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장! 눈으로 가는 랜선 여행_당신이 모르는 프랑스, 프랑슈 콩테 [2]

브장송의 레스토랑.

브장송 마을의 집.

시계제조업자 필립 르부루.

또 다른 건축의 경이로움을 느끼고자 로마 시대부터 전략적 요충지였던 브장송(Besan on)으로 향했다. 메릴린이 브장송은 건축뿐 아니라 작고 섬세한 기술, 즉 시계 제조로도 유명하다는 것을 알려줬다. 그는 이어 시계 제조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필립 르부루를 소개시켜줬다. 우리는 그를 비롯해 로컬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시계가 어우러져 있는 아틀리에 부티크 ‘우티남’에서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많은 사람이 기계식 시계 산업의 메카로 스위스만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브장송은 수세기 전부터 나노 기술을 연구해왔으니까요.” 그의 말에서 자부심과 자신감이 묻어났다. 두강(Doubs River)이 완만한 구릉과 평지를 올가미처럼 에워싸고 있는 브장송의 독특한 지형은 과거의 요새에 이어 현재 삶의 터전이 되었다. 주변은 탁 트인 데 비해 구시가지는 오밀조밀해 대도시를 압축해놓은 듯 보였다. 집집마다의 현관 너머에는 작지만 아름다운 뜰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마을을 산책하며 이곳저곳의 뜰을 보기 위해 기웃거리기도 했는데 그중 어느 뜰도 서로 비슷하지 않았다. 역시 뤼미에르 형제가 태어난 고향답게 저마다 영화적인 특성이 뚜렷한, 개성적인 공간을 자랑하고 있었다.

브장송의 비스트로.

브장송 비스트로의 테이블 세팅.

높은 언덕 위의 ‘샤토샬롱(Chateau-Chalon)’은 브장송만큼이나 매력적인 도시로 꼽힌다. 누군가는 이곳을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할 정도다. 특히 샤토살롱의 와인은 최고로 여겨지는데 와인의 원료가 되는 사바냉(Savagnin) 포도를 재배하는 계단식 농원이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끝없이 펼쳐져 있다. 저녁 식사를 위해 호텔에서 몇 블록 아래에 있는 ‘로베르주 뒤 로크(L’Auberge du Roc)’라는 식당으로 향했다. 1년 중 특정 시기에만 가정식을 내는 식당으로 사용되는데 공간이 좁고 테이블은 여섯 개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살짝 광택이 도는 식탁보와 그물커튼, 이따금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주인 부부까지 친근하고 독특한 매력이 있다. 곧 각종 와인과 함께 풀레 드 브레스 요리와 사과 타르트 등이 테이블 위에 서빙되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주변 산책을 나섰다. 걸음 소리만 들릴 정도로 고요했고 계단식 포도밭과 너머의 계곡은 어둠에 잠겼지만 여전히 그곳에 부드럽게 펼쳐져 있다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브장송 시장의 복숭아.

브장송의 건축 디테일.

여행의 마지막 날 오후는 프랑슈 콩테의 작은 도시 ‘오르낭(Ornans)’에서 보냈다. 이곳을 방문하는 것은 계획에 없었지만 사실주의의 대가로 꼽히는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가 태어난 마을임을 알고 충동적으로 결정했다. 쿠르베는 시대의 낭만에서 벗어나 사실주의라는 다른 세상의 문을 두드린 예술가다. 틀을 깬 그의 그림 속 오르낭을 실제로 보고 싶었다. 루 계곡(Loue Valley)은 그저 사랑스럽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물, 돌, 푸르스름한 싱그러움은 강렬하게 전달하는 무언가가 있었고 150여 년 전 쿠르베가 그린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제 풍경을 마주한 뒤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다시 보는 것은 큰 특권이었다. 그의 그림은 기억에 남은 것보다도 밀도 있고 생생하며 정교했다. 나에게 쿠르베는 프랑슈 콩테의 가장 뛰어난 화가인 동시에 일생 동안 이곳의 전통과 관습에 애착을 보인 훌륭한 홍보대사다. 그의 작품 속 오르낭처럼 프랑슈 콩테의 곳곳은 찾을수록 빛나는 보물과도 같다. 다른 어떤 지역보다 찬사를 받을 만한 연극적인 웅장함과 아름다움이 절묘하게 공존한다.

오르낭의 집.

지낼 만한 곳

◊ 샤토 뒤 몽 졸리 Chateau Du Mont Joly
위층에 방이 있는 레스토랑 겸 호텔이다. 많은 칼로리를 소모한 여행 끝이라면 더더욱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가격 더블베드룸 약 14만원부터, 2인 디너 약 25만원부터. 
문의 chateaumontjoly.com

◊ 르 를레 데 아베스 Le Relais Des Abbesses
세련된 호텔 디자인에 질려 특이하고 매력적인 공간을 찾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아름다운 뷰는 덤.
가격 더블베드룸 
약 12만원부터. 문의 relais-des-abesses.fr

◊ 샤토 드 게르미그니 Chateau De Germigney
아름다운 정원, 샹들리에와 아치 천장,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호평이 자자하다. 탁자 위에는 식탁보가 깔려 있고 의자 또한 패브릭이기에 더욱 포근한 분위기다.
가격 더블베드룸 약 20만원부터. 2인 디너 약 23만원부터. 
문의 chateaudegermigney.com

◊ 호텔 르 소바주 Hotel Le Sauvage
브장송에 자리 잡고 있어 마을의 역사적이고 웅장한 배경을 둘러보기에 좋다.
가격 더블베드룸 
약 14만원부터. 문의 hotel-lesauvage.com

    에디터
    정지원
    포토그래퍼
    ANA LUI
    스티브 킹(Steve 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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