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 YOUTH, 빅나티가 노래하는 젊음
“제가 어리다는 게 진짜 좋아요.” 흥얼거리듯 말하는 빅나티가 젊음을 노래한다. 그 선언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얼루어>와는 거의 1년 만에 다시 보는데 어떻게 지냈나요?
하이어뮤직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여하고 <쇼미더머니9> 피처링을 하기도 했는데 제 색을 찾는 시기였어요. 사실 거의 다 만들었다가 버린 앨범도 하나 있어요. 재범이 형 조언도 있었고 스스로도 뭔가 불만족스러웠거든요. 훨씬 만족스럽게 다시 만들어 이번에 내게 된 거죠.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여하고 어떤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성격상 지는 걸 못 참아요. 같은 레이블이지만 한 음원에 여러 명이 참여하는 앨범이니 어떻게 보면 그것도 경쟁이잖아요. 형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형들만큼 잘하고 싶은 마음에 계속 수정하고 더 연구하고 그랬어요. 그러다 보니 소화할 수 있는 비트 스펙트럼도 넓어지고 제가 좋아하는 장르에 대해서도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됐어요.
이제 고3이 됐죠? 학교 수업과 작업을 병행하는 건 어떤가요?
지금은 방학이에요. 학기 중에는 수업이 끝난 후에 작업을 하는 식이었어요. 앨범 발매가 임박해 학업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는데 발매 후에는 제대로 집중해보려고요.
공부도 계속 할 생각이군요.
딱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에요. 지금까지는 공부를 열심히 해왔는데 거기엔 엄마의 뒷바라지가 큰 부분을 차지했거든요. 여기서 갑자기 대학을 안 가버리면 엄마에게 너무 미안해요. 이게 가장 큰, 99%의 이유죠. 나머지 1%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에요. 저를 좋아해주는 어린 팬들이나 학부모 팬들의 기대가 있고, 그걸 저버리는 게 왠지 무책임한 것 같아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어요.
전공을 고를 수 있다면 어떤 걸 하고 싶나요?
일단 음악 쪽은 절대 가고 싶지 않아요. 최근에는 미술을 배워봐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 앨범 커버 작업을 친한 미대 형들과 같이 했거든요. 마침 형들이 학교에서 여는 전시에 초대받았는데 일반 전시와는 또 다른 신선함을 느꼈어요. 이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학과는 농경이고요.
농경? 그 농경 말하는 건가요?
네. 제게 일차산업은 정말 멋있는 직업이에요. 낭만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일종의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농부분들이 안 계시면 밥을 못 먹잖아요? 제가 밥을 좋아하기도 하고요.(웃음)
이번 앨범은 전에 준비하던 것과는 무엇이 달라졌나요?
프로듀싱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단순히 비트에 랩을 하는 게 아니라 나를 가꿔주는 그 모든 것이라는 걸요. 차근차근 좋아하는 곡들의 프로듀서를 찾아보니 피제이 형이 가장 많이 나왔어요. 마침 재범이 형이 비트를 받아보라고 해서 직접 DM을 보내 작업까지 하게 됐어요.
첫 앨범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곡은 무엇인가요?
뻔한 말이겠지만 7곡 모두 너무 소중해요. 솔직히 지금까지 애정을 가졌던 곡은 없었어요. 모두 좋은 곡이었지만 곡이 나올 때 떨린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라요. 제대로 나를 보여주는 거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한 거니까요. 그중에서 한 곡을 꼽는다면, 두 번째 트랙 ‘프랭크 오션’이라는 곡인데 사랑 노래예요. 백프로 실화고요. 과장도 축소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실화요. 그 친구가 들을지는 모르겠네요.
힙합은 가사가 매우 중요하죠. 의미가 각별한 가사는요?
마지막 트랙에서 친구들을 생각하며 쓴 가사인데 좀 직설적이에요. ‘Seoul National University 그게 뭐라고 이 난리인지 We are losing our diversity’라든지 ‘너네 엄마아빠한테 가서 전해 꿈이 없는 삶을 살 바엔 나 그냥 죽어버리겠어’ 이런 부분이요. 이 곡의 가사가 앨범 전체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나의 키워드로 말한다면요?
젊음이요.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도 ‘젊음’을 써놨더군요.
거창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에요. 학창시절의 마지막 해를 보내게 되니 주마등처럼 지금까지의 모든 게 떠올랐어요. 그런데 그게 너무 순식간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젊음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마음이 젊으면 젊은 거라는 말도 있지만 제게는 몸이 젊은 시기가 젊음이에요.
언제까지가 ‘젊음’일까요?
구체적인 나이로 말한다면 29살이요. 29살이 넘어가면 무언가를 시도할 때 많은 걸 생각하게 된대요. 지금부터 10년 남았어요.
막상 어린 사람 취급을 받으면 기분이 상하기도 할 텐데요?
그런데 저는 어려서 진짜 좋아요. 지금 망하고 10년 뒤에 다시 시작해도 아직 29살이잖아요? 젊은 거죠. 어리게 취급받는 것도 상관없어요. 대신 보여줄 때 멋있게 보여줘요. 그럼 어? 하고 놀라는 반응들이 재밌거든요.
29살까지 뭘 하고 싶어요?
29살에 정점을 찍고 은퇴하고 싶어요. 음악적으로 모든 기량을 다 하고 미련 없이요. 그래서 29살까지 계속 발전해서 누군가에게 빈지노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빈지노가 나에게 그랬듯이.
그러고 보니, 빈지노는 만났나요?
아직요. 동등한 위치에 오르는 건 평생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스스로 부끄럽지 않다고 느낄 때 만나고 싶어요.
BIGNAUGHTY’S PICK
<Circles>
맥 밀러의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이다. 섬세한 록 드럼과 로우 파이 피아노 선율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그의 목소리는 들을수록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서로에 거리를 두어야 하는 어제와 오늘 같은 날일수록 더더욱.
장르 랩/힙합 발매사 워너뮤직
<동거>
추운 계절 밖으로 나온 선우정아의 싱글. 대단치 않더라도, 둘이기에 쌓을 수 있는 행복을 노래한다. 조그맣기도 하고 끈적하기도 하고 이내 벅차올라 맺히는 그 마음들에 대해. 어슴푸레한 새벽 익숙하게 다독이는 손길을 닮았다.
장르 R&B 발매사 카카오 M
<9컷>
기리보이의 정규 8집이다. 여전히 사랑을 말하는데 기리보이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이라 알면서도 당하고 만다. ‘사랑이었나봐’로 시작해 ‘우리서로사랑하지는말자’를 끝으로 돌아선다. 그게 다 사랑인 줄 이제는 안다.
장르 랩/힙합 발매사 카카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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