직함과 단단함, 쉽게 변하지 않는 듬직함 때문이다. 그건 마치 유화가 가진 독특하고 투박한 마티에르와도 닮았다. 정인혜가 그린 선인장 그림에서 주목해야 할 건 화면의 구성과 색채다. 작가는 유난한 왜곡과 변주 대신 최대한 자연스러운 장면을 구성한 다음 그곳에 감정을 불어넣는다. 정인혜는 제아무리 아름다운 자연의 그림이라도 실제 자연이 내뿜는 힘을 이길 순 없다고 믿는다.
새 도감 굿즈
참새잡화는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작은 잡화점이다. 그들은 헌책방에서 펼친 낡은 새도감 속 많고도 많은 다양한 새의 모습이 귀엽고 예뻐 보였다. 예쁘면 다인가, 예쁘면 갖고 싶은 법이다. ‘새 도감 뱃지’ 시리즈는 국내에서 탐조 활동을 하면서 만날 수 있는 여섯 종류의 새를 골랐다. 되도록 귀엽고 예쁜 것들로. 까악까악 우는 큰부리까마귀, 도시의 시끄러운 수다쟁이 직박구리, 표로롱 표로롱 빠르게 나는 박새, 강남 가서 돌아오지 않는 제비, 귀한 손님을 몰고 온다는 까치, 여럿이 모여 웅성대는 붉은 머리 오목눈이까지. ‘새 도감 뱃지’는 자연과 도시에 관한 무거운 사명감이나 미학적 성취 대신 단지 귀엽고 사랑스러움에 온통 초점을 맞췄다. 모든 거대한 변화는 대부분 이렇게나 소소하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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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최지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