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주목해야 할 도서들

그곳에 있었다

사라 스트리츠베리. 1972년생 스웨덴 작가인 그는 시대를 앞선 여성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해피 샐리>, <밸러리>와 <롤리타>를 소녀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달링 리버>를 이어 발표하며 유럽의 주요 현대 소설가로 떠오른다. 2016년 만 45세의 나이로 한림원 역사상 최연소 종신회원에 선출되었지만 한림원 장 클로드 아르노가 1996년부터 2017년까지 한림원 소유의 아파트에서 여성 18명을 성폭행한 사건이 수면에 떠오르자 연대를 표명하며 2018년 한림원을 떠났다. 종신회원직에서 자진 사퇴한 건 그가 최초였다.

<사랑의 중력>은 그 사라 스트리츠베리의 대표작이다. 북유럽 최대 정신병원 베콤베리아에 있던 사람들과 그 주변 사람들을 섬세하게 지켜보는 이야기다. 자살 시도로 베콤베리아 정신병원에 입원한 아빠 지미를 혼자 매일 찾아가는 야키가 본 베콤베리아의 안팎은 서글프면서도 눈부시다. 작가는 한 노인이 옛 정신병원 건물에 가만히 손을 대고 서 있는 이미지를 보며 이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한다. 노인은 베콤베리아의 옛 환자였다. 작가의 아버지 역시 베콤베리아에 입원한 경험이 있었다. 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이 작품 속의 야키가 나와 같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나와 가장 닮은 인물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된 유럽 최대 규모의 정신병원 베콤베리아는 북유럽 국가의 복지정책이 만들어낸 복지의 증거였다. 안락했지만 동시에 격리되고 배제된 증거이고, 또한 사랑하는 사람들의 진짜 인생이 머문 증거이다. <사랑의 중력>은 또한 그림책 <여름의 잠수>로도 이어진다. 사라 스트리츠베리가 <사랑의 중력>을 바탕으로 쓴 글에 사라 룬드베리의 그림이 어우러졌다. 두 권의 책은 어느 쪽이 먼저랄 것도 없이, 다른 책으로 향하는 문이 된다.

그의 10주기

박완서 작가가 타계한 지 10년이 되었다. 박완서 작가는 나와 엄마가 공유한 몇 안 되는 현대 작가였다. 엄마도 나도 각자 열심히 독서해왔지만, 그 교집합은 아주 작았다. 그만큼 그는 세대를 넘어서 모든 여성을 포용하는 글을 썼다. 10주기 특별판으로 출간된 <지렁이 울음소리>는 박완서의 초기 대표작 7편을 수록했다. 대표작으로 가장 먼저 언급되는 <나목>, <도둑맞은 가난>이 아니라, <지렁이 울음소리>를 표제작으로 삼은 것 또한 여전히 새롭게 독자에게 발견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것이 박완서 문학의 굳건한 힘이다.

타인의 삶

유명인을 다룬 책은 그 자체로 관심을 받게 되는 법이지만, 그의 내면에 한 걸음 다가가는 기회가 된다.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는 이브 생 로랑의 평생의 연인이자 동업자, 예술 애호가였던 피에르 베르제가 지금은 없는 연인을 위해 쓴 편지다. 78세의 피에르 베르제의 고백들은 연인의 부재를 견디는 기록이면서 동시에 이브 생 로랑의 마지막과 일상을 전한다. <안의 흠흠>은 일본의 모델 겸 배우 안의 에세이다(안은 배우 와타나베 켄의 딸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의 추억, 모델 활동, 현재의 일상들이 다채롭게 담겨 있다. ‘흠흠’은 자신도 모르는 새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안이 이야기를 듣는 방식이라고.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어느새 비슷한 모습이 된다. 흠흠.

NEW BOOK 

<검은 노래>

9년 전 타계한 비스와봐 쉼보르스카의 시선집. 시인의 생전에 책으로 출간되지 않은 초기작들을 만날 수 있어, 이후 작품 세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끝과 시작>, <충분하다>에 이어 한국외대 폴란드어과의 최성은 교수가 번역을 맡았다.
저자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출판 문학과지성사

<내일을 위한 내 일>

누군가 일에 대한 조언을 구할 때, 나는 재미없게도 ‘가장 중요한 것은 그만두지 않는 것’이라고 답하곤 한다. 이다혜가 만난 7인의 여성도 그런 사람이다. 영화감독 윤가은, 이수정 교수, 작가 정세랑, 바리스타 전주연, 배구선수 양효진 등이 일과 직업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인터뷰집.
저자 이다혜 출판 창비

<듄>

지금까지 20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SF이자 게임 스타크래프트, <스타워즈>, <왕좌의 게임> 등에 영향을 미친 프랭크 허버트의 대작 <듄>의 20년 만의 개정판이다. 기존 18권을 원서와 동일한 6권으로 묶어, 독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저자 프랭크 허버트 출판 황금가지

    에디터
    허윤선
    포토그래퍼
    JEONG JO 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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