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

인간에 의한 환경 문제는 계속되고 있지만, 작은 관심들이 모인다면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주명진 | 투포투마켓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좋은 제품보다는, 꼭 필요하고 갖고 싶은 제품을 널리 알리고 싶다.”

현대 사회에서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같은 소비를 하더라도 환경에 덜 해를 끼치는 제품을 사용한다면 우리가 만든 결과물이 심각한 환경 문제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진 않을 것이다.

이 같은 생각으로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투포투마켓을 운영하게 된 주명진 대표는 버려지는 플라스틱, 쌓여가는 탄소 발자국 등을 줄이는 지속가능한 제품의 확산을 위해 힘쓰고 있다. 친환경, 리사이클, 업사이클, 천연, 비건 등 윤리적 키워드에 집중하는 제품만 선별해 판매하고 있으며 ‘지속가능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브랜드인가’가 주된 입점 기준이다. 그렇다고 거창한 것은 아니다. 자투리 천으로 만든 장바구니, 파우치, 대나무 칫솔, 천연 샴푸바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바꿔나갈 수 있는 것들만 모았다.

“최근에는 좀 더 적극적인 활동을 위해 ‘I was Plastic’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에코플리스 버킷백’을 출시했어요. 페트병 리사이클 원사로 만들어진 가방인데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많은 호응을 얻었죠. 대개 ‘친환경’, ‘에코’라고 하면 대중적이지 않고 못생긴 제품을 떠올리는데, 이런 지속가능한 요소는 사람들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제품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좋은 액세서리가 아니라 꼭 갖고 싶은 아이템이 되어야죠.” 주명진 대표의 말이다.

이 외에도 투포투마켓은 제품의 자재 구입, 제조도 모두 국내에서 해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하려 노력한다. 수익금의 일부로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필리핀의 아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직접 배송하는 제품들에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고 종이 포장재, 종이 테이프 등을 이용하고 있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러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오래전부터 해결책을 찾으려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먼 얘기로 들리는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의 인식과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켜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어요. 아직 다양성이 부족한 친환경 시장에서 더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지속가능 제품을 만들어야죠.”

에린 크레이그 | 3디그리즈

“많은 회사가 재생 에너지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3디그리즈는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대체 에너지 개발 업체다. “대용량 전기를 사용하는 대기업 회사는 물론 최근에는 소규모 숍까지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요.” 3디그리즈의 부사장 에린 크레이그는 태양열 패널의 가격이 많이 저렴해지는 등의 이유로 재생 에너지 사용이 대중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기업이 에너지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것. “이제는 많은 기업들이 비즈니스의 성공 요건으로 이윤도 중요하지만, ‘사회 및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가’도 중요하다고 의식하게 된 거죠.”

모니크 시몬즈 | 큐 왕립식물원

“건강하고 올바른 방식으로 식물 성분을 택해야 한다.”

우린 건강과 환경을 생각해 채식을 택하도록 권유받는다. 같은 의미로 화장품 역시 식물 성분을 사용한 것이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식물들이 올바른 곳에서 왔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 큐 왕립식물원은 바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런던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세계적인 식물의 진원지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수세기에 걸쳐 멸종 위기 식물의 유전자를 수집했다. 큐 왕립식물원의 과학부 국장인 모니크 시몬즈는 그녀의 일생 대부분을 식물 화학 연구에 쏟아왔다고. 이를 통해 얻어진 그녀의 소중한 연구 결과는 환경보호론자와 화장품 회사에게도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되어주고 있다. 최근엔 모발을 매끄럽게 만들어주는 항산화 성분인 히스티딘 등에 대한 연구도 이뤄졌다. “히스티딘은 일부 식물의 뿌리에서 극히 소량만 추출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책임감 있는 경작이 필요해요.”

이어 진정한 원동력은 소비자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제품 성분의 원천지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너무 이국적이고 희귀한 식물 성분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브랜드의 마케팅을 경계하는 등 우리가 직접 나서 기업의 활동을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란디 굿맨 | 테라사이클

“모든 것은 재활용될 수 있다.” 

재활용을 하려고 해도 재료가 혼합된 제품은 난감하다. 플라스틱과 메탈 코일로 이뤄진 로션 펌프 같은 폐기물은 수거하고 분류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환경 스타트업 기업인 테라사이클은 이처럼 재활용이 번거로운 제품을 재활용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분류함에 넣기 어려운 헌 칫솔이나 담배꽁초, 사탕 포장지 등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물건을 수거해 올바르게 재활용하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리배출을 통해 집 앞에서 수집하는 페트병, 알루미늄 캔만이 재활용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모든 것이 재활용될 수 있어요. 단지 어떻게 분류하느냐의 문제에 달렸죠. 테라사이클 내에는 이러한 물품의 재활용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팀이 있습니다.” 테라사이클 글로벌 부사장 란디 굿맨의 설명이다.

테라사이클은 세 단계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기업에게 더욱 간편하게 재활용할 수 있는 포장재를 제공하는 것, 그들의 제품에 지속가능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고 다 쓴 제품을 리필해 사용할 수 있는 루프(Loop)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원데이 콘택트렌즈를 만드는 회사인 바슈롬과의 협업이 성공적인 사례. 분명 이 과정에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테라사이클에 가입한 기업들은 친환경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테라사이클은 소비자들에게도 무료 재활용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요. 누구나 폐기물을 모은 뒤, 테라사이클 사이트에 있는 무료배송 라벨을 다운로드해 우리에게 보내면 재활용이 가능하죠.”

브리안느 웨스트 | 에티크

“제품과 그 포장에 대해 현명해져야 한다.” 

생화학자 브리안느 웨스트는 화장품의 성분 대부분이 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러한 포뮬러 때문에 화장품은 플라스틱이나 유리병에 담기는 것이 일반적인데, 결국 이 패키지는 운송에서부터 폐기될 때까지 엄청난 탄소 발자국을 남긴다는 사실. 그렇다면 화장품을 패키지가 없는 바 타입으로 만든다면, 플라스틱이나 유리병을 덜 낭비하게 되지 않을까? “패키지 때문에 환경을 파괴하는 대표적인 제품이 샴푸나 컨디셔너예요. 샴푸의 60%, 그리고 컨디셔너의 90%는 물로 이뤄져 있거든요.” 웨스트는 이에 영감을 얻어 샴푸와 로션 등을 압축해 단단한 바(bar) 타입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뉴질랜드 브랜드 에티크를 론칭했고, 지난 2년간 믿을 수 없이 큰 성장을 보였다. “물론 사업의 목적은 수익성이죠. 하지만 화장품을 팔면서도 충분히 환경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박솔지 | 스윗솔

“자연을 위한 선택은 나를 위한 선택이다.” 

지금도 일부 화장품의 연구, 개발로 인해 무분별한 동물 학대가 이뤄지고 있으며 축산업을 통해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지구온난화를 부추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솔지는 이러한 환경 문제의 근절을 위해 비건 대중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조금씩, 천천히 해나가고 있다. “12년 전 호주에서 생활했을 때 환경이나 동물의 인권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환경 페스티벌에도 참가하며 차츰 의식이 변화했죠. 그렇게 10년 넘게 비건 식습관을 실천하다 보니 서서히 제 직업에도 비건이 자리 잡았어요. 비건 화장품만으로 메이크업하고 비건 쿠킹 스튜디오도 운영하게 됐죠.” 그녀는 화보, 광고 촬영 등의 메이크업을 맡았을 때도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 성분이 일절 들어 있지 않은 화장품을 사용한다. 때문에 예전에는 모든 제품을 해외 직구로 구입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비건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뷰티 브랜드들이 늘어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게 작은 행복이다. 여전히 비건 화장품의 색조 카테고리는 한정적이라 아쉬운 점이 있지만 말이다.

그녀의 쿠킹 스튜디오인 스윗솔 키친에서도 비건 대중화를 위한 행보는 계속된다. 비건 베이킹 및 비건 쿠킹 클래스를 직접 지도하면서 자연에서 온 순수한 재료가 얼마나 맛있고 풍부한 영양감을 갖췄는지 알리는 것. 채소와 곡물만으로도 멋진 메인 요리를 만들 수 있고, 계란과 버터 없이도 근사한 케이크를 완성할 수 있다.

“저는 거창한 환경운동가는 아니에요. 그저 제 자신에게 불편하지 않은 걸 선택한 것뿐이죠. 하지만 개인의 작은 실천과 노력이 크게 나아가 자연, 동물, 지구를 지킬 수 있다는 걸 느끼면서 확고함을 갖게 됐어요. 자연과 인간은 공존하는 존재잖아요. 자연을 위한 선택이 곧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이죠.”

    에디터
    황혜진 
    포토그래퍼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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