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돕는 다운시프트 라이프
한 템포 속도를 줄이고 여유 있는 삶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다운시프트 라이프를 실천하며, 소박한 삶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이들의 얘기에 귀 기울여 볼 것.
다운시프트란?
다운시프트(Downshift)의 사전적 의미는 자동차를 운전할 때 저단 기어로 변속해 속도를 줄인다는 뜻으로, 경쟁이나 바쁜 라이프스타일에서 벗어나 보다 여유롭고 만족스러운 삶을 추구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동차 운전을 할 때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고 싶은 마음에 가속 페달을 밟지만, 빨리 도착해봐야 좋을 게 없다면 속도를 내고픈 마음이 사라질 것이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다. 가속 페달을 밟듯 바쁘게 살아가지만 진정한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없다면 회의가 느껴지기 마련이다. 경제적인 보상으로 위안을 삼는 것도 잠깐일 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헛헛함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다운시프트는 근무 시간과 고소득을 포기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느긋하게 즐기며 사는 것이 트렌드로 떠오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는 질 높은 삶을 추구하는 웰빙이나 자연친화적이고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킨포크 라이프,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욜로, 혹은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는 클린 라이프와도 맞닿아 있다. 다운시프트 라이프가 가장 열렬하게 환영받는 국가는 유럽에서도 업무가 팍팍하기로 소문난 영국이다. 북유럽 국가의 평균 노동시간은 주 28~33시간, 독일이 주 35시간인 데 비해 영국은 법정 근로시간이 주 48시간으로, 노사 합의에 따라 주 60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12시에 침대로 들어가는 삶이 지긋지긋하게 여겨지고 과도한 업무 시간 때문에 건강을 해친다는 의견이 늘어나면서, 경제적으로 조금 덜 풍족하더라도 인생의 행복이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 것.
핵심은 자발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이고 동시에 임금과 연계된 활동과 수입 수준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 데 있다. 수입과 맞바꾼 시간으로 신체와 정신의 건강을 찾고, 창조적이고 의미 있는 사회 활동 비중을 늘리고자 하는 것. 팍팍한 도심에서 벗어나 전원으로 집을 옮기는 이도 많다. 최근 한국에서도 ‘제주 한 달 살기’ ‘발리 한 달 살기’처럼 여행지에서 일정 기간 동안 머물며 삶 자체를 만끽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만큼 소박하고 여유로운 전원 생활을 동경하는 이가 많다는 것의 반증일 터. 다운시프트는 미니멀 라이프와도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많은 물건을 소유할수록 그 물건들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가구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수시로 닦아줘야 하고, 짐이 너저분해 보이지 않도록 정리하는 것처럼. 다양한 물건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데 소비하는 시간을 온전히 나에게 쓰고, 이는 높은 삶의 질로 이어진다. 플라스틱 가방이나 일회용 수저 같은 물건을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고 포기하면 더 큰 만족감과 깨끗한 환경으로 돌아오게 된다. 미니멀리스트이자 <아이와 같이 삽니다>의 저자 최영지는 그저 그런 물건 열 개를 가지는 것보다, 정말 원하는 것 한 가지를 손에 넣었을 때 얻는 기쁨이 훨씬 크다고 말한다. 물질적인 것보다 개인의 삶과 취미생활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다운시프트가 어렵다고? 2주에 한 번씩 쇼윈도를 바꾸는 패스트 패션 대신 시즌과 상관없이 두고두고 입을 수 있는 좋은 옷을 한 벌 사고, 샴푸 대신 얼굴은 물론 몸에도 두루 쓸 수 있는 비누를 사용하거나, 비닐백 대신 천 가방을 챙겨 장을 보는 등 작은 것부터 시작해볼 것. 삶의 속도를 한 템포 늦추는 것만으로 삶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민 지 | 미술관련직, 블로거 @ nana.ming
[ 친환경 소비를 지향하는 에코프렌들리 라이프 ]
1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미니멀리스트+에코프렌들리? 삶의 방향성을 설정한 지는 꽤 되었지만, 미니멀리스트로 살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도 어떤 물건을 살 때 환경 친화적인 것인지는 꼭 따져보는 편이다.
2 미니멀리스트가 된 계기가 있다면?
우연한 기회로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연설을 본 적이 있는데, “우리는 이미 환경문제와 관련된 모든 사실과 해결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변화하고 행동하는 것뿐입니다”라고 하더라. 결혼을 하고 내 공간을 갖게 되면서 다양한 물건을 구매하는 데 재미를 느꼈는데, 매일 조금씩 집에 쌓여가는 플라스틱을 보니 어느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후로는 플라스틱과 비닐 사용을 줄이고, 스테인리스 빨대를 사용하는 등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3 지금의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면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내가 예민하게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괜히 눈치 보일 때가 많았다. 특히 ‘이런 거대한 사회에서 작은 존재일 뿐인 내가 어떤 행동을 한다고 해서 과연 바뀌는 게 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었을 정도다. 하지만 어느새 물질적인 욕심을 비워내니 자연스럽게 내면적인 부분을 채우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고, 책을 읽으며 차 마시는 일이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4 하루 일상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주로 집을 꾸미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다. 생활 반경이 주로 집과 회사, 두 군데서 이뤄지다 보니 집이라는 공간이 굉장히 중요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공간 활용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고, 심미적인 부분을 신경 쓰기도 한다.
5 가장 애착이 가는 아이템이 있다면 무엇인가?
미니멀리스트라고 해서 무언가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편인데, 특히 미술을 처음 시작한 중3 때 구입한 나무 이젤은 학창 시절의 추억이 담겨 있어서 지금까지 소중하게 간직하는 아이템이다.
박 재 은 | 렌트하우스 ‘집의 기록’ 대표 @ bonbon_at_home
[ 동물들과 함께하는 제주 라이프 ]
1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네 마리의 강아지와 공주 같은 고양이와 함께 즐기는 제주 라이프.
2 제주에 오게 된 계기는?
늘 제주를 좋아했지만 세 마리의 강아지 때문에 집을 오래 비우기가 힘들어 혼자 당일치기로 여행을 오곤 했다. 그러다 용기를 내 강아지들과 함께 제주 한 달 살이에 도전했는데, 매일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나가니 강아지들이 너무 행복해하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2018년 봄 아예 이사를 감행했다.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작은 집을 지어 렌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직접 만드는 디저트와 평소 좋아하던 소품을 판매하는 숍도 준비하면서 제주에 정착하게 됐다.
3 지금의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면서 달라진 점은?
제주에 살다 보니 ‘에코 프렌들리’까지는 아니지만 자연스레 환경에 신경 쓰게 되었다. 쓰레기를 줄이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 그리고 이곳에 와보니 집 없이 돌아다니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되었고, 제주에 온 지 1년도 되지 않아 쓰레기 더미에 버려져 있던 갓난강아지 ‘마리’와 하반신이 다친 채로 길에서 죽어가던 고양이 ‘미미’를 입양해 무려 동물가족이 다섯으로 늘었다. 늘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다 보니 집을 오래 비울 수 없고, 그토록 좋아하던 여행은 아예 포기하게 됐지만 기쁨과 행복이 훨씬 크다. 아이들이 주는 사랑 덕분에 삶이 훨씬 밝아졌다고 할까.
4 제주의 일상은 어떠한지?
매일 아침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운영 중인 렌트하우스를 청소하고, 새로 오픈 예정인 베이킹&소품숍 준비 때문에 하루가 바쁘게 흘러간다. 서울에 있을 때는 트렌드에 민감하게 굴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집착하며 살았는데, 이곳에 오니 일상이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일들로 채워지는 중이다.
5 가장 소중한 물건이 있다면 무엇?
손때 묻은 바이올린! 지금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원래의 직업은 바이올리니스트였다. 제주에 오기 전까지는 매일 연주해오던 동반자 같은 바이올린이 가장 소중한 보물이다.
김 지 혜 | 주부, 미니멀리스트 @humming.b
[ 최소한의 물건에서 힐링을 얻는 미니멀리스트 ]
1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물건을 줄이는 일이 아닌 소유에 대한 고민과 스스로의 가치관을 찾는 미니멀 라이프.
2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게 된 계기는?
제주로 이사를 가게 되었을 때 한라산 전망에 반해 아주 작은 원룸을 덜컥 계약했다. 육지로 올라와 막상 짐을 싸려니 가져갈 수 있는 짐은 주방 살림과 옷이 전부라는 것을 깨달았고, 크고 무거운 가구는 들일 때는 누군가 도움을 주지만 버리는 일은 온전히 내 몫이라는 걸 알게 됐다. 가구를 버리며 다시는 감당 안 되는 크기의 가구나 짐은 들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짐을 줄였는데도 어느 순간 옷장에 옷을 걸거나 꺼내는 일이 갑갑하게 느껴졌다. 옷장에는 언제 샀는지조차 기억할 수 없는 옷과 손이 가지 않는 옷, 유행이 지난 옷 등 온갖 이유로 처박아둔 옷이 빼곡했다. 그것들을 정리하면서 얼마나 한심하고 마음이 복잡했는지, 그 이후로는 사계절 옷은 스무 벌 정도로, 제주에서는 두꺼운 외투도 없이 열다섯 벌 정도로 유지했다. 다시 육지로 돌아오니 날씨가 너무 추워 두꺼운 외투 한 벌과 상하의를 장만한 정도.
3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고, 삶의 기준이 남이 아닌 내가 됐다는 점. 15년 정도 입은 셔츠가 여전히 너무 좋아서 옷이 낡아가는 것이 속상하고, 그 옷을 입을 때마다 입고 갔던 곳의 추억이 떠오르니 내게는 좋은 옷이다. 지금 내게 남은 물건들은 단순히 짐이 아니라 내 삶을 만족시키는 요소들이다. 샴푸, 린스, 트리트먼트, 보디워시, 클렌징 오일과 폼, 스크럽까지 꼼꼼히 쓰던 내가 비누와 샴푸만으로 생활하는 과정과 노력은 스스로에게 자부심이 됐다.
4 미니멀리스트의 일상은 어떠한가?
최소한의 식사를 위해 하루 한 끼 식사를 실천하는데, 그러다 보니 요리를 좋아하지 않아도 그 한 끼를 위해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공들여 요리하게 됐다. 조리법도, 양념도 최소한으로 한 한 접시 식사지만 내게는 모든 순간이 힐링이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버릴 수 없는 애장품이 있다면?
애장품이라기보다는 절대 버릴 수 없는 박스가 두 개 있다. 남편과 5년 동안 연애하면서 주고받은 편지와 선물, 결혼 후 12년 동안 여행 다니며 찍은 필름과 사진이 담긴 박스인데, 참 무겁고 열어볼 일이 없어 내 기준으로는 정리해야 할 물건인데도 절대 버릴 수가 없었다. 제주에서 육지로 올 때 이삿짐이 총 15박스였고, 이사 비용이 16만원이었던 살림을 소유한 내게 두 박스는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최 영 지 | <아이와 같이 삽니다> 저자 @radiosonyon
[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리얼 다운시프트 라이프 ]
1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한마디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많은 짐을 줄이고, 불필요한 쇼핑을 줄이고,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로 가고 있다. 또, 물질적인 것보다 개인의 삶과 취미생활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다운시프트 라이프’를 추구한다.
2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게 된 계기는?
어느 날 내 블로그를 본 누군가가 내게 제로웨이스트의 생활을 한다고 평가했다. 그땐 그 단어조차 생소해서 무슨 뜻인지도 몰랐었는데, 관련 도서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나의 인생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환경은 혼자만 알아야 할 문제가 아니라 다 함께 실천하고 헤쳐나가야 하는 문제였던 거다. 그 이후로는 내가 별 생각 없이 사용하는 플라스틱과 재활용도 되지 않는 일회용품이 언젠가는 내게 돌아온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3 달라진 점이 있다면?
소극적이었던 내가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에 대해 친구들과 타인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물론 거절을 일상화해야 한다는 단점은 있다. 화장품을 살 때 샘플을 거절해야 하고, 백화점에서 종이가방을 거절하고, 커피를 마실 때도 종이컵을 거절해야 한다. 목이 마른데도 플라스틱 병에 든 생수를 쉽게 사 마시지 못하는 등 다소 불편하고 피곤한 삶을 살아야 한다. 유별난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 늘 마음이 무겁지만 기회가 생길 때마다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것에 사명감을 느낀다.
4 하루 일상은 어떠한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 혼자 글을 쓴다든지 휴식을 취하고, 아이가 돌아오면 힘을 다해 놀아주는 전형적인 아이 엄마의 일상으로 채워진다. 그러면서도 항상 어떻게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지 생각한다. 유치원에서 나눠주는 미술놀이 플라스틱 같은 것들을 버려야 할지, 보관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도 나의 일상이다.
5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은 무엇인가?
밑은 라탄으로 성글게 짜여 있고 핸들 부분은 천으로 된 독특한 구조의 무뉴(Munm)라는 브랜드의 가방을 좋아했는데, 아이를 임신했을 무렵 여행지에 가지고 갔다가 여권과 함께 분실했다. 다른 라탄 가방을 봐도 좀처럼 마음이 가지 않던 차에, 우연한 기회에 똑같은 것을 다시 구입하게 되었다. 아무리 잃어버렸어도 같은 가방을 두 번씩 사지 않는 성격인데, 그만큼 나에겐 가장 애착이 가고 좋아하는 물건이다. 따뜻한 계절이 되면 꺼내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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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양보람(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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