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빗과 젤만으로 가능? 올해도 웨트 헤어가 대세
올여름 웨트 헤어는 작은 디테일에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 물에서 건져 올린 것 같은 머리카락으로 보이지 않으려면 그 미묘한 차이를 잊지 말길!
봄여름 컬렉션을 위한 백스테이지에서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인 웨트 헤어. 올해 역시 예외는 없다. 랑방에서부터 에르마노 설비노, 베르사체, 지암바티스타 발리 등 다양한 브랜드가 쿨한 느낌이 물씬 나는 웨트 헤어를 런웨이 룩으로 선택했다.
일단 가장 기본적인 웨트 헤어 룩을 꼽자면 앤서니 터너가 디렉팅한 앤 드뮐미스터 컬렉션의 모델의 슬릭한 헤어스타일. 마치 자로 잰 듯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탄 앞가르마는 오롯이 꼬리빗과 젤만 이용해 완성했다. “5:5로 반듯하게 가르마를 탄 뒤 헤어젤을 바른 빗으로 두피에 머리카락을 붙인다는 느낌으로 매끈하게 빗어 내립니다.” 머리 윗부분은 슬릭하게 붙인 반면, 밑부분 헤어는 그대로 남겨두어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마르타 자쿠보우스키나 프라다 쇼의 모델들처럼 1:9 비율로 가르마의 방향만 바꿔줘도 색다른 느낌으로 변형이 가능하다. 이는 세련된 도시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일상생활에서 큰 기술 없이 쉽게 연출할 수 있는 스타일로 추천할 만하다.
얼굴 라인을 여실히 드러내야 하는 매끈하게 빗어 넘긴 헤어가 부담스럽다면, 텍스처를 더해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도 좋다. 마크 제이콥스 쇼에서는 모델들의 헤어 라인을 따라 잔머리로 높은음자리표를 만들 듯 빙글빙글 모양을 만들어 붙였는데, 마치 헤어 액세서리를 장식한 것 같은 효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반면 베르사체나 지암바티스타 발리 컬렉션 모델들은 런웨이에서 뛰쳐나와 바로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모습으로 무대 위에 섰다. “앞머리 몇 가닥을 얇게 꼬아 젤을 뭉치듯 발라줬는데, 마치 바람에 우연히 흩날린 듯한 앞머리도 실제로는 치밀하게 계산되어 연출된 거랍니다!” 헤어스타일리스트 귀도 팔라우의 말처럼 잔머리도 어떻게 빼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는 사실. 베르사체 쇼에서는 눈과 코까지 머리카락이 헝클어지듯 내려 강인한 느낌을 연출했다면, 지암바티스타 발리 모델의 이마에는 몇 가닥의 잔머리가 보다 얌전한 웨이브를 그리며 붙어 있는 모습으로 훨씬 여성스러운 무드를 자아냈다.
웨트 헤어라고 물에 빠진 생쥐처럼 찰싹 달라붙은 치렁치렁한 스타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아하게 말아 올린 헤어에도 촉촉하거나 반짝이는 질감을 더하면 훌륭한 웨트 헤어스타일링을 완성할 수 있다. 에르마노 설비노 쇼의 헤어를 맡은 시드 헤이스는 촉촉한 질감의 시뇽 업스타일에 구불구불한 핑거 웨이브를 더해 발레리나를 연상시키는 우아한 룩을 선보였다. 머리의 앞과 옆 부위의 머리카락을 구역구역 나눠서 일일이 손으로 웨이브 모양을 잡은 다음 스프레이를 잔뜩 뿌려 마치 플라스틱 같은 매끈한 질감으로 만들어 머리에 잘 붙여 마무리한 것이다. 웨트 헤어라고 무조건 볼륨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 하이더 아커만이나 끌로에, 보스 쇼의 모델들처럼 머리에 촉촉하게 젤을 바른 다음, 손으로 쥐고 펴며 텍스처를 만들거나, 원하는 형태감을 만들어 스프레이로 고정하면 풍성하면서도 입체적인 느낌의 웨트 헤어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웨트 헤어라고 투명한 젤을 사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이번 시즌 컬렉션에서는 해체되었다. 마르니 쇼에서는 젤 대신 화이트 페인트가 백스테이지에 등장한 것. 화이트 페인트를 이용해 마치 바람이 쓸고 지나간 듯한 형태감의 웨트 헤어를 완성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반면 모스키노와 아이스버그 쇼의 모델들은 글로시한 질감의 헤어에 컬러 페인트를 붓 터치가 느껴지도록 덧발라 재미를 주기도 했다.
올여름 평범한 헤어스타일이 지루해졌다면? 머리를 싹둑 자르거나, 손상된 머리에 펌을 하지 않아도 젤과 스프레이만 있으면 단번에 쿨한 느낌을 더해줄 웨트 헤어스타일링이 좋은 해결책이 되어줄 것이다. 무엇보다 디테일에 조금만 신경 쓴다면, 나에게 어울리는 색다른 웨트 헤어스타일링을 완성할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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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서혜원
- 포토그래퍼
- JAMES COCHR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