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 GOLFERS

2030이 이끄는 필드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하는 젊은 골프의류들.

이제 막 골프에 재미를 들린 소녀들을 위한 브랜드 피브비.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골프계는 지금보다 몇 배 도량이 좁고 너그럽지 못했다. 아무리 골프가 예의와 규칙을 중시하는 스포츠라고 해도 스타일 면만 따졌을 때 특히 편견이 가득했다. 예를 들어, 유명 특정 브랜드의 옷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트로 입어야 기가 죽지 않는다거나 여성 골퍼라면 반드시 실루엣이 드러나는 의상 또는 미니스커트에 반스타킹을 더해 각선미를 뽐내야 한다는 식이다. 과거에는 골프를 즐기는 이들의 평균 나이대가 높았고, 긴 역사를 지닌 몇몇 골프웨어만이 시장을 지배했으므로 가능했지만, 2030이 적극적으로 필드에 나서기 시작한 요즘에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2030이 필드로 유입된 경로는 다양한데 그중 하나는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며 자연친화적 액티비티가 필요한 것에 동의한 이들의 참여다.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방법 역시 많고도 많지만, 드넓은 초록 위에서 힘껏 때리고, 바람을 가르며 걷고, 맑은 공기 속에서 함께하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곳이 천국이구나 싶을 때가 있다. 물론 이것도 스코어가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 받쳐줄 때 이야기겠다. 각설하고, 2030이 즐기는 골프가 기존 세대와 가장 다른 점은 이들은 정말 레저를 위한 레저로서 골프를 즐긴다는 거다. 진정한 의미의 명랑골프. 경직된 태도가 누그러졌다는 것은 보다 캐주얼하고 개성 있는, 다채롭고 젊어진 골프복이 말해준다.

당신이 찾던 바로 그 골프복

변화의 바람은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일으키는 법. 태생적으로 남과 다른 스타일을 추구하고 선호하는 MZ 세대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골프 브랜드와 편집숍이 앞다투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먼저,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의 골프 전문 온라인 셀렉트숍 ‘더 카트 골프(The Cart Golf)’는 자체 제작 브랜드인 ‘더 카트(The Cart)’를 출시하고 대중과 만나기 시작했다. 요즘 대세인 스트리트 패션처럼 어디 힙해 보이는 골프웨어 없을까? 하다가 직접 만들게 되었다는 더 카트. 그린 & 화이트 컬러의 로고부터 기존 골프 브랜드의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탈피한 느낌인데, 그중 가장 주목받는 시그니처 로고 피케 셔츠와 쇼츠, 모자 등은 골프 클럽만 내려놓으면 당장 일상복으로 전환이 가능해 보인다. LF는 헤지스 골프 이후 11년 만에 그야말로 ‘젊음’을 상징하는 골프웨어 브랜드 ‘더블 플래그(Double Flags)’를 론칭했다. 마찬가지로 스트리트 캐주얼 감성을 가미한 더블 플래그는 2030 골퍼들의 취향에 맞춰 유쾌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특징이다. 레트로 무드의 블루, 오렌지 컬러 조합의 두 개 깃발을 시각화한 로고, 그중 하나는 시작을, 다른 하나는 목표, 지향, 결과의 뜻을 내포한다. 제품 구성도 맨투맨, 후드티 등 캐주얼 아이템에 골프웨어의 기능성과 디테일을 더해 완성했다. 그 어떤 브랜드보다 완전한 변화다. 바운더리스 골프라는 슬로건을 들으니, 골프웨어와 일상 룩의 경계, 남녀 디자인의 경계 등 기존 획일화된 골프웨어의 한계를 넘고자 하는 브랜드의 굳은 의지가 엿보인다. 또 2030이 특히 애정하는 유통채널인 무신사에 입점, 무신사를 이용하는 젊은 골퍼들의 빠른 흡수를 눈여겨보고 있다.

신생 기업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마이 컬러 이즈(My Color Is)’는 2017년 식품 수입을 기반으로 설립한 제이앤제이 인터내셔널 컴퍼니에서 첫선을 보이는 브랜드로, 감각적인 여성 골프 디자인을 선보이겠다는 포부 아래 2020 가을/겨울 첫 컬렉션을 소개한다. 라운드 횟수가 많지 않은 여성들이 복장 매너를 중시하는 기존 골프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일상에서도 즐길 수 있는 데일리 캐주얼 룩으로 포지셔닝하는 것이 목표다. 아마 시작하는 모든 젊은 골퍼들의 고민이 이것일 듯한데, 고급스러운 니트 집업이나 베스트 레이어드, 캔버스 가방 등이 훌륭한 조력자가 되어줄 것 같다. 역시 올해 론칭한 ‘피브비(Piv’vee)’는 영어로 ‘Positive(긍정적인)’와 ‘Lovee(사랑받는 사람)’의 합성어로 항상 긍정적인 애티튜드로 골프는 물론 자신의 삶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을 위해 만들었다. 웃는 얼굴 위에 피브비를 영문으로 새긴 로고도 긍정적인 아이덴티티를 전달하고자 한 것. 블루, 옐로, 그린 등 자연을 닮은 생동감 있는 컬러로 완성한 컬렉션은 특히 이제 막 골프에 재미를 느낀 소녀들을 위한 것인데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라운딩하며 재잘거리는 소녀들의 말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뿐 아니라, 신세계백화점은 젊은 여성 골퍼만의 니즈로 알토란처럼 채운 셀렉트숍 ‘에스타일골프(S.tyle Golf)’를 론칭했고, 무신사는 젊은 골프 브랜드를 빠르게 영입하며 골프를 독립적인 카테고리의 하나로 확장하고자 계획 중이다. 여러모로 젊은 골퍼들을 위한 저변이 확대되는 시기.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추워지기 전에 부지런히 필드에 나가 라운딩을 즐기는 것뿐이다. 자신에게 잘 맞는 새 브랜드의 옷을 입고. 남다른 내 스타일에 으쓱하기도 하면서.

    에디터
    김지은
    포토그래퍼
    SHUTTERSTOCK, COURTESY OF DOUBLE FLAGS, MY COLOR IS, PIV’VEE, THE C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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