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BODY IS A WONDERLAND
“세상의 모든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죠.” 독일 보훔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알리나 그로스(Alina Gross)의 작품은 여성 그대로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찬양한다. 소셜 미디어의 검열이 그녀의 작품 활동을 반대한들 이를 멈출 수 없어 보인다.
알리나 그로스가 최근 발표한 프로젝트 <Follow the White Rabbit>에 관한 인터뷰를 요청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5000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그녀의 계정(@alina.gross)이 삭제된 것이다. 르네상스, 포스터모더니즘 시대에서조차 그림의 소재가 되었던 ‘누드’이지만 미디어 검열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미적이고 관능적인 여성의 몸에 대한 찬가는 이젠 알리나의 개인 웹사이트에서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다양한 형태와 색상의 신체, 즉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Follow the White Rabbit>은 여성의 나체와 페인팅의 조화가 돋보여요.
여성의 신체를 주제로 작품을 한 지는 꽤 됐어요. 출산을 겪은 여성들의 몸을 작업한 적도 있죠.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떤 여성상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해봤어요. 미의 고정관념에 대해 고민해봤는데, 그와는 반대되는 입장에서 작업하고 싶더라고요. 불완전함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거죠. 저는 신체를 표현하고 연구하기 위해 주로 보디 페인팅을 활용해요. 이번 프로젝트 또한 신체적 결함, 보디 페인팅, 동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결합해 탄생한 거예요. 독일의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를 졸업한 화가 바네사 히츠펠트(Vanessa Hitzfeld)와 팀을 이루어 작업했죠.
여성을 주제로 다룬 당신의 작품은 굉장히 사적이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아주 섬세해요. 이러한 주제가 스스로에게 무엇을 의미하나요?
저 또한 여성으로서 겪고 있는 상황들이 있어요. 당연히 매 순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죠.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예민함과 정서적인 감정을 조화롭게 가져갈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말이에요.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현대 여성의 역할이 무엇인가요? 실제로 카메라 렌즈를 통해 여성들이 더 많은 힘을 얻게 될까요?
여성성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문화 속에서 매우 다양하게 표현되죠. 오랜 시간 동안 이상적인 아름다움이라 여겨졌던 화가 루벤스가 그린 여성들을 생각해보세요. 제 사진 속에서만큼은 당당한 여성들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저는 이미지가 주는 힘을 믿거든요. 이미지는 감정을 유발하고 생각을 자극할 수 있죠. 정치적 결정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고요. 사진을 통해 ‘모든 몸은 아름답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오랜 기간 수유를 해서 처진 가슴도, 주름진 뱃살도 모두 아름답다고요.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사진작가 조앤 레아(Joanne Leah)의 <The Photographer>라는 작품이 이 시리즈를 이끄는 데 도움을 줬어요. 그녀 역시 보디 페인팅으로 몸을 표현하는 작가예요. 작품에 사용된 발랄한 컬러가 마음에 들어요. 또 60대 독일 모델 베루슈카 폰 렌도르프(Veruschka von Lehndorff) 역시 영감의 원천이죠. 사진 속 그녀는 보디 페인팅된 몸의 색과 형태를 모두 포용해요. 자신을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소통하죠.
작품을 세상과 공유하는 동시에 소셜 미디어로부터 지속적으로 검열을 받고 있어요. 단순한 비난과 피드백 사이에서 어떻게 밸런스를 유지하나요? 당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삭제되기도 했잖아요.
제게 있어 인스타그램은 완벽함을 위한 허영이었어요. 사회적 틀에 맞추기 위해, 다시 말해 사진 업계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스타그램을 활용해야 했죠. 정말 멋진 순간도 있었지만, 굴욕적인 순간도 있었어요. 사람들의 독단적인 시선과 조롱에 노출되었고, 공격당하거나 삭제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지겹기도 했죠. 아직 이에 대한 답은 숙제로 남아 있어요. 인스타그램 기술지원팀도 제가 문의한 것에 대해 아직 답을 주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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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그래퍼
- Alina Gross
- 에디터
- 김민지
- 글
- 아나 무르초(Ana Murcho)
- 보디 페인팅
- 바네사 히츠펠트(Vanessa Hitzf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